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나의 주치의가 뇌기능이 정지했다고 단정할 때가 올 것입니다. 살아 있을 때의 나의 목적과 의욕이 정지되었다고 선언할 것입니다. 그때 나의 침상을 죽은 자의 것으로 만들지 말고 산 자의 것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나의 눈은 해 질 때의 노을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얼굴과 여인의 눈동자 안에 감추어진 사랑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심장은 끝없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그러나 김원중(1986~2012·사진)씨는 너무 젊었고, 그래서 너무 안타깝다. 건국대 일어교육과 4학년이던 김씨는 지난 여름방학 때 경기도 연천군이 초청한 일본인들의 통역 일을 맡았다. 비가 내리던 8월 18일 밤 11시40분, 전곡읍의 숙소 인근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길을 건너다 쏜살같이 내닫던 과속 승용차에 치였다.
뇌사 기증자 추모관의 글은 이렇게 끝난다. ‘…우연한 기회에 나를 기억하고 싶다면, 당신들이 필요할 때 나의 친절한 행동과 말만을 기억해 주십시오. 내가 부탁한 이 모든 것들을 지켜준다면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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