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러브레터

건방진 설악초2013.09.03 22:39조회 수 887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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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당신과 만나서 영국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벌써부터 들뜹니다. 당신에게 들려 줄 이야기가 많은데 그걸 다 기억하고 또 재미있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 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에 당신과 만나서는 웃음만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영국에서 있었던 일들 중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영어로 할 수 없을 것 같기에 이렇게 편지를 준비했습니다. 제가 당신을 만나기 전 누군가가 이 편지를 번역해 준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당신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저는 당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공항으로 들어가는 당신, 한국에 온 첫날 밤 혼자 있고 싶어 했던 당신, 찻집에서 사랑이란 조금씩 쌓아가야 한다던 당신, 제가 어느 남성분께 지하철로 가는 길을 물어봤을 때 한국말로 그 분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했던 당신, 참, 그리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구르던 당신도 생각했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에도 언제나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 이였지만 당신과의 시간이 강렬했고 모든 것을 추억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당신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만 특히 당신이 흘렸던 눈물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흐르는 눈물을 보았을 때 그 옆에 있었음에도 그 의미를 몰랐었습니다. 눈가를 적신 당신이 떠오르면 그 옆에 있던 어리석은 저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했던 말들도 떠올랐고 제가 했던 행동들도 떠올랐습니다. 후회하고 후회하며 저는 그렇게 당신이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오랜 시간 되찾아갔습니다.


  제 이기와 욕심으로 보이지 않았던 당신의 아픔들이 보였습니다. 하나 둘 당신의 입장에서 저를 보았고 제가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배려라곤 없었으며 당신에 대한 이해마저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습니다. 제게 영국은 당신의 눈물로 언제나 젖어있었으며 영국이란 당신을 회상하는 도화지였습니다.


  당신은 제게 상처 받은 아기 고양이와 같았습니다. 당신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줘야 하나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하나 같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러한 질문 이전에 저는 먼저 나의 아기 고양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고 곁에 둘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습니다. 상처 받는 당신에게 다가가지도 못하면서 당신의 마음을 치유할 걱정부터 했습니다. 당신이 마음을 열었다 싶으면 보고 싶었고 당신과 얼른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당신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여유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했지만 저는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당신에게 조심조심 다가간다고 했으나 저의 이해와 배려는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저는 정말 당신을 걱정하고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으나 저와 만나기를 힘들어하는 당신이 또 미웠습니다. 저는 제자리걸음의 연속 이였습니다.


  지금은 제가 예전에 비해 좀 더 나아졌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추억한 만큼 제가 성장했기를 바랍니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저의 모든 처음 이였고 저의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일본 땅에 발을 디뎠을 때 알 수 없는 행복이 저를 닥쳤습니다. 당신은 제게 일본이고 일본이 당신입니다. 당신을 만난 것과 같은 기쁨이였습니다. 그러기에 난 일본이 좋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많은 연습을 했습니다. 당신과의 첫인사, 당신과의 대화 제 모든 독백이 어설픈 연습 이였습니다. 당신을 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긴장됩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이 주말 동안 당신에게 행복만 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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