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을 몰래 듣고 차도르에 스니커즈를 신는 소녀, 와즈다
똑같은 검은 구두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운동화 한 켤레. ‘와즈다’다. 열 살 소녀 와즈다가 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로 특히 여성에게 많이 유별난 곳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감싸고 얼굴을 내보이면 안 되며, 여자의 목소리는 나체와 같아 밖으로 나가면 안 될 뿐더러 남성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어서도 안 된다. 생리를 하는 여성은 불결한 기운이 경전에 스며들지 않도록 손대신 휴지를 집어 코란을 넘겨야 하는 것이다. 이뿐인가? 여자는 당연히 가계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결혼을 하더라도 아들을 낳지 못하면 남편이 새장가를 드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이유 없이 무례하게 구는 남성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아내야 하는 곳. 영화는 이 모든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그에 대응하는 여러 여성상을 동시에 배치하여 현재 과도기의 사우디아라비아를 구성하고 있는 여성들의 정체성을 구현한다. 와즈다의 눈은 관객에게 그 세상을 보여주는 창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금지된 것들 투성이인 이 이상한 곳에서 와즈다가 원하게 된 한 가지는 바로 ‘자전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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