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가을 오후의 심쿵담.

똥마려운 만삼2019.11.27 20:48조회 수 1150추천 수 14댓글 5

    • 글자 크기

 

그것은 분명 ‘쿵!’이었다. 핸드폰을 떨어트릴 때의 ‘툭’이나 카드를 떨어트릴 때의 ‘틱’이 아니었다.

무거운 쇳덩이가 떨어지는 ‘쿵!’이었다.

나는 내 몸에, 가슴속에 잘 붙어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잘 매달려 있던 추가 그것을 붙들던 얇은 실이 끊어짐과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생기는 그 충격을 느꼈다.

충격을 받고 터지는 에어백처럼, 평소에 잘만 살던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충격을 받고 떨어진 것이다.

 

이게 모두 날 바라보는 그 사랑스러운 눈을 마주치고 나서 생긴 일이다.

재수가 없었다. 악운이 겹쳤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았고, 하필 노을이 지며 쏟아지는 햇빛에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간이었다. 네가 내 옆에 너무 가깝게 있었고, 오늘 네가 입은 옷이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별거 아닌 내 말에 네가 지은 표정과 날 바라보는 눈빛. 그 순간에 난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는 너의 눈을 마주쳤던 것이다.

 

순간 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이게 나의 마지막 숨인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내 발 언저리에 떨어진 그것을 최대한 빨리 줍기 위해 바닥을 내려다봐야 했다.

 

넌 이런 내 반응을 정말 쉽사리 알아차렸다.

날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나 싶더니 곧바로 초승달같이 미소 짓고 나한테 놀리듯 말했다.

‘너 방금 나 보고 심쿵 했지! 그런 거지???’

 

부정할 수 없었다. 당황할 때 붉어지는 내 귀는 아마 지금 불타고 있을 것이다. 화끈거림이 느껴진다.

진짜 내 심장이 떨어졌던 게 확실한 거 같다. 그렇지 않고는 네가 이렇게 쉽게 눈치챌 리가 없다.

 

분명 심장이 떨어진 거 같지만 난 죽지 않았다. 하지만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그 일을 겪고서 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기분 좋다는 듯 통통 뛰면서 아무 말 못 하는 나한테 놀리듯 말을 거는 네가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왜 심쿵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믿지 않던 나에게 갑작스레 찾아왔다.

이제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심쿵은 존재했다.

    • 글자 크기
[레알피누] 좋아하는데 (by 착잡한 왕버들) 용기가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 (by 절묘한 궁궁이)

댓글 달기

제목 글쓴이 날짜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2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5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스압)결혼은 현실...20 anonymous 2019.12.13
마이러버 후기 및 개선점3 anonymous 2019.12.15
모쏠은 그냥 누구 좋아하지마라10 anonymous 2019.12.12
[레알피누] 좋아하는데4 착잡한 왕버들 2019.11.27
어느 나른한 가을 오후의 심쿵담.5 똥마려운 만삼 2019.11.27
용기가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11 절묘한 궁궁이 2019.11.27
남자가 보는 잘생김과 여자가 보는 잘생김의 차이?12 특별한 줄딸기 2019.11.27
솔직히 연애는 외모비중 엄청 크지않나요16 부자 우산나물 2019.11.27
.1 피로한 사철채송화 2019.11.27
잡아줘7 특이한 진범 2019.11.27
전 못생긴 여자만 사랑하는거같아요6 화난 홀아비꽃대 2019.11.27
내가 너를 좋아하는걸 다른 사람들 앞에서4 쌀쌀한 은목서 2019.11.27
.63 정중한 송장풀 2019.11.26
[레알피누] 직장동료7 깨끗한 갯완두 2019.11.26
미안합니다2 이상한 붓꽃 2019.11.26
번호 물어보고 싶다는분11 이상한 붓꽃 2019.11.26
여친 생일 선물 살려는데9 흔한 개모시풀 2019.11.26
내 여친은 나랑 왜 사귀지10 흔한 개모시풀 2019.11.26
나 혼자 널 사랑하고 이별하고1 머리좋은 들깨 2019.11.26
나가 못되게 해서 이별 한 후 느낀점2 도도한 노랑코스모스 2019.11.26
[레알피누] 남자친구 위로하는 방법5 바보 맨드라미 2019.11.26
몇일전 개념글 쓴 사람입니다 (짝사랑하는 형님들께 호구짓 그만하라고 충고함)60 힘좋은 참취 2019.11.25
너무 멋있어요.5 민망한 개쇠스랑개비 2019.11.2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