근무교대를 하기 위해 나온 초병 (초소를 지키기 위해 근무하는 병사) 2명을 차에 태우고, 운전병은 운전대를 잡고 적막감만이 감도는 야간에 산길 작전로로 차를 몰았습니다.
초소는 산 중턱 쯤에 있었으므로, 차는 끝없이 올라갔고, 운전병은 혹여나 길에 고라니가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운전대를 꽉 잡았습니다.
그런데 작전로로 올라가던 도중에, 운전병은 차 앞 저 멀리서 어렴풋이 랜턴 불빛이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원사 계급장을 달고있는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였죠.
"ㅇㅇㅇ 원사님, 차에 타고 가시겠습니까?" "..."
운전병이 물어보자 할아버지는 말 없이 차에 타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출발하라는 신호를 주었습니다. 운전병은 그렇게 두명의 초병과 한명의 부사관을 태우고 산길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운전병은 산길을 올라가면서 점점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쯤 올라가면 초소가 보여야 되는데. 왜 안보이지?"
빨리 교대해주고 돌아가서 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에, 운전병은 엑셀레이터에 힘을 조금씩 세게 주면서 운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작전로는 끝이 보일 기미가 없었고, 치릉대는 풀벌레들의 소리는 점점 운전병을 비웃는 듯 오싹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운전병은 문득 앞유리창 프론트미러를 통해 뒷쪽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근무교대를 하기 위해 탔던 두 명의 초병은 온데간데 없고, 흙이 묻어있는 낡은 군번줄 두개만이 차 뒷자석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이였습니다...
"이건 꿈일거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운전병은 차를 돌리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차의 시동이 꺼져버렸습니다. 운전병은 문득 얼마전 냉각수 점검을 대충했던 기억이 떠올라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조수석에 탄 할아버지는 운전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분나쁜 웃음만 짓고 있는 것이였습니다.
"ㅇㅇㅇ원사님, 실례지만 가는 목적지가 어디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할아버지는 운전병의 말에 눈을 잠시 감았다 뜨더니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죽는 것 보다는 사는게 좋지? 살고싶으면 눈을 감았다 떠봐." "예?"
뜬금없는 할아버지의 질문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던 운전병은 그만 군대에서 절대 하면 안되는 금기어인 "예?!" 를 내뱉고 말았습니다.
"어허. 이거 완전 빠졌구만. 눈을 떠보라니까?"
할아버지의 호통에 운전병은 눈을 감았다 떴습니다.
"아나. 운전병 이놈은 이병XX 가 알람도 안맞춰두고 쳐 자고 있네." "야, ㅇㅇㅇ아, 근무교대 안해?" "이새X나중에 근무 복귀자들한테 대가리 박아야겠네." "얼빠져가지고 ㅋㅋㅋ. 야, 잠이 그렇게 편하게 오냐? 상병장들 총 다메고 나올때까지 자는 거 보면 요즘 군대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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