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연애사업은 잘 되가는가? 뭐라고? 예비대 때부터 눈여겨봐서, 밥을 일곱 번이나 사준 새내기가 잘 생긴 동기놈이랑 눈이 맞았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다 그런 거지 뭐.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라. 술은 별 도움이 안 될 거고, 그냥 도서관에서 소설이나 하나 빌려다가 읽어라. 사실, 그 이외에 딱히 네가 할 것도 없을 거고. 의외로 대학판은 길고, 인연은 또 오더라. 기다려라.
최근에 아는 후배 한 놈이 내가 이 글 쓴다는 것을 알게 돼서(이게 다 불문과썰 때문이다, 젠장...그걸 쓰는 게 아니었어), 술자리에서 어쭙잖은 연애상담을 해주게 됐다. 시간이란 게 참 그렇다. 연애상담을 듣던 입장에서 어느새 연애상담을 해주는 입장이 되니까, 참 묘하더라. 근데, 고놈 사정은 참 딱하더라. 고놈 참, 소주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야밤에 그놈 생각에 몇 자 더 적어본다.
187.
섹스가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말이 섹스가 사랑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188.
꼴에 그것도 도덕이라고 여성의 처녀성에 쓸데없이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인간이나 혹은 혼전순결주의자들은 지금 당장 ‘뒤로 가기’를 눌러라. 난 당신네들을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189.
연인들아, 벚꽃놀이의 정수는 낮에 벚꽃 보면서 돌아댕기는 게 아니다. 저녁 7시 즈음 해운대에서 약간 늦게 저녁 먹고, 소화시킬 겸 달맞이언덕이나 누리마루 쪽을 거닐면서 은은하게 전등에 비친 벚꽃을 보러가라. 아, 물론 핵심은 야간벚꽃, 이 딴 게 아니라 밤이라서 어두침침하기도 하고 또한 한적하기 때문에 전등과 전등 사이의 적당히 어두운 곳에 가서ㅡ조깅하는 놈들 안 올 때ㅡ뽀뽀하는 거다. 벚꽃은 버스커버스커가 신경 쓰니까 굳이 네가 벚꽃 신경 쓴다고 쓸데없이 머리에 그걸 꽂고 다닐 필욘 없다. 너한테 중요한 건 뽀뽀다, 뽀뽀.
190.
4월 즘에 갑자기 썸을 타면, 그건 그냥 주위 애들이 너도나도 여친남친 생기는 것 때문에 든 조바심에 그런 것일 확률이 높다. 조바심은 길어봐야 한 달이니, 진실을 알고 싶으면 적당히 썸을 질질 끌어보도록 한다.
191.
돈 없으면 연애하지 말라. 무슨 여자가 된장녀고, 더치페이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연애하면 서로 아무리 더치페이를 해도 만날 때마다 기본적으로 2,3만원씩 슝슝 날아간다고 보면 된다. 밥을 먹어도 돈이고, 영화를 봐도 돈이고, 커피를 마셔도 돈이고, 하다못해 길가다가 떡볶이 하나를 집어먹어도 돈이다. 그렇다고 너네들이 주구장창 학식만 먹을 건 또 아니지 않은가? 장담컨대 여자들은 연애 안 하면 한 달에 옷을 두세 벌은 살 수 있을 거고, 남자들은 술판 벌이는 것만 자제하면 돈이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거다. 슬픈 말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 없으면 이것저것 잘 안 되는 법이다.
192.
어장관리는 별 게 아니다. 단 둘이 만나는데 자꾸 니가 지갑을 열고 앉아 있으면, 그게 바로 어장관리 당하고 있는 거다. 그 대상이 선배가 됐든 동기가 됐든 후배가 됐든 간에.
193.
남자들은 헬스장에서 쓸데없이 바벨들지말고 스쿼드나 열심히 해라. 중요한 순간에 니가 쓸 근육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알통이 아니라 허벅지다.
194.
총각들아 야동은 잊어라. 막상 실제로 하면 숙련된 조교의 시범처럼 능수능란하게, 무슨 트랜스포머마냥 체위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여성의 가슴에선 단 맛이 나지 않는다. 자꾸 애무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냥 니가 바른 침을 니가 빨고 있을 따름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섹스가 안 좋다는 말은 아니다.
195.
처녀들아 야설은 잊어라. 막상 실제로 하면 꽃향기 나는 소설 속 묘사처럼, 무슨 수백 송이의 백합들이 활짝 만개하는 그림 따위는 없다. 넌 그저 벌겋게 헐떡거리는 남친의 얼굴표정을 보게 될 따름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섹스가 안 좋다는 말은 아니다.
196.
사회대 남자를 사귀었던 선배의 술자리 썰 하나.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쪼다 같은” 그는 맨날 안경 벗은 모습이 멋져 보일 것 같아서 안경을 벗고 그녀를 만나러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렌즈도 끼지 않아서, 밥 먹으러 가면 실눈을 뜬 체로 거북이마냥 목을 쭉 뻗어서 메뉴판에 적힌 글자를 읽곤 했다고. 쪼다가 맞는 듯하다.
197.
마이피누에는 보통 ‘마이러버’에 대해 잘 안 된 글들만 올라온다. 이유는 잘 된 사람은 아예 잘 됐다는 글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후배 놈이 그런 케이스다. 넌지시 물어보니, 그런 거 적을 시간 어디 있냐고 하더라.
198.
믿는 거랑 무관심은 다르다. 아, 물론 이 둘의 정확한 차이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199.
진짜 좋은 건 남자의 페니스 크기니, 여자의 가슴 사이즈 같은 게 아니라 관계 중에 귓가에 속삭여주는 흥분의 입김서린 ‘어떤 말’이다.
200.
딱히 구하지 않으면 먼저 충고하거나 가르치려들지 말라. 그녀는 니 학생이 아니다.
201.
이성이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버리기 바란다. 대개 그런 건 이기심에 불과하다.
202.
4월 중순이면 새내기 여자들 파벌이 거의 다 갈렸을 텐데, 여기서 새내기 남자들은 자기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 그룹을 편애해주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한다. 파벌싸움에 끼게 되면 이상한 소문이 생겨나게 되며, 대개 그런 건 진압이 잘 안 된다. 그냥 입에 지퍼 채우고 가만히 있어라. 여자싸움에 남자가 끼는 거 아니다.
203.
가장 완강한 거절은 무시다.
204
이해를 바라지 않으니, 남자가 축구 볼 때는 옆에서 자꾸 누구랑 누구가 붙는거니(TV에 적혀있다), 저 선수이름이 뭐니(어차피 기억할 생각도 없지 않은가?), 오프사이드가 뭐니(네이버에 검색해봐라)하는 식으로 말 걸지 마라. 그냥 좀 제발, 이때만큼은 내비둬라.
205
단순히 사귀는 걸 엄마한테 보고하지 마라. 엄마에게 중요한 것은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며, 고로 쓸데없이 꼬이는 수가 있다.
206.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주위를 보면 한번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나면 처음에 헤어졌던 똑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지는 경우가 많더라. 아마도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 듯하다.
207.
단순한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예쁜 여자가 소수이듯 잘 생긴 남자의 수도 정해져있다. 고로 모든 여자가 잘 생긴 남자와는 사귈 수는 없는 계산이 나온다. 그녀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알아서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 고로 인터넷에서 ‘완얼, 완얼’거리면서 세태를 저주하는 너는 쓸데없이 키보드 두드리는 건 그만두고, 최소한 같이 다니기 창피한 사람은 되지 않도록 러닝머신을 달리도록 한다.
208.
모쏠들아,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소개팅에서 너랑 만난 지 2,3일 된 여자가 딱히 할 얘기도 없는데, 그렇다고 니가 남친인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폰 붙잡고 영양가 없는 대화 를 억지로 이어나간다? 너 같으면 어떻겠는가? 카톡에 큰 의미를 두지마라. 관심 있으면 그럴 수 있다는 헛소리는 그만하고, 그냥 하던 일하다가 한두시간에 한번씩 카톡 툭툭 넣어주다가 다음 만날 약속이나 잡아라. 얘기는 그때 하는 거다. 무슨 백일장하는 것도 아니고, 사귈지 안 사귈지는 카톡 메시지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상대방 외모나 목소리, 대화, 스타일, 매너와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느껴지는 매력이나 호감이 정하는 거다.
209.
아는 건 많은데 느낌 없는 사람이 되진 말라.
210.
여자가 11시까지 집에 가야한다고 한다면 11시까지는 같이 있고 싶다는 뜻이다. 너한테 마음이 없으면 그런 시간 자체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냥 집에 간다.
211.
SNS에서 연애상담하지 마라. 그건 그냥 관심병이고 애정결핍일 뿐이다. 차라니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해라.
212.
그녀들이여, 거절을 할수록 스스로가 가치 있는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 생각은 너의 눈을 멀게 만들지어니, 너는 너 스스로의 거절로 인한 남자의 실망을 그의 변심으로 읽게 될 것이다. 허나, 실상은 그저 네가 형식에 갇혀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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