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글

잠시 노무현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베이스2013.05.23 21:15조회 수 442추천 수 9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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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라더군요.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글이 여러 군데서 올라왔고요.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리플이 있기에 가져와봤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유발한 해악때문에 저는 MB만큼 노무현도 싫어합니다. 정치인은 인간적인 면모보다도 역시 정치인으로서 행했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노무현 자신이 까여야 할 몫 이상으로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까이는 면이 참 슬프죠. 무언가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정치인이 받아야 할) 공정하고 냉정한 비판/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좋음의 대상으로, 한쪽에서는 지나칠 정도의 패드립의 대상이 되어버린 사실이 한국사회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말해 노무현의 정책으로 인해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된 사람들' 생각해보면 노무현보고 '사람 냄새 난다'고 하는 것은 그 피해자 분들께 죄송하고 송구스런 면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인간성을 (정책적으로) 많이 손상시켰더라도, 노무현의 인격이 맘대로 까여도 되는 대상이라는 것은 아니죠. 다만, 노무현 시대에 행해졌던 극단적 신자유주의 개혁과 이로 인한 사회 전반의 비인간화를 제쳐두고 '인간 노무현'을 말하는게 조금 위화감이 들어서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제 생각과도 많이 공감되는 리플이었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보며 항상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 옆집 아저씨', '동네 할아버지', '소탈한 사람'을 떠올리곤 하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람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주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노무현 대통령 시기를 '사람 살 맛 나는 세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거론된 비정규직 문제는 이 시기에 상당히 고조되었고

한미 FTA 체결, 대추리 군대투입, 수능등급제, 로스쿨, 부동산정책 실패, 빈부격차 심화 등등...

(그러고보니 노무현 정권 때도 노사분쟁은 참으로 많았고, 노동자에 대한 탄압 강도도 높았었죠.)


한미 FTA 체결과 대추리 군대투입이 있던 시기는 제가 고3 때였는데

그 소식을 듣고 그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시위현장에 참석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대추리에 대해서는 나이먹고 조금은 중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곳에 '군대'를 투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그 곳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던 것도 아니고, 경찰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 투입이란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었을 사람들이

군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한미 FTA는 나중에 노빠 깔 때 언급할 거라서 일단 나중에 말하겠습니다.)


어쨌건, 위 댓글에 올라온 대로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으로 인해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마구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명박 정권은 그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고요.


노무현이란 사람은

인간미를 느낄 수 없었던 정권의 대통령이었지만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그 사람은 극단적인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추앙,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폄훼.


이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만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노무현 정권의 비인간적 면모만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충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뭐 일베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비인간적 면모를 논할 수준이 안 되어 보이는 것 같아보였습니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과 그 정권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서로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면을 모두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 정권, 혹은 그가 보여준 갖가지 실책들을 인정하고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 정권, 혹은 그가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을 인정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이런 극단적인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겠죠.


그런데 이는 분명 일베, 그 외 조중동과 같이 노무현을 극단적으로 폄훼했던 이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노빠들과 친노가 저지른 잘못도 분명히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미 FTA 이야기 잠시 해 볼까요?

저는 노빠들이 이명박 정부를 욕하면서 한미 FTA를 걸고 넘어지는게 정말 역겨웠습니다.

그 한미 FTA, 먼저 시작한게 누구였는데??? 노무현 정권 아니었습니까?

자기들이 그렇게 따르던 사람이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때는 아무 말도 않더니

자기들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미 FTA를 밀고 나가니까 그에 대해선 반대한다? 참으로 웃기는 짓이더만요.

무슨 노무현 정권의 FTA와 이명박 정권의 FTA가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추진하는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저렇게 돌아서는게 참으로 어이없덥니다.


친노들도 마찬가지. 노무현이 허망하게 죽고 나서 그 사람의 이름팔이에만 여념이 없었죠.

이름 하나 잘 팔아서 2010 지방선거에서는 좋은 결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뭐 있었나요? 2012 총선과 대선, 모두 노무현 이름팔이, 정권 심판 빼면 뭐 있었습니까?

그러면서 총선 패배하고 대선 패배했을때는 노무현 묘소 참배하고 그 앞에 사죄하던데

사죄만 하면 뭐하나요, 그들에게는 반성이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좌초했을 때, 그걸 보고 하나도 느낀 게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총선, 대선 모두 같은 레퍼토리 내세웠다가 깨졌지...


이 노빠들과 친노들의 합작품은 참으로 웃기덥니다.

노빠들은 친노세력에 대항하는 사람이면 모두 반노로 몰아붙이더군요.

그러다보니 노무현 밑에서 오래도록 일해왔던 측근 중 한 사람도

친노세력과 대척점에 섰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반노세력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작 그 분은 노무현이 초창기 정치활동을 할 때부터 같이 일해왔던 사람이고

아닌 것 같아도 은근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시종일관 긍정적 태도를 표현하는 사람인데 말이죠.

(제 지역구 의원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노빠, 친노 욕먹는건 당연하고

그들이 따르는 노무현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건 당연할 겁니다.


저는 요새 노알라 합성이고 뭐고 떠돌던거 많던데 그런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보기에 낄낄대고 놀만한 것도 아니고, 고인 능욕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잘못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잘못만 있는 게 아니라요.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말 그대로 사람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노무현은 마치 종교와 같이 취급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는, 다 읽어보셨면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 언급해서 좋은 소리 들을 가능성은 전혀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이 이야기 꺼내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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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찾습니다 (by 중도박이) 학교근처 독서실 다니시는분 계신가요? (by 토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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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역시 이렇게 생각해요. 노무현, 사람은 참 좋았으나 인물은 아니었다고.
  • 인간적으로는 좋았으나 대통령으로서는 조금...

  • 노무현도 부족했고 그 당시 열린우리당도 그러하고


    지금의 민주당의 무능함고 그러하고

    (정책 만드는 제대로 된 집단이 없다고 하던데)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갑질을 더 많이 해 온 집단이 지금의 새누리이 이기에 손가락질을 더 받는거죠


    저도 노무현 좋아하지만

    참여정부는 실패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봅니다


    그런데 역대 다른 대통령과 비교해 보십시오


    제 결론은 노무현 너무 심하게 못까겠다 였습니다



    김용철 변호사 책 보면 그런부분이 있습니다


    퇴임직후 노무현이 뇌물을 받았네 어쩠네

    피아제 1억 시계를 받았네 버렸네 어쨌네


    야이 전 대통령들은 비자금 몇천 몇백 억을 해먹었는데 그 1,2억 가지고 이러는게 참 검사입장에서 가오가 안산다고(워딩은 많이 틀렸지만 대충 이런 내용) 그런데 그 피어제 사건 또한 날조였고


    차명계좌가 있어서 자살했다는 조현호 전 검총의 말은 근거없고 쟤가 그랬어요 이런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최소한이렇게 까지 기득권과 싸우러고 했고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대통령은 없었던거 같다

    그리고 사람을 끌어드리는 매력이 있다
  • 근데 삼성과 참여정부의 커넥션이 과연 어느정도 일지는 진짜 궁금함
  •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노무현은 좋은 정치인이 될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대통령 감은 아니었다는거죠

    대통령하면서 본인의 화를 못 이겨내서 막말도 꽤 해서 구설수에 올랐구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게 많았죠 대통령이라면 대한민국에 그 어느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람인데요

    마지막 모습도 고인을 뭐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그렇게 가는건 아니었죠 개인적으로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가버리면 지지하는 사람을 저버리는거죠 그리고 본인에게 있었던 의혹들도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함이라는 것을 증명했어야 하죠 그 사실의 유무를 떠나 그 상황을 못 견뎌서 떠났겠죠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깨놓고 말해서 그 정도는 이겨내야죠

    전두환보세요 희대의 망나니 대통령이었어도 지금 말하는거나 보세요 물론 절대 그를 지지하지도 그럴 생각도 없지만 "나한테 안 당해봐서 그래" 이런 내가 뭘 잘못 했냐는 식의 생각하면 어이없는 당당함은 노전 대통령도 어느정도는 지니고 있었어야죠
  • @한순간
    전통 인맥 보세요..
    그 사람 자체가 기득권의 상징입니다

    못건드립니다 전통

    그러니 저러고 사는거지

    노무현이 그랬으면 저격 엄청 당해ㅛ어요


    물론 자살이라는 방법에 대해선 호불호
  • @그레이트피레니즈
    노전대통령이 구설수에 오를거 걱정했으면 대통령 재임기간중에 입으로 인해서 논란거리 만들일이 거의 없었겠죠 현실은 그렇지 않았자나요 그리고 전두환의 미친 듯한 당당함을 노전대통령이 좀 가졌으면 한다고 했는데 건드리니 마니 그 이야기도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은
    큰 범위에서의 정치가 아니라 작은 범위(조직안이나 조직간)의 정치에 크게 실패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단은 검찰과 사법부와의 관계가 거의 극악이였고 기타 행정 조직들과의 관계도
    그렇게 좋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여론과의 관계도 매우 좋지 않았죠.
    DJ나 YS의 경우 수십년 정치경험으로 인해 이런 상황에 능하여 쓸땐 쓰고 버릴때 버리는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았지만, 노통은 그런게 매우 부족했죠.
    병법에서도 각개격파를 우선시 하는데 노통은 그걸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임기 초반부터 힘이 급속히 빠졌고 탄핵까지 간 것이라 생각되구요.
  • @두번머겅
    ㅇㅇ

    대통령 파워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했던 기질이 좀 있죠

    그것을 통해서 대통령 한 명으론 세상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그리고 고졸출신에 너무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하니
    검찰이 얕봤다더군요

    그리고 검찰은 권력에 좀 붙어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독립권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에서 핫라인도 끊어버리고 독대도 잘 안해쥬고 하다보니

    대통령이 자기네들은 너무 팽하는거 아닌가 하는생각에 대통령에게 잘해주려는 마음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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