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조별과제 많으시죠. 스터디도 많이 하실겁니다. 얼마나 많은 공간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에비해 1, 2도서관 합쳐 12개의 스터디룸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공간을 찾지 못해 다들 학교 앞 까페를 전전한 경험은 누구나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녁 6시 이후 텅텅 빈 강의실들을 보면서, 빈 강의실만 빌릴 수 있으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빈'강의실 대여에 있더군요.
제가 속한 경제통상대학 행정실의 방침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첫째, 경통대작년의 경우,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극소수의 강의실을 대여해줍니다. 그러다보니 스터디룸을 예약하는 것처럼 강의실 대여도 예약을 해야했습니다. 마치 스터디룸처럼 예약경쟁이 벌어집니다. 스터디의 속성상 지속적으로 예약을 해야하는데, 행정실에서는 '독점을 막기 위해'매 번 예약을 해야 대여를 해주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애시당초 강의실을 많이 개방해주면 문제가 안 될 일이지요.
둘째, 빈 강의실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시설물사용신청서'라는 것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이 신청서는 신청자가 속한 학과의 학과장의 도장과, 대여할 강의실을 관리하는 학과의 학과장 도장, 이 두 도장을 서류에 받아와서 단과대학 행정실에 제출해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매 사용시 마다'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터디를 보통 적어도 주2회는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때마다 두 학과장의 도장을 받아와서 제출을 하라뇨. 사실상 쓰지 말란 이야깁니다.
단대에서는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결과가 이겁니다. 텅텅 빈 강의실, 그리고 문전성시인 까페들과 모임공간들. 학생들을 사용 못하게 하는게 관리의 개념이었나요.
더 가관인것은 지금부터입니다.
경제통상관(국제관)이 지어졌죠. 그런데 오늘 강의실 대여신청을 하러 갔는데 이제는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했기 때문에 오후 6시 이후로는 건물 사용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3월 한 달에 동안만 과 또는 동아리 차원의 총회개최를 위해 '특별히' 대여를 허락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특별히 허락을 하고 있답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강의실 하나 빌리는데 사정까지 해야했으며 행정실은 어떻게 갑질을 할 수 있는 걸까요?
경통대를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조그마한 독서실 같은게 몇 개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보면 사용시간이 9시부터 18시까지로 정해져 있어요. 바로 저 무인경보시스템 때문이라 합니다.
기가 찰 일이지요. 이제는 무인시스템 눈치까지 봐가면서 건물을 비워줘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무인시스템이고 규정입니까? 그럴거면 무인시스템 당장 없애야되는게 아닐까요? 경통대 단대의 이 담당직원분이 계속 '권한 밖' 일이라고 하시면서 어차피 자기한테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총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여기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실 수 있다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전화를 하는데 조선시대 때 백성들이 왜 신문고를 두드렸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권한 권한 하니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달리 또 누가 떠올랐겠습니까. 저는 무식해서 총장님만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총장님이 안 계신 관계로 비서실장님이 받으시더군요. 그런데 이 분 말씀으로는 학교차원에서 몇 시까지 비우라 마라 그런 세부규정을 세운 일이 없다는거에요. 그러면서 단대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시며, 제게 그렇게 답변한 직원의 상관, 혹은 행정실장, 그도 아니면 학장에게라도 건의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학장님께 전화를 했더니, 직원분이 이번에는 '보고체계가 틀렸다'며 학장님께 전화를 안 돌려주는겁니다. 부학장님께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라나요. 여러분, 제가 뭘 몰라서 여쭤봅니다. 보고체계는 조직내부 사람끼리의 규범이 아니었던가요? 공무원의 보고체계가 일반국민에게도 구속력이 있나요? 저도 지켜야됩니까??
어쨌든 그렇게 하라니까, 하랄 수 밖에요. 부학장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 근로학생이, 부학장님께선 교수연구실에 더 자주계신다. 그런데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교수연구실 전화번호를 모르니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겠다, 그렇게 말을 하길래 실례인듯 했지만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 꼭 건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전화를 드렸습니다. 받지 않으시더군요.
여기까지와서 드는 생각은 이겁니다. 아니, 학생이 스터디 장소가 없어서 빈 강의실을 하나 빌리고 싶다는데 이 정도의 수고를 감수해야 됩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정이고 시스템일까요? 어떻게 몇 년째 고칠 생각없이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걸까요?
저 일단 학장님과 부학장님께 메일은 드렸고, 신문사에도 제보를 했습니다. 또 제가 뭘 하면 학생들이 저 엄청난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강의실 좀 쓸 수 있겠습니까? 지역 신문사나 방송국에라도 제보해야 할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종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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