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얼굴에 무슨 짓을…"광화문 대형서점 어린이 화상테러 범인을 찾습니다!" 피해아동 어머니의 원본 글
<사건 5일째 > 눈물로 보낸 하루 하루들 …
‘테러’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그날 하루는 눈물과 분노로 제 마음에 얼룩져 있습니다.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오후3시였습니다.
봄방학을 맞이한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과 큰 딸아이를 데리고 책이나 사줄 요량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버스로 1시간 가량 걸리는 곳이었지만, 방학 동안 집에만 있어 답답해 하는 아이들을 데로 나선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교*문고에 들렸다 가자고 한 뒤 마침 식사를 하기 위해 먼저
식당가(멜로디*)를 들렀지요. 평일인데도 사람은 많았고, 리모델링을 한 식당가는
예전보다 테이블이 빽빽하게 들어서있었습니다.
테이블 주변으로 공간이 없어 거의 바깥통로를 제외하고는 테이블 사이를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주문한 식사가 나온 후 아들 녀석이 물을 가지고 오겠다며 싱긋 웃고는
정수기 쪽으로 간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찢어지는 고음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는 금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100여명 남짓한 사람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집중이 되었습니다.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여서 누가 사고를 당했나 하고
고개 들어 본 순간 우리 아들이 팔딱 팔딱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어떡해 만 연발 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마치 정지장면처럼 아이가 몇 초 안 된 사이에 발갛게 익어버린 얼굴로 저에게 소리지르며 뛰어 오던 모습이,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은 연기를 들여 마신 듯 답답하고 눈물은 하염 없이 흐릅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생생한 1초 1초의 순간들…
발갛게 벗겨져 가는 아이의 여린 살을 보며
정신을 놓고 누가 그랬냐며 울부짖는 저를 놔두고 어느 아주머니께서 급히 아이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 찬물로 화상을 입은 곳에 연신 물을 뿌려 주셨습니다.자신의 옷이 젖어 가는 줄도 모른 채.
젊은 사람들은 그저 쳐다 만 보고 있었는데 말이죠. 심지어 직원까지도…
아이의 연한 살 껍질은 뜨거운 국물에 점점 벗겨져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울며 소리치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꾹 참더군요.
그 와중에 어떤 분이 119를 불러 주시고, 큰딸아이까지 챙겨야 했던 저는 정말이지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에 서있었는지 지금은 그저 뿌옇게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제가 정신을 놓고, 의무실은 없느냐며 소리를 지르던 순간도 교* 직원들은 그저 우왕좌왕 하기 바빴고, (제가 현장에서 느낀 점은 그랬습니다.)
오히려 그 나이 드신 아주머니만 다친아이의 옷을 벗겨 계속 찬물로 화상을 진정시키며 아이를 돌보아 주었습니다.
바보 같은 엄마는 점점 벗어지는 살 껍질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른 채 엉엉 울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멍한 눈으로 물 속에서 들리는 듯 주위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하나같이 어떡해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백 여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우리 아이만 보고 있는 사이…
그 가해자 여자는 누가 그랬냐며 울부짖는 나를, 그 군중 속에서 태연히 바라보다 제가 아이를 화장실로 간 그 순간…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제 입장에선 그저 도망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도… 그 식당의 직원들도 … 교*문고의 직원들도…
아무도 그 여자를 잡지 않고, 연락처도 받아 놓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나게 놔 두었다는 것입니다.
구급차가 와서 빨리 떠나야 하는 나는 연락처를 남기라며 잡아두고 말이죠
그렇게 구급차가 오기까지의 시간은 정말 제 인생의 어떤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졌습니다.
시계바늘이 멈춰 버린 것 같은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다림의 시간이… 살이 벗겨져 고름이 나오는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너무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사고 3일째>
그렇게 아이는 병원에 와서 어른도 너무 아파하는 드레싱을 소리한 번 안 지르고 잘 견뎌내고
있습니다.
벌벌 떨며 엄마인 나 조차도 똑바로 볼 수 없는 그 상처를 치료하면서도 웃으며 브이를 날려
줍니다.
하지만 이곳이 화상전문병원이라 산책을 나가자고 하는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다른 환자를 보고 제 뒤에 숨더니, 그 뒤로 자꾸 거울을 보여 달라 조릅니다.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정신과 치료도 함께 하려 하고 있습니다.
거울도 수건으로 가려 놓고 최대한 아이에게 덜 놀라게 해주려 노력 중이지만, 아이는 붕대만 풀으면 말끔히 나아져 있을 거라며 웃습니다.
가해자!!!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심 없는 여자는 5일째 연락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장 CCTV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입니다.
이 글을 보고 있을 그녀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신의 손이 얼마나 다쳤는지 모르겠지만, 온전히 그 뜨거운 된장국을 얼굴에 다 뒤집어 쓰고
살이 벗겨져 흘러 따갑다고 외치는 내 아이를 외면할 정도로의 상처였는지.
내 손에 한 방울 붓고 당신 얼굴에 펄펄 끓는 된장국 한 사발 붓고.
쌍방과실이라 하겠노라고…
마지막으로 그 여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양심에, 그리고 당신이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내 마음을 이해한다면 지금이라도 내 아이에게 와서 용서를 빌으라고…
당신이 떳떳하지 못하고 숨어버린 건… 당신의 잘못은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경찰 조사로 인해 아이에게 부끄러운 엄마로 남지 않게 기회를 주고 싶네요…
당신은 우리 아이보다 어른이고, 키도 크고, 뜨거운 것을 들고 있을 때 좀 더 주의했어야 하는 책임이 있으니, ‘나도 피해자다’ 라며 살이 벗겨진 내 아이 앞에서 얼굴 똑바로 들고 나타나 두 번 상처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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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고가 난 후 교* 문고나 식당 측에선 저희가 먼저 연락하기 전에 연락도 없었고,
전화로만 심정을 이해한다며 손해사정인(삼성화재)을 보내어 가슴 아픈 말 만하고 가더군요.
그래서 부탁 드렸습니다. 제 아이의 사진을 보시고, 당신이 아이를 둔 아버지라면 그저 귀찮은 서류작업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까지 보태어 신경 써 주시라고.
지금 생각하니,
왜 그 자리에 국을 리필하는 보온통을 -그저 손님이 자꾸 국을 달라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아이 키 정도 높이로 두었던 것 하며, 현장에서 관리하는 직원 하나 없었고(식당 안에 조리원만 있었을 뿐), 또 사건이 나자 의무실을 찾는 내게 누구 하나 설명해주는 직원도 없었습니다.
영업에만 치우친 나머지 좁은 공간에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빽빽하게 들어찬 테이블로 인해서 아이는 엄마에게 빨리 오지 못해 아이가 엄마를 찾는 그 시간이 지체되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저 꿈 이길 바보 같은 엄마는 아직도 기도합니다.
길고 긴 싸움이 되리란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 아픈 치료도 견디고 있는 아들을 위해 마음을 강하게 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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