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중학교때 첫사랑 좌절먹은 글인데, 상대 감정을 토론해봅시다.

글쓴이2014.04.06 14:28조회 수 1105댓글 3

    • 글자 크기

정확히 몇월이었는지도 기억나는 일이다

2007년 5월 ...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요일은 잘 모르겠다만
어렴풋하게 그쯤이었다는것도 기억이 난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있었고 우리 학교에서는 반 대항 축구대회 시즌이 한창이었다

나도 다리한짝 없는 일게이라 축구는 정말 못하지만
일단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찌저찌 그 날 축구를 뛰기로 했었다

운동을 정말 못하지만 축구를 좋아하긴하던 나는
반에서 내가 관심있던 여자애한테 잘 보일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그 날 아침 살짝 들떠있었던 것 같다

내가 관심있던 그 애는 반에서 외모로는 ㅍㅅ ㅌㅊ 정도 하던 애였다
괜찮긴 한데 반에서 이쁜애를 꼽으라면 바로 나오는 애는 아닌 그정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걔가 나한테 특별했던 이유는 그 때 부터 약간 히키끼가 있던 나한테
스스럼없이 말도 걸어주고 잘 대해준 반의 유일한 여자애이기 때문이다
그땐 머리도 덥수룩하게 기르고 말수도 지금보다 월등히 적어서
당시 사진을 보면 진짜 지금보다 훨씬 노답같아보이는 외모였다
그렇게 노답이었던 내게 다른사람한테 하는것과 똑같이 해 주던 걔한테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와서
5교시에 있을 축구 대회를 위해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운동장으로 달려가
반 애들이랑 공이나 주고받으며 몸풀이 운동같은걸 했다
12시 40분쯤 되니 축구화를 교실에 두고 실내화착용후 몸을 풀고있었으므로
축구화로 갈아신기 위해 잠시 교실에 갔다온다고 교실쪽으로 올라갔다

그 때 남자애들은 1시에 시작할 축구대회 매치를 위해 다 나가있었고
여자애들은 그제서야 '일단 체육시간이니 한번 나가볼까' 생각을 하며 교실에 모여 잡답을 하고 있을 시간대였다

교실에 올라가니 5월이라 에어컨도 안나오는데 날씨는 슬슬 더워지는지라 반에 온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복도에 있는 사물함으로 걸어가는데 교실에서 복도로 흐르는 시원한 바람을 따라
반에서 떠드는 시끄러운 중학생 여자애들의 이야기소리도 같이 새어나왔다

무심코 걸어가는데 내 발이 교실 창문 바로앞에서 멈춘건 여자애들 잡담에서 내 이름이 내귀로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에는 내가 관심있어하던 여자애 목소리도 있었다

대화내용은 대충 이랬던걸로 기억난다
' 그래서 축구는 누구누구하는데 ?'
’XXX랑 YYY랑 ZZZ랑... 또 일게이 걔도 있고'
'일게이 ? 걔가 축구도해 ?'
'응 그런가보던데 점심때 축구하잖아'
'와 대박 ㅋㅋ 나 걔 잠자는거말고 본적이 없는데'
'난 말한번 안해봄'
'걔 뭔가 눈매도 기분나쁘고 ...'
'찐따 아님 ?'
'변태같이 생긴거같아ㅋㅋㅋ'
'ㅋㅋ 난 걔 이름도 잘 몰랐다'

이러다가 이제 내가 관심있던애 이름도 나온다 (편의상 OOO라 하자 얘가 한말은 따옴표로 씀)

'그러고보니 OOO넌 걔랑 말좀하던데ㅎ'
'OOO 얘는 남자애들이랑 다 친하잖아ㅋㅋ'

"그냥 불쌍해서 말 걸어주는거야"
"솔직히 걔가 나랑 말이라도 하는건 내 입장에선 적선"
....

뭐 그 말 듣자마자 바로 뒤돌아서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로 땀부터 씻어서
그 다음에 걔들이 무슨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걔는 그렇게 생각하는 수준에서 말을 건건데
난 그때 너무 어리고 뭘 몰랐어서 그런 아무것도 아닌거에 뿌듯해하고 좋아했던게
당시 사실을 알게된 이후에는 너무 부끄럽고 비참했다...

근데 그 때 더 충격적이었던건
화장실에서 10분쯤 있다가 나오는데 여자애들이 단체로 내려가더라
거기에 그 여자애도 껴있었음...
내가 오히려 당황해서 쭈삣대는데 그 여자애가 대뜸 나한테 묻더라
" 오 일게이 ! 화장실 가려고 올라온거 ?"
너무 태연하게 씩 웃으면서 말하길래 난 엑윽엑엑했다
"아..아...축구화 두고와서..."
라고 말하고 빈교실앞에 있는 사물함에서 축구화 빼들고
반대편계단으로 후다닥 내려갔다

이후에는 그 여자애랑 진짜 서먹하게 지냈다...
말걸어도 잔다고 방해하지 말라하고
학교가서 자고 밥먹고 자다가 집오는게 일상이었음

지금 난 대학생이 되었지만(물론 아직도 씹히키다)
그 일은 아직도 나한테 생생하고
교양에서 만난 여자, 또 다른 어딘가에서 만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 때 마다 이런생각을 한다
'아 얘의 눈 뒤에서는 대체 나에대해 무슨생각을 하는걸까..... 얘도 나한테 적선을 하고 있는건가....?'



 
 
 
------------------------------------------------------------------------------------------------------------------------------------
 
제생각은
여자는 이 글쓴이를 혐오하거나, 싫어하는게 아니라,
그냥 대화하기 편한 상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디스하니까  같이 디스한거고
그걸 이사람이 우연히 본거라고 생각되네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8463 114 싸늘한 홍가시나무 2017.11.12
8462 16 유별난 꽃기린 2015.03.27
8461 14 안일한 제비동자꽃 2017.11.22
8460 12 키큰 섬백리향 2016.04.01
8459 14 발냄새나는 뽕나무 2017.06.04
8458 16 부자 쇠별꽃 2015.09.16
8457 11 돈많은 삼나무 2017.11.15
8456 19 아픈 부추 2016.09.13
8455 111 민망한 오미자나무 2015.11.30
8454 111 더러운 섬초롱꽃 2018.03.27
8453 118 날씬한 산오이풀 2014.06.08
8452 11 때리고싶은 여뀌 2015.05.27
8451 13 육중한 부처꽃 2013.12.09
8450 110 찌질한 구름체꽃 2016.05.12
8449 111 느린 달뿌리풀 2018.12.28
8448 11 기쁜 맑은대쑥 2013.03.15
8447 114 냉정한 가락지나물 2016.06.18
8446 13 때리고싶은 개망초 2013.05.11
8445 111 사랑스러운 상추 2016.03.10
8444 132 우수한 가시여뀌 2013.03.1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