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서 우리 학교 내에서도 뜻 있는 여러 학우분들께서 용기 있게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40년 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써 큰 역할을 했던 부산대학교의 이름이 퇴색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재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이곳저곳 흠집을 내려고 하는 시도가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정말 순수한 의도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불순한 목적을 띠고 이루어지는 공작인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만, 이러한 시도가 우리 학우분들의 행동에 지장과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겨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집회 집행부의 정치색과 관련해서 태클을 거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는 것 같습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학우분께서 집회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사실 집회라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태클은 부당하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새기어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에 의혹을 갖고 계시거나 혹은 분노하고 있는 학우분들 가운데 대부분은 특정 정당을 공격하거나 혹은 옹호하고자 집회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비리로 점철된 본인 딸의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장관 내정자로서 이러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하길 바라기 때문에 집회를 지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학우분들의 순수한 의도가 특정 정당이 개입하게 되었을 때는 어떤 시련을 맞이하겠습니까? 하루하루 의혹이 터져나오고 과거 본인이 SNS에서 주장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것이 들통나버린 위선자를 아직까지도 옹호하고 있는 극단적인 세력들이 이것을 꼬투리 잡아서 우리들의 행동을 불온한 목적을 띤 것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미 고려대학교가 그러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집회 집행부에서는 사전에 이러한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재학생 및 졸업생 인증절차를 거쳐서 외부인들의 집회 참여를 제한하고 집회 영역과 외부 영역을 철저하게 구분하여 집회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영역 인근에 접근한 특정 정당 지지자들의 사진을 찍어서 고려대학교 학생들을 '일베'로 매도하는 등 가당찮은 공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동에 대중들이 넘어가 대학생 집회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다면, 결국 이득을 보는 쪽은 어디겠습니까? 집회의 정치색을 운운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예전 정부 때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참 기가 차고 어이가 없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광신도처럼 지지하는 자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현명한 학우 여러분들은 경계, 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부산대 의전원의 일인데 왜 부산대 의전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집회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불만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현재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의혹이 부산대 의전원과 관련된 것은 맞지만, 사실 조국 후보자 딸의 의혹은 우리나라의 입시제도 및 장학금제도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해서 자신의 딸을 대한민국에서는 직업 자체로 특권이 될 수 있는 의사로 키워보려고 했던 사람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특목고 폐지를 얘기하고,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으니 개천에 살아도 행복한 붕어 가재 개구리가 되자고 얘기한 그 자의 아수라백작같은 치가 떨리는 이중성이 이 땅의 많은 입시생들과 대학생들, 연구자들, 그리고 학부모들을 분노케 하는 핵심적인 포인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부산대 의전원이 이 논란에 연관이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부산대학교 학우들이 의혹을 제기하며 떨쳐 일어날 명분은 충분한 것입니다. 학력이 최고의 스펙이 되는 나라에서 단지 본인이 적을 둔 학교가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그대로 침묵하고 있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요?
이제 조국 후보자 딸에 대한 의혹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북대학교, 대구대학교, 영남대학교에서도 들고 일어나려는 참인 것 같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 부산대학교가 부산대 의전원의 스탠스와 별개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명분없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재 논의 과정에서 부산대 의전원 분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다소 안타까운 일이긴 하되, 잘못되었다거나 성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문제는 부산대 의전원 재학생들이 중심에 있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입시제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조국 후보자에 대하여 준엄하게 꾸짖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에 너무나도 큰 실망감과 좌절감에 지난 며칠간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독성 있고 논리정연한 글을 쓸 깜냥이 없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으로 이 게시판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번 일은 절대로 좌시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외부의 온갖 음해로부터 우리 부산대학교 학우들의 정의로운 뜻을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글을 썼습니다. 집회를 추진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고, 저 또한 여유가 되는대로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P.S. 글이 조잡하고 길어서 요점만 요약합니다.
1. 특정 정당이 개입하거나 정치색이 묻으면 우리의 순수한 의도가 극단적인 지지자들에 의해 매도될 수 있으니 이는 경계하도록 하자.
2. 부산대학교는 의전원의 스탠스와는 상관없이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낼 명분은 충분하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