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관련 학관데 취업은 안되고, 취준 기간이 길어지니까 스스로에 대한 자제력도 서서히 줄어드는 것 같아서
집 근처 식품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거든요.
제가 지원하고픈 분야가 품질쪽이라 공장에서 일하게 될테고, 여기서 일했던 경험으로 자소서에도 쓸수있을테니까...
사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한지 이제 거진 일주일 가량 되어가는데.
정말 힘듭니다. 육가공품 공장이라서 햄을 만드는데 저는 포장실에 배치받아서
포장까지 완성된 제품을 박스에 10개씩 20개씩 담아서 출고하는 일을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박스를 접고
거기다 햄을 차곡차곡 담는 일이죠.
햄 그거, 제일무거운게 1kg짜린데 뭐 어떻겠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 행위를 제자리에 서서 수천번 수만번 반복하니까 몸에 무리가 가더군요. 하루 종일 서있으니 다리가 시큰거리고
아래를 보고 있으니까 어깨와 목이.. 그리고 손목에도...
첫날에는 손목이 골절이라도 된듯 얼얼하게 밤새 아팠습니다ㅋ
오전, 오후 각각 쉬는 시간이 15분씩 있는데 이 시간에 물 마시고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면 끝입니다.
업무 중에는 화장실에 갈 수가 없어요.... 컨베이어 벨트에 각자의 위치가 있고 역할이 있는데
누구 하나가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개고생해야하거든요. 아니면 모두의 눈총과 호통을 듣고 다녀올 수는 있겠죠.
점심 시간 1시간이지만 밥 먹고 나면 40분 남짓 남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들 핸드폰을 보거나
누워서 자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저가 여기서 일하면서 느낀건..
여기 일하시는 이모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겁니다. 이모님들 여기서 20년씩 일하셨다는데 아침 7시반에 출근해서
저녁 7시까지 일하시고 집에 가서 자녀분들 밥 챙겨 주고, 이렇게 돈 벌어서 집안 살림하고 애들 학교 보내는데 쓰고 했다는거 아닙니까...
저는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몰랐습니다. 여러 알바를 해봤지만 이것보다 힘든 알바는 없었어요...
햇빛 한줄기 안드는 곳에서 모두가 무표정으로 묵묵히 작업하는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공장 기계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제대로 대화하기도 힘들고, 음악을 틀어놓지도 않아서요. 그리고 일이 밀리면 그럴 틈도 없어요.
또다른 느낀점은 여기 '나'라는 인간은 없다는 점입니다.
이모님들은 제가 와도 이름을 물어보거나 궁금한점이 있거나 하지 않더군여. 다들 대화를 삼가는 편입니다. 처음엔 잘 이해가 안갔지만
며칠 지나니 저도 새로온 사람들과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게 되더군여...
하긴 20년이나 일을 하셨으면 여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 테고 저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거긴 제 이름을 아는 분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아들아"하고 부르시면 눈치껏 알아채야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뭐 딴 생각을 하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공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내가 집어야 하는 햄을 유심히 봐야 하고
불량품이 있으면 따로 빼야합니다. 이걸 하면서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는게 불가능해요.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일만 하게 되네요..
그냥. 저는 사람들이 이렇게 산다는게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살려면 삶에 대한 희망을 조금은 버려야할 것 같거든요.
삶이 앞으로 조금 더 나아질거라는 생각같은거요. 그런데 거기 일하는 형님은 여기가 그나마 좋은 편이라고 하더군여.
밖에서 찬바람 안쐬도 되고, 위험한 일도 없다고... 다들 그렇게 버티면서 여기서 사는걸까요.
한편으론, 내가 식품 기업에 품질관리자가 되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택할 수 있는 길이 그것밖에 보이지 않고 그걸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도 해왔지만..
확신할 수가 없네요.
그냥 일을 하다 보니 문득 마이피누가 생각나서 주절주절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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