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천사 정주행 후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해맑은 삽주2019.06.13 21:47조회 수 2825추천 수 27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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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화 링크는 글의 최하단에 올려놓았음)

 

이 만화를 정주행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이용신 성우님의 이화여대 축제 영상을 보고 난 후에 느낀 바가 있어서이다.

 

사실 이 만화가 방영될 2004년 당시 나는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에 관심이 많은 12살이었고,

개인적으로 이런 미소녀 변신물 장르는 카드캡터체리 이후로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달빛천사를 본방으로 본 것은 채널 돌리다가 38번(투니버스) 잠깐 들를 때 지나치면서 봤던 게 전부였다.

 

우리 90년대 초반~세대들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화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정서발달 시기에 영향을 많이 주었던 만화들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천사소녀 네티, 황금로봇 골드런, 태권왕 강태풍, 슬램덩크, 카드캡터 체리, 꼬마공주 유시 등이었다.
 
그 시기에 방영했던 애니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고, 용기를 주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해주었고, 가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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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운명과 싸워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어린 시절의 우리는 응원했고, 우리 가슴 속에도 이유 모를 가슴벅참을 느끼곤 했었다.

 

달빛천사는,

주인공인 루나가 자신의 삶이 병마로 인해 1년 밖에 남지 않았음을 저승사자 타토 & 멜로니에게 전해 들은 뒤로

2년 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죽기 전에 이루기 위해, 그리고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루나는 라이벌의 시기와 싸워야 했고, 죽음으로 이끄는 병마와 싸워야 했고, 어린 나이에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싸워야 했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이 자신에게 입힌 상처와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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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연인인 에이치의 춥디 추운 무덤 위에서, 병마와 싸우며 겨우 버티고 있던 12살의 루나는 이런 대사를 한다.

 

『이대로 여기서 잠들면 돼... 그럼 틀림없이 눈을 떴을 때 오빠가 곁에 있을 거야. 이제 아무도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어. 어서 날 데리러 와 줘...내 곁으로 와 줘...빨리...』

 

달빛천사는 7세 이상 관람가 만화다. 

그러나 위의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인간의 정신이 어느 정도까지 파괴될 수 있는가를

루나의 이러한 자살기도를 통해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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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어야 하는 유일한 이유었던 옛 연인이 죽고,

목에 종양이 생겨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가는 주인공.

 

왜 7세 이상 관람가 만화에서 주인공의 비극을 저토록 적나라하게 표현했어야 했나.

초등학생, 성장기였던 우리에게 달빛천사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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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용기를 되찾고 삶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계기는, 바로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였다.

 

이전의 주인공은 오직 옛 연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꿈을 이루어나가는 중이었는데,

이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타인이 중심인 삶"이다.

내 인생에 자신은 들어가 있지 않으며, 오직 타인이 중심이 되어 나의 삶을 흔들어놓는다.

연인의 죽음 이후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려고만 할 뿐,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갈 의지와 명분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 즉 "나의 삶을 사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루나는 자신이 버리려고 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자신의 삶에 채워 넣는다.

꿈을 이루려는 이유를 찾았고,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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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천사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명장면은,

마지막 편 52화에서 멜로니가 루나 & 타토를 이어주고 떠나는 장면에서 루나가 멜로니를 향해 고맙다고 외치는 그 장면이다.

나 역시도 그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으나, 개인적으로는 위의 루나 & 타토의 키스신을 꼽고 싶다.

단순히 키스신이라서 명장면은 아니다.

주인공인 루나가 1년의 시간 동안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게 된 순간이기에,

다음날이 예정된 죽음의 날임에도 그 운명과 싸우겠다는 마음을 다진 장면이기 때문에,

 

이 장면이야말로 달빛천사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했던 그 메시지.

그 묵직함이 저 짧은 장면에 농축되었기 때문이다.

 

달빛천사는 어찌보면 투니버스가 한창 전성기였던 당시

수많은 만화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그것을

깊이 있게,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유치하지도 않게 적당한 만큼 우려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 좋은 만화들이 많았지만, 달빛천사는 그 좋은 만화들을 대표하는 하나의 만화라고.

 

우리는 이 달빛천사를 성인이 되어서 한 번 쯤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잊고 지낸 그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tOySTMXMWgw&list=PLV9U2MQ67HzTcADNvGnLlMvixHq9Si_M5&index=52

52화

 

https://youtu.be/kIseci1jDvQ

성우 이용신(루나), 김장(타토), 이자명(멜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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