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현 영여영문 교수 |
미국의 작가 도로시 파커는 영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check enclosed’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수표가 들어 있습니다’로 기부금을 낸다는 뜻이다. 오히려 자신의 형편이 어려운데도 형편이 어려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탤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김장훈, 문근영, 빌게이츠….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외 유명인들이다. 물론 이웃 사랑의 마음으로 지갑을 여는 보통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기부문화와 봉사는 한 나라의 국민의식과 문화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후진국은 기부를 받는 문화가 형성되고 선진국일수록 기부문화와 자원봉사체제가 잘 발달돼 시민들의 자발적 행위로 이뤄지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구축돼 있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커플인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는 거액의 기부 및 난민구호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타 커플의 예에서 보듯 미국의 기부 문화는 전방위적이다. 미국에서 기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로 인식된다. 특히 부자들이 기부에 더 적극적이다. 미국 50대 부자들의 명단과 고액 기부자 50명의 명단은 큰 차이가 없다. 많이 가진 만큼 많이 기부하는 게 자연스러운 풍토다.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기부 문화는 척박한 편이다. 기부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통한다. 통계청의 ‘2009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년 동안 사회복지단체 등에 후원금을 낸 사람은 15세 이상 인구의 32.3%에 불과했다. 또한 국민 1인당 연간 기부액은 2007년 기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안철수 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 주식 지분의 37.1%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한 방송인 강호동 씨가 자신이 보유한 평창 땅 전부를 아산병원에 기부하겠고 전했다. 이 두 사람이 어떤 의도와 사회적 입장 때문에 기부를 하던 기부문화의 확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기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식이 달라진다. 쥐꼬리 만한 돈을 버는 사람들의 기부금도 값지게 쓰인다. 때문에 기부는 어떠한 원칙에 따른 일률적인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이어야 한다. 기부는 돈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능, 노동력, 혈액을 나누는 것도 기부에 속한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으로 잘 알려진 한국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Korea)가 대표적이다.
연말정산을 위해 작년 한해 기부한 금액의 영수증을 찾아 합산을 해보니 내가 기부한 금액은 368,240원이었다. 필자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부가 미미했다. 우리 사회도 하루 빨리 이재민, 극빈층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하는 즉흥적인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 있으면 한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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