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지금

의젓한 여주2020.05.03 23:46조회 수 1656추천 수 28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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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분들께 위로를 받고싶네요. 저와 비슷한 시간을 겪으신 분이 있다면 위로가 될 거 같아요.

 

처음으로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2, 3개월정도 무기력증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을 한 달동안은 거의 하루종일 부정했던 거 같아요.

제 자신을 부정하고, 후회만 반복했어요.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더라구요.

열심히 살아왔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순간 그게 부서지면서 무기력증이 심하게 찾아온 거 같아요.

이 한 번의 우울증으로 인해 제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들면서 죽고 싶더라구요. 제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강한 확신.. 잘 할 수 있었는데 라고만 되뇌이는 후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김에 아예 방향을 돌려보고 싶어요..

 

누군가는 2주만에, 누군가는 더 빠른 시간 내에 정상생활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제게 위로가 되지 않더라구요.

24시간 중에 10분 정도는 마음이 괜찮았던 거 같아요.

 

지금은 가까스로 다시 운동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니까 긍정적인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거같아요.

이렇게 위로를 받기 위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 믿으니까 가능한 거겠죠?

 

이번 일로 제 자신이 참 나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울증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남들과 다르지 않게 시간을 알뜰히 보냈어요.

저 스스로 제가 긍정적이고, 밝고, 발랄하기도? 하고, 성실하다고 생각했는데

변해버린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서 모든 속사정을 얘기할 수 있는 한 친구말고는 모든 인간관계 끊었어요.

남들 앞에 서는게 무섭더라구요. 자신감이 하나 있다면 성실하다는 거였는데, 그게 사라지니까 자존감이 아예 사라졌어요,

.

많지 않겠지만 저와 비슷한 시간을 겪은 분들이 있다면 많이 위로가 될 거 같아요.

극단적인 생각 정말 많이 했는데.. 저도 다시 열심히 살 수 있다고 믿어요.

 

지금 이렇게 버려진 제 시간들이 그냥 버려진 것만은 아니겠죠?

제 자신을 더 잘 알게된 시간이었고, 후에 사소한 것들에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겠죠?

지금도 이런 시간을 보냈고, 보내고 있다는게 믿고싶지 않고 부정하고싶고 내가 아니라고 믿고싶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으니 하나씩 다시 되찾고 노력하고싶어요.

 

이상한 말들만 늘어놓은 거 같아 쓴소리가 무섭지만

위로 받고싶네요.

절대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이 아니라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같이 힘냈으면 좋겠어요. 힘내고 싶어요!

 

https://mypnu.net/index.php?_filter=search&mid=ha&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9A%B0%EC%9A%B8%EC%A6%9D&page=1&division=-23262572&document_srl=2267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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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지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네요.

지금은 원하는 기업에 들어와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점심 시간이나 주말에 이렇게 마이피누에 들어와 올라온 글들을 보곤 하는데,

최근에 예전 저의 심정과 비슷한 글들을 봤어요.

 

마음이 힘들고 아픈 동문 여러분, 모두는 아니겠지만 저 또한 그랬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안 그렇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심경을 겪은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변한 것은, 1년 전의 버려졌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결코 버려지지만은 않은 것이에요.

 

어떠한 생각 때문에, 어떠한 걱정 때문에

나의 시간만 멈춘 것만 같다고 생각이 드는 동문님들,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예전의 웃음을 잃은 분들,

견딜 수 없어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

다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섣부른 위로를 건네기가 무척 조심스러운 것은 어떤 감정인지 알기 때문이지만

다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도 그랬고, 나의 옆에 있는 친구도 그럴 수 있고, 마음은 언제든 갑자기 불쑥 아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를 보시면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그랬고 다시 저에게도 아픔이 언제든 찾아올 거예요.

그렇지만 살아가면 행복한 시간 또한 불쑥 찾아와요. 

 

동문분들이라 제가 글을 쓰며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고도 싶어서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우리 저마다 목표는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했잖아요. 

쉬었다 가더라도 행복은 찾아올 거예요. 너무 불안해하지마세요. 오늘은 푹 쉬세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마지막으로, 이전 글에 공감해주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신 동문님들께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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