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법대 95학번 선배님의 대학합격수기

우아한 갈퀴덩굴2013.12.25 19:39조회 수 3424추천 수 10댓글 6

    • 글자 크기
웹서핑하다가 다음카페에서 퍼왔습니다.
우수하지만 가난했던 학생들의 배움터가 되었던
우리 부산대학교가 자랑스럽습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 뿐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 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질을 하는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교실 저교실 바쁘게 옮겨다녀야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뒤집어 쓴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속에선 앞날 대한 희망이 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추운 어느 겨울날, 책 살돈이 필요했던 나는 엄마가 생선을 팔고 있는 시장에 찾아갔다. 그런데 몇걸음 뒤어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 이상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엄마는 낡은 목도리를 머리 까지 칭칭감고, 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좌판에 돌아앉아 김치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졸음을 깨려고 몇 번이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가며 밤세워 공부했다.

가엾은 나의 엄마를 위해서.... 내가 어릴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형과 나,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 형은 불행히도 장애인이다. 중증 뇌성마비인 형은 심한 언어장애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하려면 얼굴 전체가 뒤틀려 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형은 엄마가 잘 아는 과일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며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도왔다. 그런 형을 생각하며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 뒤 시간이 흘러 그토록 바라던 부산대법대에 합격하던 날, 나는 합격통지서를 들고 제일 먼저 엄마가 계신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날도 엄마는 좌판을 등지고 앉아 꾸역꾸역 찬밥을 드시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엄마의 지친 어깨를 힘껏 안아 드렸다


"엄마...엄마..., 나 합격했데이....."


나는 눈물 때문에 더 이상 엄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엄마도 드시던 밥을 채 삼키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에서 한참동안 나를 꼬옥 안아 주셨다. 그날 엄마는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에게 함지박 가득 담겨있는 생선들을 돈도 받지 않고 모두 내 주셨다.

그리고 형은 자신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나를 태운 뒤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내게 입혀 주고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나를 자랑하며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그때 나는 시퍼렇게 얼어있던 형의 얼굴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보았다.
    • 글자 크기
부산대 법대 7분의 사법시험 합격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by 훈훈한 애기메꽃) 부산대 법대 개구멍쪽 비빔밥집 이름이 알고싶어요 (by 억울한 미모사)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10 저렴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식물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17 흔한 달뿌리풀 2013.03.04
85436 부산대 버스 첫차가 언제인가요??2 더러운 개망초 2014.07.25
85435 부산대 버스 환승질문입니다6 사랑스러운 개비자나무 2013.03.19
85434 부산대 버스킹 동아리 있나요?25 난쟁이 꽃댕강나무 2015.11.03
85433 부산대 법대 7분의 사법시험 합격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3 훈훈한 애기메꽃 2017.07.01
부산대 법대 95학번 선배님의 대학합격수기6 우아한 갈퀴덩굴 2013.12.25
85431 부산대 법대 개구멍쪽 비빔밥집 이름이 알고싶어요4 억울한 미모사 2019.03.23
85430 부산대 법대 없어졌나요?26 일등 쑥부쟁이 2015.05.20
85429 부산대 법대, 웅비관 뒷산에서 개소리9 잘생긴 홑왕원추리 2018.10.08
85428 부산대 법률상담소 어떻게 이용 할 수 있나요?6 다부진 돌가시나무 2014.03.16
85427 부산대 법전원?12 절묘한 배초향 2020.06.04
85426 부산대 법학과 사시 출신 공부법15 찬란한 금새우난 2020.01.27
85425 부산대 법학과 출신 선배님들 계신가요?3 기발한 쇠비름 2018.03.03
85424 부산대 법학대학원에 대해 질문합니다.32 괴로운 옥잠화 2015.05.25
85423 부산대 베라에2 유별난 협죽도 2019.08.13
85422 부산대 베이스먼트에서 일해보신분4 깔끔한 참개별꽃 2019.02.10
85421 부산대 베이직하우스 할인범위 머리좋은 으름 2014.09.19
85420 부산대 변리사 준비반2 게으른 부겐빌레아 2018.11.30
85419 부산대 병원 유쾌한 산괴불주머니 2016.12.12
85418 부산대 병원 가보셨어요?4 활동적인 섬잣나무 2015.08.25
85417 부산대 병원 건강검진 재학생 할인은 없나요? 민망한 파리지옥 2017.07.2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