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외로움 관련 글을 읽고 문득 과거의 내가 생각 났다.
애착형성이 잘못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 공허감과 같은 감정이 늘 주변을 떠돌았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조차 나는 외롭다는 기분이 들기 일쑤였고, 신기하게도 어느샌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무슨 자석처럼 끌려오곤 했다. 상처가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돈이 많아지거나 유명해지면 어떨까?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넘치고 그 사람들이 늘 웃는 얼굴로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할테니 왠지 외로움이 사라지고 마음이 넉넉히 채워지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했었다.
어느새 나도 나이를 먹어서 마흔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 주변엔 직장에서의 아랫사람들이 많이 거쳐갔고.. 그들을 포함해 거래 관계에서 나에게 조금 을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늘 웃으며 내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 더 외로워졌구나 >
원체 사람들의 마음을 잘 느끼고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그렇게 조심스러워 하고 웃으며 내 기분을 맞춰 주는지 훤히 보인다. 그게 무척 불편하다. 그러고 보니 젊을떄 그런 걸 즐긴다고 생각했던 교수님들, 기업의 임원들이 떠올랐다. 물론 그들 중 그걸 실제로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겉보기와 달리 점점 더 외로워진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젊은 시절에 성공했다면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걸 즐겼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다. 결국은 나이가 핵심이었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나는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는 깜냥이 슬슬 생기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더 본질을 잘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것들, 아무 의미 없는 관계들이 명확하게 보인다. 가깝다고 느꼈지만 실은 서로 소비하고 이용하기만 했던 관계들을 정리하는 것도 매우 쉬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에 몰두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인듯 하다. 어린 시절, 나이든 사람들 중 뭔가 일이나 취미 같은 것에만 몰입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 슬슬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 비슷한 시간을 거쳤구나.
인생은 결국 혼자고, 내 주변의 모두가 시간 길이만 다를 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것도 이제 슬슬 와닿는다. 그러면서 쓸데없이 거대한 목표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도 깨닫는다. 정 힘들면 죽음을 택하는 옵션까지 있다고 간주하면.. 비로소 현재를 희생하려는 모든 의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언젠가 크게 성공해서 놀고 먹자는 젊은 시절의 계획.. 그런 계획을 굳이 이루려고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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