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앓이를 하는 분들을 위한 시
- 2014.06.11. 01:16
- 2752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
서영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 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거기에 걸어 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 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 그 날의 꽃 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거야
그러니 사랑한 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 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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