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글쓴이2014.05.12 01:46조회 수 551댓글 1

    • 글자 크기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은 비가 주르륵 오는 날이었다.
몇 개월동안 지켜만 보던 그녀에게
겨우겨우 쪽지를 남겨 연락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집밖을 나갈 때는 가볍게 내리던 비는
밥을 먹고 나오자마자 점점 무겁게 떨어졌고
이것저것 상대방의 기호에 맞춰 여러 코스를생각해뒀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하곤
그냥 근처에 있는 가까운 카페로 이동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어색함이 맴도는 침묵이 찾아오면
그녀는 빗소리듣고 조용히있는것도 참 좋다며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곤 했다.
시간이 흘러 우린 카페에서 나왔고
나는 그녀에게 기숙사까지 데려준다고 했다.
그녀는 날 쳐다보고는 가볍게 웃어보이더니
그럼 같이 올라가자고 하였다.
학교의 오르막을 오르다보니 결국
멋내려고 신고 갔던 스웨이드신발은 다 젖어버렸고
축축한 발을 이끌고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내 신발을 보더니
신발이 다 젖어서 어떻게 하냐며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다음에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너무도 활짝 웃어보였다.

비록 스웨이드신발은 두번다신 못 신게 되었지만
이렇게 비가 주르륵 내려 비냄새가 은은히 퍼지는 날이면
빗속에서 치마와 하얀셔츠를 입고 빨간 우산을 들고는
꿀꿀한 날씨와 대비되게 활짝웃어보이던
내 첫사랑이고 현재 여자친구인 그녀의 미소가 선명하게 스쳐지나간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57582 [레알피누] ㅋㅋㅋㅋㅋ요즈음에 신경쓰이는 사람이46 센스있는 자라풀 2017.12.12
57581 어디서 얼마나 잘못한걸까요..46 유치한 꿩의밥 2017.12.11
57580 .46 찬란한 바위취 2017.12.05
57579 으흠46 엄격한 명아주 2017.11.25
57578 ..46 머리좋은 질경이 2017.08.25
57577 .46 불쌍한 지칭개 2017.08.25
57576 가슴큰 여자가 좋아요.ㅜㅜ46 흐뭇한 일월비비추 2017.08.06
57575 [레알피누] 여자친구 집이 기초생활수급이에요. 이제 지치네요.46 발랄한 산철쭉 2017.07.19
57574 저랑 연락할사람46 멍청한 사과나무 2017.07.13
57573 남자친구 어떻게 하면 만날수있나요??46 바쁜 부처꽃 2017.07.09
57572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46 납작한 세쿼이아 2017.04.21
57571 04학번인데 17학번을 좋아합니다!!!46 생생한 오리나무 2017.04.21
57570 여자 목걸이46 잉여 수련 2017.02.05
57569 남자친구랑 200일 넘었는데 왜 남자친구같지 않을까요46 보통의 리기다소나무 2016.12.07
57568 연애하고싶어요46 친숙한 꽃댕강나무 2016.12.05
57567 여성혐오증46 활동적인 고추 2016.12.04
57566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분들46 의젓한 아프리카봉선화 2016.11.14
57565 남사친이 우리집에서자고간다는데요?46 수줍은 붉은서나물 2016.10.25
57564 여러분들은 하루 두시간씩 꼭 운동해야하는 사람 싫나요?46 애매한 낭아초 2016.10.14
57563 여친이 임신한 거 같아요46 침울한 은분취 2016.10.0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