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서발 KTX에 대한 설명
수서발 KTX는 말 그대로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 노선으로 강남권 철도의 수요를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황금 노선으로 불립니다. 정부에서는 이 수서발 KTX를 코레일의 자회사를 설립하여 그 자회사에게 쥐어주고 모기업인 코레일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이 자회사는 연기금 등 공공부문 투자를 받기로 합니다.
2. 그러면 수서발 KTX가 왜 문제인가?
현재 정부와 코레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서발 KTX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수서발 KTX의 운영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거죠. 정부와 코레일에서는 코레일이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었고, 혁신과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얻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말이 어폐가 있다는 말입니다.
기차를 선택하는 게 서비스의 품질에 따라 결정될까요? 역시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고속버스를 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거주지가 노원구나 광진구처럼 강북 지역에 있는 사람이면 동서울터미널이 더 가깝습니다. 양천구나 관악구 같은 경우는 강남터미널이 가깝고요. 그러면 이 사람들은 자기 집 근처에 있는 대형 터미널 놔두고 서비스가 더 좋다는 이유로 멀리 있는 터미널을 갈까요? 철도도 마찬가지죠. 집 근처에 배차 좋은 역이 있으면 거기 가지 다른 데로 옮겨가지 않을 겁니다. 즉, 수서발 KTX의 주 고객층은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일대의 수요자로 이 사람들을 서울-용산으로부터 가져오는 겁니다. 이건 경쟁이라고 하기 어렵죠. 게다가 모기업과 자회사가 경쟁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서로 경쟁관계인가요?
두번째로 공공부문의 민자 개방은 대개 방만한 공기업 운영을 질타하고 경쟁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는데 하필 뜯어가는 노선이 코레일의 주요 밥줄인 경부선 KTX라는 점입니다. 적자 노선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코레일의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수서발 KTX를 가져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게다가 SOC에 민자 유치를 했다가 피본 사례는 서울의 9호선, 인천공항철도, 광주민자도로 등 국내에도 여러 건이 있습니다. 특히 완전 민간사업이던 인천공항철도는 적자나던 거 코레일이 억지로 떠맡아서 부채가 상승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고요(아이러니한 건 코레일이 인수한 뒤 이용객이 전년대비 50% 가량 증가했었습니다).
즉, 수서발 KTX는 그냥 코레일이 관리하면 되는 건데 뭐하러 민자를 유치해서 자회사를 설립하느냐는 소리입니다. 굳이 이득을 찾자면 코레일은 빚이 많으니까 노선 까는데 돈 좀 아껴보겠다는 거겠죠. 그렇다고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닙니다. 코레일 이사회 문건에 따르면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연평균 1000억 가량의 순손실을 보게 됩니다. 게다가 이거 까딱 잘못하면 민영화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게 문제입니다. 정부나 코레일은 민자유치는 공공 투자에만 한정하고 지분 참여를 막는 규정이 있어서 민영화는 아니라고 말을 하는데, 문제는 이게 법이 아니고 정관입니다. 정관은 코레일만 마음 바꿔도 고칠 수가 있어요. 이걸 지적하니까 정부와 코레일에서는 민영화가 아니다, 민영화 못한다라는 식으로 변명만 하니까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죠. 게다가 이걸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는 다른 거라면서 열렬히 지지했다가 나중에 감사원한테 개박살이 났죠. 게다가 철도시설공단을 이용해서 수서발 KTX 여론 조작에 나선 전력도 있습니다. 이미 국토부가 대형사고를 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마냥 믿기에는 굉장히 불안하다는 거에요. 게다가 이거 잘못 믿었다가 아차하면 민영화로 가는 거고, 그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철도 민영화의 실패 사례로는 영국, 아르헨티나 등이 있고 이쪽은 철도산업이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특히 영국은 총리가 실패를 선언하면서 재국영화까지 했습니다. 최근 민영화가 이루어진 스웨덴은 물론이고 성공사례로 소개되는 독일이나 일본조차 시끌시끌합니다. 특히 일본 JR은 적자를 보는 회사가 더 많습니다.
3. 코레일의 부채와 경영 혁신
지금 코레일의 부채가 약 17조라고 하면서 이걸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공기업은 공공재 배분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이득을 본다는 건 그만큼 국민들이 지불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혁신을 한다는 코레일이 내세운 방침이 결국 임금동결과 요금인상이라고 JTBC를 통해 16일 보도됐고요. 코레일이 이윤을 많이 내지 못하는 건 이러한 공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17조가 말이 쉽지 저렇게 천문학적인 금액이 단순한 효율성 부족과 과다한 인건비로 인한 걸까요?
코레일을 비판하면서 나오는 게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세계철도통계연감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 통계를 들어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 생각해보세요. 저거 '매출액' 대비입니다? 400km 거리에 2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발 부산행 KTX의 일반실 가격이 5만7천원이고 39유로 조금 넘습니다. 특실은 8만원 정도인데 55유로 정도 되고요. 근데 250km 정도의 거리에 기차로 2시간 걸리는 독일 베를린발 함부르크행 유로시티가 64유로, 1시간 40분 걸리는 독일 고속철도 ICE가 78유로입니다. 엄청나게 차이가 나죠? 독일은 미리 예매를 해두면 조금 싸다고 합니다. 그러면 DB에서 한 달 뒤에 있는 1월 16일을 찾아보면 유로시티가 29유로, ICE가 45유로네요. 그만큼 우리나라 기차가 쌉니다. 400km 가량 떨어지고 2시간 걸리는 프랑스 TGV 파리발 리옹행을 검색해보니까 적어도 75유로는 줘야 하네요. 1달 뒤에 있는 2등석 표가 36유로, 1등석이 40유로고요. 참고로 1달 뒤면 코레일에서도 30% 할인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열차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높아서 인건비가 많다고 하는 건 좀 아니다 싶은데요. 철도 노동생산성이 OECD 25위라고 하는데 프랑스, 독일보다 높습니다. 표값이 저렇게 싸니까 매출이 높을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또 간과들하는 게 공기업은 정책실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수원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거야 뉴스로 이미 많이 보도됐고, 코레일도 용산개발사업 실패로 인해 1년만에 3조원의 부채가 증가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천공항철도 인수처럼 정부에서 떠맡기는 것도 있고요. 게다가 코레일은 철도시설관리공단에 매년 수천억의 선로사용료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영업적자가 4조원인데 선로사용료로 지불한 금액이 4조 4천억원으로 더 많습니다. 재밌는 건 이 철도공단 역시 KTX 건설 부채로 인한 이자 지불만으로 허덕인다는 점입니다. 즉, 국가에서 사업하라고 해서 했는데 부채는 남아있고 막대한 이자 갚기는 공기업들이 하고 있다는 소리죠. 특히 코레일 입장에서는 KTX 경부선에서 거둔 이익을 적자노선 유지 및 관리에도 써야하는데, 돈은 맘대로 못 걷지, 써야할 곳은 반드시 써야하지, 이윤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적자노선을 철폐하고 그 돈 아끼라는 건 애초에 공익성을 무시하는 거라서 말도 안 되는 얘기고요. 한마디로 공기업이 적자 보는 거 가지고 경영 엉망으로 했다고 뭐라고 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4. 철도노조의 임금인상 요구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파업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노동조합이 주체가 되어 법률의 절차에 따라 조정을 거친 뒤 실패하면 평화적 수단으로 사장이 처분가능한 근로조건의 향상에 대해 쟁의해야 합니다. 판례를 봐도 그렇고 저기서 말하는 근로조건의 향상은 임금인상을 말합니다. 즉, 철도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철도민영화 반대든 수서발KTX 반대든 뭐든간에 애초에 파업이 불법이 된다는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라는 목적을 위해서 불법파업이 되지 않도록 코레일이 들어줄 수가 없는 엄청난 임금인상안을 요구하면서, '민영화 반대'와 '임금인상'을 아슬아슬하게 병행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코레일이 철도노조에게 불법파업이라고 하는 건 '민영화 반대'는 근로조건의 향상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조건이 될 수 없다는 건데,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자신들의 근로환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근로조건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건 법원이 보수적이라서 안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 '임금인상' 카드를 갖고 있는 거죠. 게다가 6.7%입니다. 이거 어차피 들어줄 수도 없어요. 애초에 들어줄 수가 없는 뻥카를 크게 질러야 코레일이 덥썩 물지 못하는 거니까 요구하는 거죠.
공공정책 연구하는 아는 후배가 쓴글 펌.
그냥 덧붙여 봅니다...
항상, 여기도 말이 올라오지만 도대체 선동이다, 무논리라고 하시는 분들은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여지껏 한두번 속아 왔었어야지... 먼 옛날 6.25때 서울을 사수하겠다 천명했던 이승만부터, 4대강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단언했던 이명박까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무논리라면, 논리학책에서 귀납법 부분은 지워야겠지요, 또한 과학은 지식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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