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루저다.
고등학교 입학땐 성적이 좋았으나 갈수록 성적이 떨어진 난 루저다.
적어도 사립대보단 등록금이 싼 국립대에 합격해 부모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정신차리고 공부한 난 루저다.
지거국 공과계에 합격하고 한 학기뿐이지만 장학금을 받아 기뻐 곧바로 부모님에게 알린 나는 루저다.
대학 입학의 기쁨도 잠시, 어려워하던 물리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첫 해에 곧바로 학사 경고를 받은 나는 루저다.
2학기때도 변함없이 물리 쪽 학점을 갈아버리고 2연속 학사 경고를 받은 나는 루저다.
제적당할까 두려워 군대로 도망치자며 휴학하고 가버린 나는 루저다.
군대에서조차 신체 검사에서 현역에 부적격하다며 귀가조치를 받고 4급을 받아버린 나는 루저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과 마음을 치료하느라 1년을 병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보내고 복학을 한 나는 루저다.
3연속 학사경고에 따른 제적이 두려워 최소한의 평가를 따고자 미친듯이 머리에 전공서적을 때려박은 나는 루저다.
우리는 루저다.
학사경고 받지 않았지만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려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는 우리는 루저다.
집안이 어려워 장학금이라도 받아 학업을 이어가고자 밤낮 고생과 노력으로 도배한 우리는 루저다.
고생에 고생을 거듭해 들어왔지만 돌아오는 건 후보자 딸과 마찬가지로 부정한 방법을 쓴 게 아니냐며 날카로운 눈초리를 받아내는 우리는 루저다.
밤새워 대학생활에 매진하고 박사학위를 준비했으나 후보자 딸의 것과 같은 논문이 없다는 우리는 루저다.
난 루저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루저가 아닐지도 모른다
난 루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루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은
나이 먹을대로 먹은 한 사람은
배울대로 배운 한 사람은
우리를 루저로 보고
우리를 억울함에 한탄하는 사람으로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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