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글

효원재 지네

G's2014.05.21 09:36조회 수 5760추천 수 1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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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원재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 전설이라 함은 효원재라는 공간은 학생과 지네가 공존하는 생태계라는 것이죠. 
설마하니 저도 당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았었죠.
창틀에 팔을 기대고 책을 볼려고 하는데 갑자기 느낌이 쎄한겁니다.
그래서 창틀을 봤는데..........................................................................................






팔꿈치에서 5cm 떨어진, 방충망 밑 마지막 창틀에서..........
20cm가량의 지네가 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검은 몸통, 빨간 대가리와 빨간 다리, 노란색의 두꺼운 더듬이, 주황빛의 다리는 족히 70개는 되어보이고............



참고로 저는 동물을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군대에서도 곤충때문에 병장생활을 잘 마무리할수 있었습니다(?).
어릴때에는 조그만한 약통에 벌레를 잡아넣어서 한동안 바라보기도 하고, 
제 채집실력은 군대에서는(거기만큼 벌레가 많은곳이 없었으니까) 독보적이었습니다. 
뱀 두꺼비 말벌 가재 등등 못잡는게 없었습니다. 
심지어 거미가 이쁘다고 벌레를 잡아먹이며 키우기도 하던 미친 놈이었습니다.



하지만..지네라는 놈은 흉측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보다 1년을 더 산 룸메가 자기 전에 이야기하곤 했던 지네괴담에도 코웃음을  치며
난 '약통에 담아서 관찰'할 것이라 선언했던, 나약한 룸메를 비웃던,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정말 왜 여자들이 벌레때문에 소리를 지르는지 여태껏 몰랐지만..그 때 깨달았죠.
순간 드는 그 께름칙함과 경악과 분노에 한동안 비명을 질렀습니다.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에프킬라가 있었는데.... 
이놈은 제가 뿌리기 시작할때부터 죽을때까지 1분은 족히 걸렸습니다.
에프킬라를 맞으면서 50cm가 넘는 창틀을 기어가다가 마지막에 벽에 걸려서 못갔지
아마 길만 있었다면 쭉 도망갔을 겁니다...
사람도 저렇게 에프킬라가 몸에 쏟아지면 죽겠다 싶은데말이죠.

지네는 발라당 뒤집어졌고 한동안 사후경련에 발을 하나씩 움찔거렸습니다. 마치 피아노 건반두드리듯이..
뒷처리는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못쓰는 종이에 싸서 버렸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을때에는 정말이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볼 때마다 심쿵하는 비주얼..
젓가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몸통.. 
언제라도 다시 살아서 발악할 것 같은 불안함...



제 방에는 먹을 것이 일절 없고 사실상 5층인데다가
평상시 위생상태도 좋은 편에다가.. 청소도 자주 하는데.. 
보이는 벽지가 찢어진 부분은 테이프로 막고, 문 옆의 벽 틈에는 촛농으로 막았는데.. 큰 구멍에는 나프탈렌을 집어넣았고
모기퇴치하는 홈키퍼도 밤새 켜놓았고,  옷장엔 좀벌레방지 패드가 다 깔려있는데..

지네란 놈은 도대체 뭐인가요... 넌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위해 이 방에 들어온게냐...
검색해보니 지네는 3~5년은 넘게 산다고 합니다.. 
이학교에서 저보다 오래 지냈을 거에요 아마.


그뒤로 한동안 멘붕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사건 이후 패닉에 빠져서 공부도 못하고(책상-창문 바로 옆-근처에도 가기 싫어서)
그렇게 좋아하는 컴퓨터도 안하고(책상 위에 있으니까)
침대에서 조금 전까지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같습니다.


공부때문에 여름방학에도 기숙사에 살 생각이었는데 ...
아무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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