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누군가한테 고해성사하고 싶어요.
몇 해 전, 우울증을 앓았어요.
지금으로선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사고방식이 제 뇌를 꿰차고 있었습니다. 너무 우울하다 보니 세상 사람들이 웃는 것만 봐도 화가 나고, 그런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나는...
바로 그런 시기에 학과 행사가 있었습니다. 교수님 지인들도 구경차 오시는 작은 행사였어요. 그 교수님 지인 중에는 어린아이를 데려오신 분도 계셨지요.
아이는..
아이는 으레 시끄럽고, 활기차기 마련이지요? 그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전혀 조용한 행사가 아니었는데...
제가 정말 미쳤었나봐요. 그렇게 활기차고 건강한 아이의 모습이 '사람들 모이는 곳에선 얌전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아이를 데려온 부모는 몰상식하다' 등의 황당무계한 모습으로 제 눈에 비쳐진 것입니다.
뒤에서 저런 몰상식한 사람이 교수님이 지인이라니, 황당하다 따위를 중얼댔어요.
심지어 결국 저는 그 아이 어머님이 없는 때를 틈타,
사람들 모인 곳에선 조용해야지!
하고 한마디를 했습니다...
애가 잠시 움츠러든 기색을 보였지요.
이게 끝.. 입니다.
뭐.. 되게 심각한 일은 아니지요. 그런데 지금도 문득문득 이 일이 생각나요. 힘없는 어린애한테 개소리 한 마디를 한, 한심하기 짝이 없던 제 모습이요.
이 일이 생각날 때마다 제가 얼마나 추한 짓을 했나 싶어서 죄책감이 듭니다. 그 애도 너무 어려서 잊어버렸을 테고, 더이상 만나서 사과할 도리도 없는데...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싶어요.
너무 부끄럽습니다..
오늘 이 생각이 또 떠올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분으로 고해성사합니다. 앞으론 두 번 다시 이런 못난 일을 저지르지 않게, 항상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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