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발탄 패러디

글쓴이2012.04.09 01:21조회 수 2322추천 수 9댓글 8

    • 글자 크기

< 오발ㅌF > 




○○은 학과 사무실 간판이 걸린 특공관 이층으로 올라갔다. 




걸상에 머리를 젖히고 입을 아 벌리고 앉았다.


조교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서류를 찬찬히 살펴본다.


○○은 매시근하니 잠이 왔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좀 힘들었겠네요? 학점이 개판이라서."






조교가 종이에 적힌 ○○의 성적을 눈앞에 가져다 보여주었다.


속이 시꺼멓게 썩은 징그러운 이 마음에 뻘건 피가 묻어 나왔다.


○○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사실 아프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됐습니다. W는 가급적 한과목만 띄우세요. 피가 좀 나올 겁니다."





"이쪽을 마저 띄어주시오." 





○○은 옆의 타구에 침을 뱉고 나서 전공필수를 가르켰다. 





"전공을 한 번에 두 개씩 띄우면 빵꾸가 심해서 안됩니다." 





"괜찮습니다." 





"아니, 다음 학기에 또 띄우지요." 





"다 띄워주십시오. 한몫에 몽땅 다 띄워 주십시오." 





"안됩니다. 술을 마셔가면서 한 개씩 띄워야지요." 





"술이요? 그럴 새가 없습니다. 당장 학고가 뜨는걸요." 





"그래도 안됩니다. 또 두개나 띄우면 큰일납니다." 







하는 수 없었다.


○○은 학과사무실을 나왔다.


또 걸었다.


학점구멍이 멍하니 아픈 것같기도 하고


또 어찌하면 시원한 것 같기도 했다.









○○은 던져지듯이 털썩 택시 안에 쓰러졌다. 




"어디로 가시죠?" 





아저씨는 벌써 구르고 있었다. 





"정문 칸피씨방" 





자동차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정문으로 가자면 차를 돌려야 하는 까닭이었다.


운전사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핸들을 틀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중도로 가." 






○○는 갑자기 전공기초의 빵꾸를 생각했던 것이었다.


운전사는 다시 휙 핸들을 이쪽으로 틀었다.


○○은 뒷자리 한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 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차는 문창회관 앞을 돌고 있었다.


그때에 또 뒤에서 ○○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기학사로 가." 






눈을 감고 있는 ○○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미 W띄웠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기학사 앞입니다." 






○○은 눈을 떴다.


상반신을 번쩍 일으켰다.


그러나 곧 또 털썩 뒤로 기대고 쓰러져버렸다. 






"아니야. 가." 





"기학사 앞입니다. 손님." 





"가자." 





○○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허 참 딱한 학생이네." 





"……" 





"취했나?" 





"........."





"어쩌다 오발탄같은 소년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은 점점 더 졸려왔다.


저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



[이해와 감상]


◈ <오발ㅌF>은 짙은 허무주의를 바탕에 깔고, 시험후의 암담한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발ㅌF>이란 "잘못 쏜 다섯발의 총알"을 뜻하며, 다섯자루의

 총으로 해석된다. 즉, 다섯과목 F를 받고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을 주인공 ○○을 통해서 나타내고 있다.

  악독한 상황에서도 성실히 살아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 ○○은

 결국 택시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가자고 한다.


◈ 이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는 시험후의 비참하고 불행한 면을

 그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비참하고 불행한 상황

 속에서 W라는 제도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를 모색하고

 있는 점에서도 찾아져야 할 것이다.

  이미 망해 버린 성적과 화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자의식,

 양심이라는 '가시'를 빼어 버리지 못하고 W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통해 바라보게 되는 ○○를 통해서 시험후 현실에서

 양심을 가진 인간의 나아갈 바를 묻고 있다.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시험후소설


 배경


*시간적 → 중간고사 직후


*공간적 → 부산대, 중도 근처

      (공부에 적응하지 못해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학생들로 혼란과 무질서가 횡행하는 중도)


*사상적 →시험 후의 허무주의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갈등 : 인물과 성적 간의 갈등


 특성 : 시험 후 암담한 현실을 고발한 작품


 주제 ⇒ 시험 후의 비참한 사회 속에서 정신적 지표를 잃은

     불행한 인간의 비극적 혼란상











페북 리플 타고다니다가 발견했는데 5분째 웃는중이예요 ㅍㅍㅍㅍ 아나 ㅠㅠㅠㅠㅠ 크크킄킄

이거 적으신분 진짜 머리 좋으신듯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10 저렴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식물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17 흔한 달뿌리풀 2013.03.04
875 10시30분 강대섭교수님 상법 냉정한 푸조나무 2019.06.11
874 [레알피누] ㅅㄱㄹ 교수님 기말 마지막 문제 끌려다니는 곰취 2019.06.04
873 소성공정해석 천재 뻐꾹채 2019.05.22
872 ㅇㅌㅇ교수님 CRM 내일 휴강인가요?ㅜ1 겸손한 살구나무 2019.04.10
871 .2 유능한 무릇 2019.04.02
870 유료사물함 반납 멍청한 하늘나리 2019.03.31
869 중동 강의실 대여 화사한 해바라기 2019.03.25
868 전미진교수님 원가회계 교재 알수 있을까요?3 포근한 나도바람꽃 2019.03.14
867 증원 확정 전 수업 자료1 한심한 시계꽃 2019.03.06
866 실내환경디자인 학우분들 계신가요2 유치한 오갈피나무 2019.02.08
865 대실영23 참혹한 밤나무 2019.02.01
864 대실영 사이버 특이한 꽃향유 2019.02.01
863 [레알피누] 교과구분 코드번호 질문1 착실한 능소화 2019.02.01
862 대외교류과 어딨는지 아시는 분1 무례한 연꽃 2019.01.25
861 금요일 관광사회학 12시수업 바보 닥나무 2018.12.04
860 경제경영수학 검은색 4판 흰색4판 황송한 나도바람꽃 2018.09.04
859 컴퓨터비전개론4 한가한 새콩 2021.01.22
858 [레알피누] w가능 기간5 정중한 개양귀비 2020.09.02
857 유니타리 행렬끼리 교환가능 질문 진실한 시닥나무 2020.04.07
856 복수전공 수강신청1 천재 소리쟁이 2020.02.0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