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사귀던 전여친과 만났습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지만 쿨한 듯이 커피 한 잔 하러 가자는 말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따라나섰습니다
현재 남친 이야기와 저가 좋아했던 만큼 좋아해주는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처음 듣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막 서로의 사랑이 커져가고 있었던 시점에 데이트 날 갑자기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 전날 잠을 못 자고 데이트를 나와서 비몽사몽 그냥 제가 싫어졌다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멍하니 집에 들어와 토요일 일요일 잠만 잤었습니다
이별이 실감 났을 때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했지만 전화번호를 바꾸었더군요
오늘에서야 헤어진 진짜 이유를 들었습니다
데이트 전날 그녀의 친구가 저를 클럽에서 봤다네요
당황했고 아무말 하지 않고 전화번호만 교환하고 나왔습니다
전 그날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여친은 몸살기로 며칠을 앓고 있었고 저는 그런 여친에게 데이트날 소고기를 사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시절 빠듯한 용돈에 소고기를 위해 데이트 전날 택배상하차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땀냄새와 피곤한 몸을 풀려고 목욕탕을 갔다가 여친을 만났었습니다
그녀가 맡은 낯선 냄새는 목욕탕 스킨 냄새였고 제가 피곤에 쩔은 이유는 클럽이 아니라 알바 때문인데...
그녀가 떠나고 몇 달을 무기력하게 살았습니다 그녀의 집앞을 서성거려 보기도 하고 그녀와 추억이 깃든 길을 혼자 걸어 보기도 하며 아픔으로 그녀를 잊었습니다 잊었다기 보다는 가슴에 묻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20대 중반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았다고 생각했던 치기 어렸던 저의 옛 모습과 지금의 그녀는 너무도 닮아있네요
평소에 그녀가 걱정할까봐 자주 말해주었습니다 너 말고 다른 여자는 만나지 않겠다고
그런데도 그녀는 저를 믿지 않았고 헤어질 때에도 연인이었던 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네요
그녀는 이별도 쿨하게 하고 헤어진 사람과 커피도 쿨하게 마시네요
이별은 당연히 슬픈 것이고 헤어짐도 당연히 슬픈 것인데 그것마저 왜 쿨하게 하는 건지..
그녀가 원망스럽지만 이제와서 이야기를 꺼내도 바뀌는 건 없으니 평생 말 안 하려고 합니다
배움의 자세가 없는 그녀에게는 어떤 말도 소용없으니 평생 말 안하려고 합니다
끊었던 술을 집에서 한잔했습니다 아직 그녀가 제 가슴속에 있긴 한가봐요
부대생이 아닌 그녀는 이 글을 볼 수 없겠죠...그냥 혼자 주절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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