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대학교 기숙사방에서 같은학교 여자들 사진을 모아서 페이스매치?(이상형 월드컵 같은것)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다수의 '익명'의 남자들이 참여해 주변 여자들의 외모에 점수를 메긴다는 점이다. 유명한 연예인들도 아니고,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익명'으로 평가한다는 것 때문에 이는 급속히 확산된다. 그러다 결국 여자들이 이를 알자 발칵 뒤집어졌고, 남자들의 게임도 막을 내린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첫 장면이다.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익명의 가면은 언제나 다루기 힘든 존재였다. 이들을 통해 이야기가 무에서 유로 바뀌거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그 확산성은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져갔다. 큰 사고가 난 뒤에 경찰을 통해 잡은 범인은 "생각없이" 혹은 "호기심에" "장난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글의 목적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그 후로도 시달려야만 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의 공간은 그렇게 작은 눈뭉치도 바위로 만드는 공간이다.
최근 반짝이 게시판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것이 익명성을 어느정도 보장하는 것인데, 거기에다 한번더 익명성을 더해 글쓰는 사람은 글 속에서 지워지고, "반짝이"라는 그들이 집착하는 대상만 남는다. 그래서 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에 대해 옷차림이라던지, 성+이름 자음이니셜, 학과, 나타난 시간과 장소같은 구체적인 모습(무슨 열람실 몇번자리까지 올라왔었다)이 드러나서 본인은 물론이고 알만한 사람은 알게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익명성의 이중의 가면에 가려지고 자신들이 좋아한다는 대상은 워낙 반짝 거려서 같은 학과 사람이면 알만하게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최근에 몇개의 글은 "기승전 훼이크"의 글들로 "알고 봤더니 시끄럽게 떠드네요. 반짝이 취소". 라던가 "몸매는 좋지만 얼굴은....."등의 글들이 올라온다. 그러면 또 "무개념녀 ㅋㅋㅋ" "ㅋㅋㅋ" 등 익명의 참여자들이 댓글을 단다.
또한 게시판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글을 올리는 사람은 그 사람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정보를 구하는데(물론 본인이 누군지 밝히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나타날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글쓴이가 어떤 사고를 가지고 무슨 의도로 그 사람을 찾는지 알수가 없는데 누가 친구의 신상정보를 팔겠는가?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반짝이가 생긴다면 반짝이 게시판에 올리지 않을거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반짝이 라는 사람이 대중앞에 서는 연예인도 아니고 우리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우일 뿐인데, 자기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그들을 이렇게 무대위에 끌어올릴 권리가 글쓰는 사람들에게 있는가? 이렇게 게시판이 흘러가는것이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운영자가 게시판을 "엿 먹어라" 라던가 "x되봐라"라고 이름을 짓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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