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라더군요.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글이 여러 군데서 올라왔고요.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리플이 있기에 가져와봤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유발한 해악때문에 저는 MB만큼 노무현도 싫어합니다. 정치인은 인간적인 면모보다도 역시 정치인으로서 행했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노무현 자신이 까여야 할 몫 이상으로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까이는 면이 참 슬프죠. 무언가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정치인이 받아야 할) 공정하고 냉정한 비판/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좋음의 대상으로, 한쪽에서는 지나칠 정도의 패드립의 대상이 되어버린 사실이 한국사회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말해 노무현의 정책으로 인해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된 사람들' 생각해보면 노무현보고 '사람 냄새 난다'고 하는 것은 그 피해자 분들께 죄송하고 송구스런 면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인간성을 (정책적으로) 많이 손상시켰더라도, 노무현의 인격이 맘대로 까여도 되는 대상이라는 것은 아니죠. 다만, 노무현 시대에 행해졌던 극단적 신자유주의 개혁과 이로 인한 사회 전반의 비인간화를 제쳐두고 '인간 노무현'을 말하는게 조금 위화감이 들어서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제 생각과도 많이 공감되는 리플이었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보며 항상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 옆집 아저씨', '동네 할아버지', '소탈한 사람'을 떠올리곤 하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람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주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노무현 대통령 시기를 '사람 살 맛 나는 세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거론된 비정규직 문제는 이 시기에 상당히 고조되었고
한미 FTA 체결, 대추리 군대투입, 수능등급제, 로스쿨, 부동산정책 실패, 빈부격차 심화 등등...
(그러고보니 노무현 정권 때도 노사분쟁은 참으로 많았고, 노동자에 대한 탄압 강도도 높았었죠.)
한미 FTA 체결과 대추리 군대투입이 있던 시기는 제가 고3 때였는데
그 소식을 듣고 그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시위현장에 참석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대추리에 대해서는 나이먹고 조금은 중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곳에 '군대'를 투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그 곳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던 것도 아니고, 경찰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 투입이란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었을 사람들이
군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한미 FTA는 나중에 노빠 깔 때 언급할 거라서 일단 나중에 말하겠습니다.)
어쨌건, 위 댓글에 올라온 대로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으로 인해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마구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명박 정권은 그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고요.
노무현이란 사람은
인간미를 느낄 수 없었던 정권의 대통령이었지만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그 사람은 극단적인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추앙,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폄훼.
이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만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노무현 정권의 비인간적 면모만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충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뭐 일베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비인간적 면모를 논할 수준이 안 되어 보이는 것 같아보였습니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과 그 정권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서로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면을 모두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 정권, 혹은 그가 보여준 갖가지 실책들을 인정하고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 정권, 혹은 그가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을 인정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이런 극단적인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겠죠.
그런데 이는 분명 일베, 그 외 조중동과 같이 노무현을 극단적으로 폄훼했던 이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노빠들과 친노가 저지른 잘못도 분명히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미 FTA 이야기 잠시 해 볼까요?
저는 노빠들이 이명박 정부를 욕하면서 한미 FTA를 걸고 넘어지는게 정말 역겨웠습니다.
그 한미 FTA, 먼저 시작한게 누구였는데??? 노무현 정권 아니었습니까?
자기들이 그렇게 따르던 사람이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때는 아무 말도 않더니
자기들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미 FTA를 밀고 나가니까 그에 대해선 반대한다? 참으로 웃기는 짓이더만요.
무슨 노무현 정권의 FTA와 이명박 정권의 FTA가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추진하는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저렇게 돌아서는게 참으로 어이없덥니다.
친노들도 마찬가지. 노무현이 허망하게 죽고 나서 그 사람의 이름팔이에만 여념이 없었죠.
이름 하나 잘 팔아서 2010 지방선거에서는 좋은 결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뭐 있었나요? 2012 총선과 대선, 모두 노무현 이름팔이, 정권 심판 빼면 뭐 있었습니까?
그러면서 총선 패배하고 대선 패배했을때는 노무현 묘소 참배하고 그 앞에 사죄하던데
사죄만 하면 뭐하나요, 그들에게는 반성이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좌초했을 때, 그걸 보고 하나도 느낀 게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총선, 대선 모두 같은 레퍼토리 내세웠다가 깨졌지...
이 노빠들과 친노들의 합작품은 참으로 웃기덥니다.
노빠들은 친노세력에 대항하는 사람이면 모두 반노로 몰아붙이더군요.
그러다보니 노무현 밑에서 오래도록 일해왔던 측근 중 한 사람도
친노세력과 대척점에 섰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반노세력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작 그 분은 노무현이 초창기 정치활동을 할 때부터 같이 일해왔던 사람이고
아닌 것 같아도 은근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시종일관 긍정적 태도를 표현하는 사람인데 말이죠.
(제 지역구 의원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노빠, 친노 욕먹는건 당연하고
그들이 따르는 노무현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건 당연할 겁니다.
저는 요새 노알라 합성이고 뭐고 떠돌던거 많던데 그런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보기에 낄낄대고 놀만한 것도 아니고, 고인 능욕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잘못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잘못만 있는 게 아니라요.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말 그대로 사람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노무현은 마치 종교와 같이 취급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는, 다 읽어보셨면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 언급해서 좋은 소리 들을 가능성은 전혀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이 이야기 꺼내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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