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생에서 어떤 큰 시련을 겪어보셨습니까?

뚱뚱한 쥐오줌풀2015.02.08 00:13조회 수 4769추천 수 35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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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메일 보내주시는 분들중에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메일만 읽은 저조차 하루종일 머리속에서 계속 그 어려움이 생각날정도입니다.
 
예전에 제가 한번 말씀드린적이 있었을겁니다. 이 글은 다시한번 쓸께요
아주 오래전에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야학교사를 한적 있습니다.
그때 나름 여친이랑 헤어지고 힘들었던 시기인데.
애들 가르치고 저녁 10시가 넘어
야학교사끼리 교실에 모여.
다들 돈도 없어서 소주에 새우깡을 까며, 인생의 시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나름 그당시 여친이랑 헤어져서 힘들다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그날 모였던 다른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 고민이 어리석었던걸 알았습니다.
 
후배여자교사 한명은.
자기는 절대 통닭을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어렸을때 집이 갑자기 기울어서 아버지가 회사를 부도내고
집을 나가 도망다니셨는데.
아버지께서 몇일간 노가다를 뛰면서 노숙을 하다가.
통닭집앞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통닭을 보니 집에 두고온 딸들이 닭을 매우 좋아하는 모습이 생각이 나서.
아버지는 저녁을 굶고 그 돈을 모아서
만원짜리 통닭을 한마리 사서. 버스탈돈도 없어 한겨울에 새벽에 몰래
1시간을 걸어서
집앞에 도착해서.가족들이 있는 지하 단칸방으로 내려와서
몰래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통닭 사가지고 왔다고...
그때 후배는 아버지 얼굴을 삼개월만에 처음 봤는데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합니다.
근데 그 순간
갑자기 잠복했던 형사들이 사방에서 나와서
아버지를 잡아갔는데
그 친구 아버지가 잡혀가면서도 손짓하시면서
얼릉닭 식기전에 먹고 건강하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 친구가 아버지를 본 마지막 모습입니다.
사기혐의로 감옥생활을 6개월정도 하시다가.
몸에 이상이 생겨서 옥중에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가 본건
그때 아버지가 웃으면서 닭 식기전에 먹으라고 하면서 잡혀간게 마지막이었고.
그 이후에 자기는 너무 울음이 나서 통닭을 못 먹는다 하더군요.
 
저는 그날 제 고민을 그 친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1년전에 취업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등학교 선배를 만났는데
자신의 부모님이 고아시고, 고아원에서 만나신 두분이 결혼해서 가족이 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결혼은 했지만 아직 몇년간 취업을 하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부모님이 취업걱정을 하는 그형 에게
"너가 취업 못한게 무슨 고민이냐? 너가 부모가 없냐 형제가 없냐? 나는 어린 시절에
밥 굶어도 좋고 집 없어도 좋고, 학교 안다녀도 다 좋은데,  부모님만 있으면 뭐든 할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번 했다. 너가 무슨 고민이 있냐? 어머니 아버지가 없어? 뭐가 모잘라서?세상에 너 혼자냐? 걱정하지 말고 다 잘될테니까 기다려라."
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 두분은 고아끼리 결혼이라 돈도 정말 많이 절약하시고, 세상에 두분밖에 없다는 공포에 항상 무슨일을 하던 신중하고 어렵게 결정했다고 하네요. 세상에는 두분밖에 없으니까요.
 
제 생각은요.
제 다리에 모기 물린 자국이, 옆에 다리부러진 사람하고 같이 있다고 안 간지럽지 않아요.
전혀요. 절대로요.
위에 말한 친구들의  상황을 제가 안다고 해서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도 제가 여자친구랑 헤어진게 고민이 아닐수도, 안 슬프지도 않을겁니다. 저에게는 당면한 큰 고민이고 고통이죠.
 
지금의 저 역시 그린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생각은 똑같습니다.
다만 한번쯤 생각해야 될건.
본인이 모기한테 물렸는데, 마치 다리부러진것처럼 생각하는건 상황을 극복하는데 또다른 어려움이 될수 있습니다.  
 
만약에 어떤 어려움과 만나게 된다면, 다리가 부러졌어도 모기한테 물린거야 라고 생각하는게 상황을 극복하는데는 분명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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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합니다
  • 음...저 조심스레 한마디 추가 하자면 다리가 부러지고 모기에 물린거라 생각해도, 자신이 대처해야 할 상황은 다리가 부러진것임을 분명히 알 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쉽게쉽게만 생각하려하고 힘든일도 별거 아닌듯이 치부해버는게 습관이 되면 어느순간 자신이 격고 있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확실히 알 수 없게 될꺼라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도 못한채 흘려 보내고 그런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한 순간 무너질수도 있을꺼 같아요. 부러진 다리에 모기물렸다고 물파스 하나 바르고 다시 걸으려고 한다면 어쩌면 다시 걷지 못 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상한 으아리
    본문에 내용이랑 좀 다르긴한데...........아...말하기가애매하네
  • 좋다
  • 사람 하나하나가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고 이를 극복하는 방식도 다른데 이런 말만 번지르르하고 내용도 제대로 없는 개똥철학을 좋다고 빨고있네
  • @늠름한 돼지풀
    그 개똥철학이라도 한 번 써보세요. 빨아줄테니
  • ㅠㅠ 난 가족에 관련된 얘기만 들으면 왜케 눈물이 나지ㅜㅜ
  • @겸손한 부겐빌레아
    저도 요새 그럼ㅠㅠ
  • 힘이나는것 같습니다.
  • 좋은 내용이네요. 전 모기에 물린거와 다리를 다친 것 중 뭐가 더 큰 시련인지 판가름 할 수 없다봅니다. 객관적인 정도의 차이가 개개인이 느끼는 고통의 차이와 비례하진 않으니까요.
  • That story about chicken and dad brought along a fucking army of onion cutting ninjas around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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