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를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멘토링을 하던 분이 가시고 네가 오늘부터 하게 되었다며 웃으며 인사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처음 본 날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널 좋아하게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네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날인가 네가 남친이랑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남자친구를 만나도 즐겁지 않고 그러다가 헤어졌다고.
위로했지만 사실 속으로 기뻤다.
속물이라고 욕해도 좋다.
두어번 고백했을 때 너는 나와 사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라 나와 만나면 헤어질 것이 두렵다며.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너에게 연락을 끊어버렸다.
어차피 나와 너의 생각이 다르다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지라 많이 보고싶었다.
그래서 네가 연락을 했을 때 많이 기뻤다.
하지만 그 날 내가 너를 만나러 나간 건 우리의 관계를 확실히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는 말을 하러 나간 것이다.
하지만 너를 만난 후에 그 모든 결심들은 사라져버렸다.
자발적 회복이라던가...
그런 비슷한 단어를 들어본 것 같다.
다시 자극을 제시하면 원래의 반응이 나오는 현상...
어쩌면 그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는 웃으며 내게 왔고, 나는 다시 너에게 빠져버렸다.
얼마 후 나는 다시 너에게 고백했고, 너는 또다시 나중을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어느 유행가 제목처럼 사랑과 우정사이에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채로 너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되어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네가 그렇게 하고싶어 하던 일이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6개월동안 나는 사람이 얼마나 타국의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지구반대편의 나라에 얼마나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가...
그 곳의 날씨, 사건 사고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여름이 되어 너는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시험을 준비하고, 너도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라 별로 만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인가...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다가 시작도 못하고 끝나겠다고...
어쩌면 나는 그 때 조금은 '이별'이라는 것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는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이별은 어느새 우리의 곁에 다가와 있었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너는 나에게 시험은 어찌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내가 떨어졌다고 말하고 며칠 뒤, 너는 나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너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이렇게 우리는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많은 것들이 기억난다.
너를 데려주고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온천천을 따라 걸으면서 학교까지 오던 길에 수없이 바라보던 달과 별들.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네가 점심을 먹자고 해서 하루에 점심을 두 끼씩 먹던 날들.
네가 미국에 가 있던 동안 너에게 쓰던 편지들.
그리고 우리가 같이 함께 보냈던 날들.
이제 너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쩌면 나는 이제 조금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누가 나에게 다시 이런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누군가를 쳐다만 보아도 좋은 것.
같이 있으면 공기마저 좋아지는 느낌.
네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게 좋다는 느낌들.
솔직히 말하면 지난 몇 달동안 참 많이 힘들었다.
폐인처럼 살지는 않았지만 휴대폰도 없애고 정말 공부만 한 것 같다.
내가 만약 시험에 붙었다면 네가 떠나지 않았을까...
내가 만약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네가 떠나지 않았을까...
내가 만약...
수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주었기에 이제는 정말 너를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네가 어디에서 누구와 지내던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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