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것이 아니다. 두 발을 땅에 디딘 채 자신들이 하늘인양 우리를 깔보는 당신들을 향해 울부짖는 것이다. 우리가 무슨 고고한 뜻이 있어서 고함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고고한 뜻이 있는 척 하는 당신들을 향해 소리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초, 중, 고등학교 12년이라는 인생을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아실현을 위해서 공부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옥 같은 입시를 거쳐 온 대학은 알고 보니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따라오는 성과급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당신들을 향해 짖겠다. 자신이 성공한 이유가 자신이 걸어오지 않은 길인 덕분인 양 포장하고 다른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짓은 더 이상 하지 말라. 그것이 소위 사다리 걷어차기이며, 기만이며 속된 말로는 거짓부렁이라 하는 짓이다. 차라리 당당하게 말하라. 솔직히 의사 시키려고 온갖 탈법과 꼼수를 서슴지 않았다고. 대한민국에서는 그래야 쉽게 의대에 갈 수 있다고.
당신들 생각대로 고개나 좀 수그리다보면 장관이 될 것이고 의사가 될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은 어쩌면 먹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 부끄러운 것은 수치를 모르는 것이라 했다. 제 부끄러운 줄 알기에 궁핍한 변명을 하고 쥐구멍에 숨어있는 것이지 않은가. 이제까지 당신이 외치던 정의와 신념이 사실은 현실 앞에서는 종이 한 장 보다 얇았다는 것을 시인하기 무안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당신들이 느끼는 그 얄팍한 수치심보다 우리는 더 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무엇을 위해 12년을 꼬박 바치고, 지옥 같은 그 길을 걸어왔는가? 그렇다고 당신들같이 하지 못한 부모를 원망하랴, 고등학교 때 논문 한 편 못 쓴 나 자신을 원망하랴. 왜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며 부끄러워야하는가. 우리보다 더 부끄러워야 할 자는 바로 당신들이다. 이제까지 얄팍하게 살아왔으면 지금이라도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라. 더는 고고한 척 하지 말고, 우리보다 높은 곳에 있는 척하지 말라. 이제 그만 내려오라, 내려놓으라. 그것이 이 낮은 울부짖음의 종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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