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서 느끼는 외로움

글쓴이2020.03.17 03:20조회 수 967추천 수 4댓글 3

    • 글자 크기

아래 외로움 관련 글을 읽고 문득 과거의 내가 생각 났다.

 

애착형성이 잘못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 공허감과 같은 감정이 늘 주변을 떠돌았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조차 나는 외롭다는 기분이 들기 일쑤였고, 신기하게도 어느샌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무슨 자석처럼 끌려오곤 했다. 상처가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돈이 많아지거나 유명해지면 어떨까?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넘치고 그 사람들이 늘 웃는 얼굴로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할테니 왠지 외로움이 사라지고 마음이 넉넉히 채워지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했었다.

 

어느새 나도 나이를 먹어서 마흔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 주변엔 직장에서의 아랫사람들이 많이 거쳐갔고.. 그들을 포함해 거래 관계에서 나에게 조금 을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늘 웃으며 내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 더 외로워졌구나 > 

 

원체 사람들의 마음을 잘 느끼고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그렇게 조심스러워 하고 웃으며 내 기분을 맞춰 주는지 훤히 보인다. 그게 무척 불편하다. 그러고 보니 젊을떄 그런 걸 즐긴다고 생각했던 교수님들, 기업의 임원들이 떠올랐다. 물론 그들 중 그걸 실제로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겉보기와 달리 점점 더 외로워진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젊은 시절에 성공했다면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걸 즐겼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다. 결국은 나이가 핵심이었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나는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는 깜냥이 슬슬 생기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더 본질을 잘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것들, 아무 의미 없는 관계들이 명확하게 보인다. 가깝다고 느꼈지만 실은 서로 소비하고 이용하기만 했던 관계들을 정리하는 것도 매우 쉬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에 몰두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인듯 하다. 어린 시절, 나이든 사람들 중 뭔가 일이나 취미 같은 것에만 몰입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 슬슬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 비슷한 시간을 거쳤구나.

 

인생은 결국 혼자고, 내 주변의 모두가 시간 길이만 다를 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것도 이제 슬슬 와닿는다. 그러면서 쓸데없이 거대한 목표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도 깨닫는다. 정 힘들면 죽음을 택하는 옵션까지 있다고 간주하면.. 비로소 현재를 희생하려는 모든 의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언젠가 크게 성공해서 놀고 먹자는 젊은 시절의 계획.. 그런 계획을 굳이 이루려고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련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 글자체가 다른걸 보아 퍼온 글인듯
  • 그래서 몇살이신데요
  • 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A라는 사람은 삶이 권태로워서 맨날 자극적인거만 찾고 미래만 쳐다보고 사는반면 B라는 사람은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자기 머릿속에서 기존의 것들을 재정립해서 새로운 가치나 새로운 생각을 찾아내서 매일 자기속에서 재생산을 하기에 권태로울 여유가 없음. 초등학생 일기와 성인의 일기가 다른점이 그거임.

    쇼펜하우어 말에 따르면
    외로움은 권태의 일종임. 위와같은 이유에서 권태는 지능수준이 낮은 사람이 잘 느낀다고 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58658 [레알피누] 진짜 남자들은116 유능한 꽃마리 2015.02.10
58657 .115 점잖은 숙은처녀치마 2016.12.05
58656 마이러버 매칭된 남자분들ㅠㅠㅠㅠㅠㅠ115 개구쟁이 구골나무 2015.06.15
58655 원래 남자들은 같은옷 연속으로 3일씩 입는거 대수롭지않나요?114 겸손한 멍석딸기 2018.11.04
58654 .114 다친 겹벚나무 2018.06.09
58653 데이트비용...문제..남자친구114 천재 털머위 2016.07.12
58652 113 의젓한 무스카리 2018.12.07
58651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113 멍한 조팝나무 2016.01.04
58650 친구 여친에게 친구의 어두운 모습을 폭로하려고 합니다.112 힘쎈 달래 2018.10.20
58649 여자분들 남자키 얼마가 이상적이예요?112 깨끗한 눈개승마 2015.05.09
58648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타투하는 사람들 유형111 정중한 구절초 2019.04.27
58647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111 특별한 아그배나무 2017.02.01
58646 [레알피누] 여자친구가 커뮤니티...110 무좀걸린 쇠뜨기 2017.09.29
58645 [레알피누] 근데 여자가 돈 보면 왜 김치에요???109 참혹한 아프리카봉선화 2019.04.13
58644 이 글 어떻게 생각들하심109 적절한 큰꽃으아리 2014.06.23
58643 .108 부지런한 단풍나무 2014.05.24
58642 [레알피누] 여자친구와 창녀의 본질적차이 글 굉장히 시사하는바가107 외로운 가막살나무 2016.11.29
58641 [레알피누] 방목형 연애하고 있으신분 없으신가요?106 창백한 개구리자리 2019.04.19
58640 ㅜㅜ 외롭네요106 싸늘한 수리취 2016.06.13
58639 남자는106 현명한 산수유나무 2013.11.1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