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가 있습니다.
한판이 노릇하게 구워져나왔는데, 먹어야할 사람은 8명이고, 8조각으로 나누면 됩니다.
하지만 두놈이 더왔습니다. 안 줄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10조각으로 나눕니다. 그런데 또 네놈이 더왔습니다... 그럼 14조각이 됩니다... 그러다가 20조각, 30조각이 되서 결국에는 시식코너에 있는 피자보다 작은 양으로 먹는 수준까지 와버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우리 학교 현실입니다.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뭐, 지원이 있는 과도 없는 과도 지원을 외치는 형국에 조금이라도 지원을 더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피누나 친구들을 통해서 읽고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 너무 앞서 언급한 피자의 이야기처럼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즉, 수많은 학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동아리나 다른 모임 같은 데 가서 새내기들이나 갓 2학년들 학과물어보면 완전 생소한 과들이 많습니다. 이름도 길고.. 이런 과도 있었나 싶기도 해서 물어보면 09년도에 생겼어요, 이번에 생겼어요.. 등등등
이처럼 새롭게 생겨난 과들도 기존의 학과들처럼 지원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권리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유치했으니까요. 결국, 지원금이라는 피자를 쪼개다 쪼개면 먹어도 먹는 느낌이 안나는 그런 형국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즉, 학교에서 육성하고 성과가 보이는 학과에 집중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고, 다같이 하향 평준화를 이룩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가까운 미래 혹은 더 먼 미래에는 우리 학교는 전체적으로 수준이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지금 새로 생겨난 과를 통폐합하는 것도 그 과에 입학한 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엔, 학교가 무리하게 학과를 늘려 학생들을 유치한 것에 대한 책임은 언젠가 하향평준화라는 철퇴를 맞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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