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여기.. 걔랑 왔던 곳인데.."
"어? 여기.. 걔랑 진짜 많이 왔었는데.."
"아 거기? 거기 걔랑 자주 갔었지.."
"내가 거기 걔랑 가봤는데 말이야.."
"아 여기 걔랑 진짜 와 보고 싶었던 곳인데.."
너 없던 지난 반년간 내가 어느 장소를 얘기하든지 입에 달고 있던 말이다.
갔던 곳, 찾던 곳, 가고 싶었던 곳, 먹은 것, 먹고 싶던 것, 보고 싶던 것, 보던 것
이 세상엔 어느 하나 니가 빠진게 없더라.
니가 없는건 다 재미없더라. 가고 싶지도 않더라. 보고 싶지도 않더라. 맛도 없더라. 신기해 보여도 신기하지도 않더라.
무슨 짓을 해도 다 부질없더라.
나 왜 이렇게 됐지?
너와 헤어진 지도 어느덧 반년이 다 돼가지만, 너와 함께 한 날들을 생각하면
어느덧이란 말을 쓰기에도 부끄럽기에 아직도 난 너랑 이별했다는 감정을 실감하지 못한다.
부딪힐 때도 많이 있었지만 사랑을 하는 누구나 느끼듯이 이별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우린 특별하다고 믿었으니까.
아니면, 그저 나 혼자 우리는 특별 해야만 한다고 믿었을 뿐 인건가..
우리의 연애의 결말이 '사랑'이 아닌 '이별'이 된 걸 보면,
나 혼자 만의 생각이었다. 확실하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사귀면서도 우리 사랑은 특별하다고 믿은 날 보면 작년에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이 있던 축제에서 본 어느 여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널 너무 몰랐던 게 아닐까 싶다.
난 이제 너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잊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고, 너의 온기가 다 떠난 것도 아니지만,
너에게 받았던 상처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렇게 너를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하다.
니가 나한테 줬던 상처들은 둔감한 척 했던 나의 감정을 상처 입히기에 충분히 아픈 상처였다.
아프지 않은 척 했지만 소심한 나는 너에게 그런 감정따위 한번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소심하다는 건 겉으로는 이성적인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 속은 나의 감정을 너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넌 몰랐겠지만,
표현 하는 방법이 다른게 아니라 없었을 뿐, 나도 너와 같이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상처를 준 너에게,
일방적 통보로 사이를 끝낸 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글에 답장 한 글자 보내는 성의조차 보이지 못한 너에게,
더이상 내가 남길 미련은 없다.
나를 떠나 행복하든지 말든지, 그건 이제 더이상 남이 되어 버린 내가 상관 쓸 일은 아니다만,
적어도 나를 떠났으면 나보다는 더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굳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꼭 행복 했으면 좋겠다.
5년이 조금 넘는 긴 우리의 사랑과 이별에 나는 오늘에서야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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