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중에게 논객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말을 잘한다기보다는 그냥 왠지 말을 막힘없이 하니까 말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이 많아요. 딱히 본받을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말을 막힘없이 잘 하는 사람들은 뭔가 관련 있는 것 같은 주제로 연상과 생각이 빠른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의 논지를 관찰하면 대충 패턴과 주로 쓰는 논법이 정해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에요. 예를 들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비판받으면 이 문제의 근원이 어디냐로 말을 돌린 다음 상대방에게 허물이 있다고 덮어 씌우는 식이죠. 혹은 어떤 문제가 예상된다고 말을 할 때 그 문제는 하나의 예상에 불과하며 아직까지는 이게 완전히 망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말을 돌리는 것도 있고요. 혹은 상대방이 범한 작은 허물을 하나 집어서, 그것만 물고 늘어지며 상대방의 모든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호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는 상대방의 논리가 완전히 깨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지엽적인 실수가 명백하기에 그 사람들의 주장 전체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죠.
사실 이렇게 정해진 몇 가지 논법만 통달하고 여기에 몇 가지 지식 몇 개만 첨가해서 말을 하면 누구에게나 말을 잘한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답니다. 그 지식이 본인이 말하는 논지에 적합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사람들은 그거에 대해서 전혀 모르거든요. 그냥 뭔가 있어보이는 것 같은 학적 개념을 대충 유사해보이는 데다가 대충 적합시켜서 말씀해보세요. 그러면 논리적 구조를 따지지 않는 사람들은 아, 이렇게 유식한 사람들이 막힘없이 말을 하는 거보니 틀림없이 이 사람 말이 옳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거에요.
그냥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어떤 사람이 제시한 전제, 혹은 그 사람이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바에서 그 사람의 주장이나 결론이 함축되어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 이걸 형식적 타당성이라고 하는데, 이상적으로는 두 전제와 그 전제로부터 도출한 결론이라는 삼단논법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죠
결국 상대방의 주장을 공박하려면 상대의 주장이 형식적인 타당성을 충족하느냐, 안 하느냐만 보면 되기 때문에(혹은 전제에 동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사실 특정한 논법에 의존할 필요가 전혀 없죠.(삼단논법 빼고) 꼭 저런 식의 논법을 쓰는 사람들은 형식적인 타당성을 공격하기보다는 물타기나 논점이탈로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어 바로 맞받아치지 못하는 효과를 원하는 것 뿐입니다. 이걸 잘 하는 사람들이 말싸움에서 쉽게 이기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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