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머리로는 알지만 혼자서는 가슴으로 끊어낼 수가 없어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고 다니고 있어요..
좋아하는 여성분이 있거든요.
일년 쯤 전에 처음 알게되었고, 일로만 만나왔어요.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아무리 일이었다지만 둘이서 면대면으로 한달에 네 번 이상을 보았는데 별 일 없었던걸 보면 여성분께서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없었다는건데..휴..그래도 마음을 어쩔수가 없네요.
아무튼 이번에 전근을 가게 되서 이제 같이 일 못하게 되었다며..가기전에 저녁 식사 어떻냐고 제안 했었어요.
일단은 받아주시더니 곧 그날 일이 생겨서 안된다 그러시길래 좌절했다가..처음 약속일 그 다음주는 어떻냐 하셔서 약속을 잡았죠.
약속 당일은 정말로 행복했어요.
밥 맛있게 먹었고 밥 먹는 동안 그간 있었던 일 돌아보고 웃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여자분께서 그러시는거에요. ㅇㅇ씨가 술을 싫어해서 참 아쉽다고. 이런날은 술 한잔 해야하는데, 라고.
냉큼 맥주 마시러 가자고 했어요. 회식이나 일때문에 마시는 술이 싫지 ㅁㅁ씨랑 마시는게 싫겠냐며..
여자분께서는 술을 좋아하시는데 잘 못드시는 편이고 저는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둘이서 맥주 각 여덟병씩을 마셨어요 그날..
일하면서도 사담을 많이 나눴었는데,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던가, 개인 가치관이라던가, 당시 뉴스나 이슈에 대해서 각자 의견 나누는 등등..
술을 마시니까 또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어요.
술이 좀 되고 나니까 정말 개인적인 얘기, 가족 얘기까지 하시더라구요..연애나 결혼에 대해서까지..
하지만 슬슬 여자분께서 술이 취하셔서 일어났어요.
댁 모셔다 드리는 길이 걸어갈 수 있었거든요. 여자분이 집가는 길에 맥주 한캔씩 들고 가자며 맥주 사고 자기는 막대사탕 좋아한다면서 두개 사서 나 하나 주고 그러고는 흐늘흐늘 댁으로 같이 걸어갔어요.
술이 많이 취하셔서 격의를 많이 내려놓으신건 있었어요..
같이 걸어가는 길에 둘 사이 간격이 없다시피해서 팔 맞대고 가고..댁까지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지나는데 나오는 벤치같은데 같이 앉았다 가고.. 자기 좋아하는 노래라며 이어폰 한쪽도 주고.. 캔맥주 다마시더니 제거 빼앗아 드시고.. 같이 사탕 까서 먹다가 내거 또 빼앗아 드시고...(이건 저도 정말 뜨악 했어요)
그런데 이 시점에서 여자분이 제대로 걸어간다 뿐이지 엄청 취해있어서 의미는 없는거 같네요..
원룸 계단 입구 비밀번호 자꾸 틀리셔서 해프닝도 있었어요.
여자분이 동생이랑 같이 살아서 저는 동생분 부르라 그러고 이분은 나 안취했다 괜찮다 ㅇㅇ씨 먼저 집에 가시라 실랑이 벌이다가 겨우 들어가시는 모습까지 보고 저도 집에 갔어요.
집 도착해서 오늘 즐거웠다 감사한다 연락 드렸는데
다음날 되서도 연락이 없으시더라구요..그 저녁에 제가 먼저 연락해서 월요일인데 괜찮으시냐 물으니 숙취때문에 고생했다, 먼저 쉬겠다는 답만 오고..
그 이후로는 일로는 못보지, 무슨 건덕지라도 붙잡아 연락드려봤는데 피곤하다, 죄송하지만 먼저 쉬겠다,,로 항상 마무리를 지으시네요.
제 전근지 근처로 놀러갈건데 연락할테니 꼭 시간내라던 그 지나가던 말만으로 혼자 신경쓰고 있어요..
좋아하는 마음에 의미부여가 큰 거겠죠..
여자분이 저한테 술 취한 모습 보여줘서 혼자 짜증나고 또 다시보기 부담스러워져서..그래서 다시는 이렇게 식사 같이할 기회조차 안 줄까..그런 생각에 답답합니다.. 제 입장에선 정말 즐거웠고 지난 일년간 한 얘기에 또 새로운 얘기들을 많이 해서 좋았는데, 여자분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 다음날부터 쎄..한게 이렇게 복기하니까 머리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아직 가슴으로는 안받아들여지네요...
어찌 마음을 삭혀야 할지...고민입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