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 군대, 기숙사 식당에 이르기까지
급식이라면 오래도록 이것저것 먹어본 사람입니다.
사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 대다수가 학창시절을 급식과 함께 보낸 것으로 압니다.
자! 여러분들은 지금 고등학생입니다.
오늘 배가 많이 고픈데 식단표를 보니까 반찬의 상태가 이렇습니다.
[백미밥 콩나물국 멸치볶음 고구마줄기볶음 김치 양반김]
여러분 이거 먹고 싶어요?
대다수는 매점 가서 라면 핥아먹고 빵 데워 먹습니다.
급식 먹는 사람들도 맛있게 모조리 냠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김이 있으니까 김에다가 밥 싸서 먹고 국물 몇 숟갈 떠먹고 김치 한 쪼가리 먹고
나머지는 그냥 버릴 겁니다
배식을 받은 사람 중에 70% 이상이 이렇게 행동할거라 생각합니다
즉, 그러니까 영양사가 영양성분 맞춘다고 골머리 앓으며 만든 식단에
친환경 무농약 로컬푸드 어쩌구 국산 재료만 엄선해다가
조리원 분들이 그 덥고 좁은 공간에서 땀 뻘뻘 흘려가면서 만들어 낸,
몸에는 좋은가 몰라도 맛대가리는 없는 그놈들
뜨끈뜨끈한 그놈들은 바로 버려지지요
이게 대체 무슨 헛짓거리입니까?
학교 12년 다니면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엄마 돈이든 국민 세금이든 뭐시기든 간에
이렇게 돈을 낭비하는 행위가 또 있겠습니까?
그런데 솔직히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잖읍니까?
우리 학교에서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쳐도 아까워 죽겠는데
전국에 학교가 얼마나 많습니까.
수백만에 이르는 학생들이 뜨끈한 밥을 버리고, 용돈으로 빵을 사 먹고 있는 겁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재학할 그 당시에 급식 한 끼 가격이 2,500원? 그 정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컵라면 2개에 아이스크림 하나 살 수 있는 돈이에요!! (그때는 물가가 그랬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아까워서 난 진짜 아무리 맛없는 밥이 나와도 꾸역꾸역 처먹으며 살았습니다.
어 사실 그렇게 먹고도 아이스크림 사먹은 건 안자랑..
난 무상급식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맘에 안 듭니다.
어차피 정부자금 왕창 투입되고 있는데, 차라리 이 참에 애들한테 진짜 맛있는 밥 먹이고 싶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어서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혼분식 장려라고 해서 도시락에 잡곡이 없으면 매를 맞았고,
우리는 멀쩡한(아니 멀쩡하지는 않은..) 밥을 버리고 빵을 사 먹으며 컸습니다.
난 비록 그렇게 살았지만 억울하다거나 보상받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부랄털만치도 없어요
대신에 우리 후배들 동생들은 좀 선진국답게, oecd 가맹국답게, 무역규모 상위 6위권 국가답게 폼나게 차려놓고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복지 아닙니까?
아무도 안 먹고 다 버리는 "밥처럼 생긴 물질" 만들어 주면서 뭐가 복지냔 말입니다.
그런 밥같잖은 밥에다가 급식이라는 이름 붙이지 맙시다.
최소한 밑에 있는 사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글에서 아무 짤이나 긁어봤습니다.
일본 급식
일본 교도소 식단
한국 어느 회사의 사내 식당

그렇대요
우리나라 급식 짤은 안 올립니다 그냥.
[백미밥 콩나물국 멸치볶음 고구마줄기볶음 김치 양반김]
애들한테 저렇게 먹이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국력으로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잘 먹어야 애들도 잘 크고 체격도 좋아지고 체력도 좋아지고 운동도 잘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공부도 잘 됩니다.
맨날 설탕범벅 패스츄리에, 비둘기고긴지 쥐고긴지 정체도 모를 이상한 양념고기빵이나 먹으며 사는 애들
난 진짜 노인, 장애인, 그리고 애들한테 복지한다고 쓰는 돈은 안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밥 좀 팍팍 줍시다
저 짤들이 조작된 것이라 하더라도, 저렇게 줍시다
예비군 가면 점십 밥 잘 주잖아요
비록 단가가 왜 6천원씩이나 하는지 그건 좀 의문이지만
적어도 그거 대충 먹고 남기는 사람 별로 못 봤습니다.
맛도 양도 후식도 그럭저럭 괜찮단 말입니다.
진짜 적어도, 최소한도로, 그 정도만이라도 해주고 싶습니다.
(업체명도 알고 있는데 구글에 사진이 없네요,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쉽습니다만 어차피 예비역들은 알 테니까)
예전에 곽노현이었지요
토론프로그램 출연해서 시 한 수를 읊었죠
"나만 밥이 공짜래"
근데 어차피 애들 옷 입고 다니는거나 신발 신는 거만 봐도
애들끼리 서로 금수저인지 똥수저인지 다 압니다.
솔직히 님들도 학창시절에 누가 어렵고 뭐 그런거 서로 다 알았잖아여?
밥이 공짜든 아니든, 어차피 가난한 걸로 눈치받는 건 해결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곽노현이 진정한 교육자이고, 애들을 생각할 줄 알았다면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어야 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버렸엉"
음 여기까지가 내 생각이었어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욧!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