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보고싶어요

재미있는 감자2016.12.14 03:19조회 수 13582추천 수 7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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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네 식구는 모두 다른 지역에서 각자 생활하고있어요. 아빠는 회사때문에 제가 어릴 적부터 따로 살아 주말에만 만났구요, 저는 고등학생때부터 기숙사 생활해서 집에 잘 없었는데 대학교마저 다른 지역으로 와버렸어요. 언니는 엄마랑 같이 지내다가 올초에 취직해서 서울로 갔고, 지금 본가에는 엄마 혼자 남아 있어요.
엄마는 사람 만나는걸 참 좋아하고 그냥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정많고 그만큼 외로움도 많은 사람이에요.
그나마 언니랑 집에서 제일 오래 지냈는데 언니마저 서울로 가버리고, 엄마 혼자서 잠을 자게 된 첫날. 엄마는 언니가 없는걸 알면서도 언니 이름을 불러봤대요. 엄마가 누워서 티비보다가 스르륵 잠이 들면 항상 언니가 티비랑 불을 꺼주곤 했는데, 언니가 집을 떠난 후로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티비가 켜져있곤 했대요.
23평이라는 넓지 않은 집이지만 엄마에겐 그 집이 얼마나 넓게 느껴질까요?
사실 23평 우리집에서 네 식구가 다같이 산 기억은 정말 희미하게만 남아있어요. 기억나지 않을만큼 어릴적에 아빠가 회사때문에 따로 살게 되었으니까요.
네 식구 다같이 한 집에서 지내고 싶어요.
아침이면 엄마가 우리를 깨우고 따뜻한 밥을 먹이고, 하나뿐인 화장실 서로 먼저 쓰겠다고 싸우고, 모두 분주하게 준비해서 회사와 학교로 갔다가 저녁이 되면 다들 한 집에서 다시 만나는.
그리곤 또 다같이 둘러앉아 티비를 보면서 웃으면서 함께 맛있는 밥을 먹는.
지금 그런 생활을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질수 없는게 슬프네요. 제가 본가 근처로 취직을 한다해도 네 식구가 다 같이 살순 없잖아요.
얼마전에는 엄마의 생신이셨어요.
시험이 임박해서 집에 가진 못하고 케이크랑 꽃다발을 집에 배송시켰어요.
엄마가 선물 도착했다고 인증샷을 찍어보내줬는데, 엄마가 혼자 상을 펴고 케이크를 꺼내고 촛불을 키고 사진을 찍었더라구요.
케이크를 괜히 보냈다 싶기도 했어요.
물론 생일 당일날 아빠와 함께 보내고 친구들과도 영화보고 밥도 먹고 했대요. 그런데 오늘 엄마가 보내준 사진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엄마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외로웠다고, 사진 자세히 보면 눈물보인다고 하는데 진짜 왠지 엄마 얼굴이 슬퍼보이더라구요.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시험이 끝나면 주말에 다같이 집에 모이기로 했는데 그때 다시 다같이 엄마의 생일파티를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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