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오후 3시 10분경 학내에서 교수님이 유서를 남기고 몸을 던지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무관심 했습니다. 1학기 말부터 플랜카드를 걸고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시고 어제자로 12일째 교수회장님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동안 교수님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계신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에만 몰두하고 그것에 대해서만 학우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말하면서 정작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교수님들의 목소리는 뒷전에 두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부산대학교의 한 학생으로서는 너무 죄송하고 대표자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제 사의를 표하신 총장님의 심정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직선제 수호를 내걸고 총장으로 당선되셨지만 학교 운영의 실무를 보는 입장에서 교육부의 재정 압박이 큰 부담이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교육부의 재정 지원이 삭감되면 대학은 물론이고 그 구성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물론, 이해가 되는 부분과는 별개로 총장님이 학교의 대표로서 책임 회피를 하셨던 점은 정확하게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이 총장님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교수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습니까? 왜 교수님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시게 됐습니까? 공주대, 한국방송대, 경북대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했음에도 왜 임용 제청을 거부당했습니까?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돌아가신 교수님 말씀대로 우리는 너무 무뎌져있습니다. 일단 저부터 너무 무뎌져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죄송스럽습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세월 많은 분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셨고 그것으로 충분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민주주의는 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국선언을 하고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힘없는 목소리는 끝내 닿지 못합니다. 돌아가신 교수님께서 이러한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이런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얼마나 속앓이 하시고 깊은 고민을 하셨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몸을 던지시는 그 순간 교수님께서 가지셨을 참담한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대표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고 나아가 행동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대학을, 나아가 그러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미력합니다.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를 칠지언정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장 유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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