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친과 만났습니다

부지런한 벋은씀바귀2016.05.12 23:14조회 수 5212추천 수 29댓글 20

    • 글자 크기

오래전에 사귀던 전여친과 만났습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지만 쿨한 듯이 커피 한 잔 하러 가자는 말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따라나섰습니다

현재 남친 이야기와 저가 좋아했던 만큼 좋아해주는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처음 듣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막 서로의 사랑이  커져가고 있었던 시점에 데이트 날 갑자기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 전날 잠을 못 자고 데이트를 나와서 비몽사몽 그냥 제가 싫어졌다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멍하니 집에 들어와 토요일 일요일 잠만 잤었습니다

이별이 실감 났을 때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했지만 전화번호를 바꾸었더군요

 

오늘에서야 헤어진 진짜 이유를 들었습니다

데이트 전날 그녀의 친구가 저를 클럽에서 봤다네요

당황했고 아무말 하지 않고 전화번호만 교환하고 나왔습니다

 

전 그날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여친은 몸살기로 며칠을 앓고 있었고 저는 그런 여친에게 데이트날 소고기를 사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시절 빠듯한 용돈에 소고기를 위해 데이트 전날 택배상하차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땀냄새와 피곤한 몸을 풀려고 목욕탕을 갔다가 여친을 만났었습니다

 

그녀가 맡은 낯선 냄새는 목욕탕 스킨 냄새였고 제가 피곤에 쩔은 이유는 클럽이 아니라 알바 때문인데...

그녀가 떠나고 몇 달을 무기력하게 살았습니다 그녀의 집앞을 서성거려 보기도 하고 그녀와 추억이 깃든 길을 혼자 걸어 보기도 하며 아픔으로 그녀를 잊었습니다 잊었다기 보다는 가슴에 묻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20대 중반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았다고 생각했던 치기 어렸던 저의 옛 모습과 지금의 그녀는 너무도 닮아있네요

평소에 그녀가 걱정할까봐 자주 말해주었습니다 너 말고 다른 여자는 만나지 않겠다고

그런데도 그녀는 저를 믿지 않았고 헤어질 때에도 연인이었던 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네요

그녀는 이별도 쿨하게 하고 헤어진 사람과 커피도 쿨하게 마시네요

이별은 당연히 슬픈 것이고 헤어짐도 당연히 슬픈 것인데 그것마저 왜 쿨하게 하는 건지..

그녀가 원망스럽지만 이제와서 이야기를 꺼내도 바뀌는 건 없으니 평생 말 안 하려고 합니다

배움의 자세가 없는 그녀에게는 어떤 말도 소용없으니 평생 말 안하려고 합니다

끊었던 술을 집에서 한잔했습니다 아직 그녀가 제 가슴속에 있긴 한가봐요

부대생이 아닌 그녀는 이 글을 볼 수 없겠죠...그냥 혼자 주절거려 봅니다

    • 글자 크기
만나본 여자/남자 중 최고다 (by 똥마려운 고삼) (by 똑똑한 꿀풀)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33075 헤어진지 2년이 다되가는데ㅡㅡ1 서운한 미국미역취 2016.05.13
33074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21 미운 좀쥐오줌 2016.05.13
33073 .11 청결한 배나무 2016.05.13
33072 여자분들..썸탈때요..2 일등 다닥냉이 2016.05.13
33071 남자들은30 끔찍한 쇠무릎 2016.05.13
33070 .2 어두운 낙우송 2016.05.13
33069 연애에 대한 유호진pd의 글9 안일한 낭아초 2016.05.13
33068 .5 과감한 기장 2016.05.13
33067 .17 특별한 산비장이 2016.05.13
33066 .2 까다로운 팥배나무 2016.05.13
33065 여자친구 겨드랑이 애무9 민망한 낙우송 2016.05.13
33064 취준생 두명3 유능한 계뇨 2016.05.13
33063 모쏠인 학우입니다 썸관계 도와주세요..ㅜ8 일등 다닥냉이 2016.05.13
33062 남친과의 격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7 착잡한 고삼 2016.05.13
33061 누님들 질문있습니다3 겸연쩍은 애기나리 2016.05.13
33060 만나본 여자/남자 중 최고다17 똥마려운 고삼 2016.05.13
전여친과 만났습니다20 부지런한 벋은씀바귀 2016.05.12
33058 21 똑똑한 꿀풀 2016.05.12
33057 이틀못봤더니7 코피나는 야광나무 2016.05.12
33056 .77 키큰 영춘화 2016.05.1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