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보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에 이런것들이 묻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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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큰불을 잡는 데 고작 ‘13분’이라니…. 이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9시 42분. 서울대 기숙사(관악사) 919C동에서 나른한 일요일 밤을 발칵 뒤집어 놓는 대형 화재가 일어났다. 누군가 무심코 지하주차장 폐품 더미로 던진 담배꽁초 불씨가 순식간에 기숙사 건물 4층 높이만큼 타오른 것. 자칫 9층짜리 건물 안에 있던 기숙사생 150여 명이 모두 화마에 희생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하지만 이들은 구한 것은 최첨단 소방로봇도, 숙련된 소방관도 아니었다. 본인들 스스로 위급 상황을 헤쳐 나온 것이다.
31일 본보 취재 결과 대형 화재로 번질 뻔했던 서울대 기숙사 화재가 단 한 명의 중상자 없이 1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진압될 수 있었던 건 5월 실시한 화재 대피훈련과 화재가 난 919C동 조교인 김경환 씨(28·보건대학원 석사과정)의 목숨을 건 구조가 있어 가능했다.
서울대는 5월 9일 오후 관악사 전 직원과 919C동 사생 80여 명이 참여한 합동 비상대피훈련을 실시했다. 그간 매년 화재 대피훈련을 해왔지만 사생까지 참여시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교육부가 전국 대학을 상대로 비상대피훈련을 실시하라고 주문했기 때문. 공교롭게도 ‘시범 케이스’로 훈련장에 선정된 장소가 이번에 불이 난 919C동이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훈련에서 919C동 학생들은 난생처음으로 소화기, 소화전을 직접 써보고 화재 대피용 사다리차까지 탔다. 훈련을 진행한 관악소방서 직원들이 “역시 모범생들은 다르다”고 입을 모을 만큼 훈련 태도도 좋았다고 한다.
고된 훈련의 성과는 값졌다. 27일 밤 불길이 치솟은 지 3분도 안 돼 사생 10명이 직접 소화기와 소화전을 들고 진화에 나섰다. 그 결과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화마가 건물 안까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에 나선 사이 건물 안에 있던 사생 140여 명은 인근 대피소로 지정된 920동까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더 눈부셨던 건 김경환 조교의 활약. 소화전으로 불을 끄던 김 조교는 ‘큰불은 잡았다’고 생각하자마자 검은 연기가 가득 덮인 919C동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1층부터 9층 꼭대기 방까지 샅샅이 뒤졌다. 잠이 들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정말 그의 예상대로 5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짙은 어둠 속에서 떨고 있었다. 김 조교는 이들을 모두 데리고 반대편 통로를 통해 빠져나왔다.
그는 “헤드폰을 끼고 자느라 바깥에 불이 난 줄도 모른 학생도 있었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가스 질식을 당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관악사 측의 기민한 화재 대처에 대해서는 일선 소방관들조차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화재를 총괄조사한 서울 관악소방서 김정호 화재조사관은 “훈련을 통해 학생들이 미리 화재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며 “소방관 생활 22년간 초기 진화부터 대피까지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잘된 건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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