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제대로 헤어졌어요.(내용지움)

글쓴이2017.10.17 13:07조회 수 4109추천 수 23댓글 4

    • 글자 크기
처음 좋아한 사람도 처음 사귄 사람도 아니지만 첫사랑으로 남을 아이랑
몇년만에 제대로 헤어지고 왔어요.
 


오년전 그때 봄에서 그대로 멈춰있었는데 이제 시간이 가겠죠?
놀고 웃고 나좋다는 사람도 만나고, 이야 이제 괜찮아졌나보다! 하고 잘 살다가도 편지 한장에 훅, 카톡 하나에 훅, 사진 한장에 훅.. 쉴새없이 그날로 돌아갔어요.
 
 
그동안 이 아이랑 못헤어지고 있던 나때문에 주위사람들을 너무 많이 괴롭혀서 이제 이런 익명글밖에 못쓰겠어요..

아.. ...만약에 다시 본다면 예쁜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퇴근해서 쩔어있고.. 울고.. 별로였어요. 나 직장에선 해사하게 잘 웃고 다녀서 상도받고, 모두에게 친절하고 칭찬도 많이 듣는데..

하고싶은 말은 다 했고 듣고싶은말도 들었으니(진짜 듣고싶은 말은 못들었지만) 이제됐다, 원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마주 앉아서 눈보고 얘기하고 싶어요. 보고싶네.

그동안 살면서 뭐가 즐거웠고 힘들었는지도 듣고싶고.. 난 혼자 동떨어져서 공부한건 반년이 단데도 힘들었는데, 넌 일년반동안 진짜 힘들었겠지.. 고생많았구 축하해.
 
 


 
있지, 일해보니까 너무 좋아서 계속 하면서 살고싶어. 그런데 애 키우면서는 못할거 같드라. 그래서 안낳고 안키우고싶어. 근데 무심코 니 생각이 나면, 니 애라면 그렇게 할 수있을거같다가, ....,

졸업전에도 직장에 와서도, 잘 있다가도 니 생각이 훅훅 나니까, 아기낳아 키우면서 내가 이때까지 못느껴본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해봐야 니가 잊혀질까 싶기도 해.

그리고 택시 혼자 못타는건 나 졸업하기 몇달전에 택시에서 무서운 일 있었어서 그런거고.

그리고 내가 요새 불안하고 불안정한건 나름 열심히 살아온걸 가족한테서 부정당하고있기 때문이야. 모든 가족의 불행이 다 내탓이라네? 뭔소린지.
 
 
 
 
 
 
니 전화번호도 잊고있는줄 알았는데 내 머리가 기억하고 있더라고.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숫자들 이거 뭐였지했는데 보니까 니 번호 맞더라.

그때 하필 벚꽃엔딩이랑 건축학개론이 나왔는데, 그후로도 계속 사방에서 틀어줘서 그때가 계속 더 올라오는건가싶기도 하고.. 그 노래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가도, 거리에서 들리면 그때가 생생하게 다가와서 사실 좋아.
 
직장에서 보는 생년월일들에 우리랑 관련있는 날짜들이 보이면 그때마다 심장이 쿵쿵해. 만난날, 헤어진날, 군대간날, 니 생일. 니 나이 남자분이 오면, 아 너두 지금 이만큼 나이먹고 이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겠구나싶어서 한번 더보게되고.

 내가 매일 보는 것들에 니 이니셜이 얼마나 많이 새겨져있는지 알긴하니. 계속 건강해서 평생 몰랐으면 좋겠다.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니랑 얘기할때 거의 깼었어서 그런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더라구. 재워준 친구도 시험친다고 해서 사회대가서 시험잘치라고 넣어주고, 바딸 하나 쪽쪽 대고 먹으면서 너무너무 오랜만에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또 울다가 웃다가 했어. 날씨가 얼마나 좋던지, 니랑 만날때 내 눈에 보이던 세상같더라. 아, 그때만큼 막 여기저기가 연두빛나게 보이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날씨가 좋았단 말이야.
 
 
 
 
 
 
니랑 나 인생 타이밍이 더 맞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더 열심히 매달렸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냥 니 말을 받아들였다면, 내가 더 예쁘고 따뜻하고 든든한 그런 좋은 사람이었다면 하고 계속 자책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 누굴 좋아할 때 그런건 별로 안 중요한 건데 그치. 그런 게 다 맞는 좋은 사람이라서 좋아하니, 좋아하니까 그런 게 다 안맞아도 좋은사람이지. 

안하려고해도 머릿속에 자동으로 자책들이 떠오르는데 그럼 그냥 자책하는거지, 어떻게 할 다른방법이 뭐 있었겠어. 내가 널 어떻게 욕하니. 니맘에 못든 날 욕해야지.
 



지금도 겨우 이정도인데 또 얼마나 지나야 아~그런애가 있었지. 그노무짜식 하게 될지 잘 모르겠네. 그렇게 되면 다시 만나서 초밥 사줄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그렇게 될지 잘 모르겠다.
갑자기 인생이 확 변하는 일들이 되게 많더라. 언제 죽을지 다칠지 모르니까 나도 나하고싶은거 다하고, 너두 너하고싶은거 다하고 그러자. 오래오래 건강하면 그게 제일 좋고.
 
 
 
 
 
 
내 인생 가장 좋아해왔고, 계속 생각나고 사무칠 아이야.

넌 꼭 니같은 여자 절대로 만나지말고,
그래서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평생 모르고 살고, 그저 맘 편히 사랑 많이 받으면서 그렇게 살아.

안녕.

못잊겠으니 안잊을게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57563 46 유치한 산딸나무 2016.09.07
57562 .46 청아한 지느러미엉겅퀴 2016.08.20
57561 키큰여자46 가벼운 오죽 2016.08.12
57560 19) 요즘들어 남친 소중이가 자꾸 죽어요ㅠ46 무례한 당매자나무 2016.08.05
57559 .46 부지런한 미역줄나무 2016.06.09
57558 여자분들 성관계 안해본 남자 안좋아하나요?46 명랑한 반송 2016.05.27
57557 삼일째..46 똑똑한 금낭화 2016.05.13
57556 여러분의 이상형은 뮌가요?46 상냥한 참나물 2016.04.12
57555 같은과후배46 유치한 물배추 2016.04.08
57554 .46 초연한 동의나물 2016.04.04
57553 여자들은 대체 지가 화난걸 왜 남친한테 푸는거죠?46 안일한 광대싸리 2016.03.07
57552 마이러버5번 경험담..46 발냄새나는 닥나무 2016.02.03
57551 .46 푸짐한 대팻집나무 2015.12.03
57550 .46 신선한 불두화 2015.11.21
57549 .46 납작한 헬리오트로프 2015.08.24
57548 외로워요헝헝ㅠㅠㅠ46 피곤한 털진달래 2015.08.20
57547 남자가 맘이 떠났어요. 근데 헤어지고 싶진 않대요...46 근육질 방동사니 2015.07.10
57546 .46 답답한 꾸지뽕나무 2015.06.16
57545 과씨씬데 잠자리... 음...46 화려한 금낭화 2015.05.15
57544 이렇게 비참하게 모쏠로 사느니46 침착한 참개별꽃 2015.05.1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