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8일 “학기당 기성회비 10만원 싸진대요! 단, 국공립대만...”
이응: 저는 졸업한 지 몇 년 안됐지만, 대학을 졸업하신지 오래되신 분들은 긴가민가하실 수도 있는데 우리 대학에 등록금 낼 때 “기성회비”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전 그냥 내라니까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좀 이상한 면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졸업했는데요 등록금은 면제이고 기성회비를 냈다가 다시 이공계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본래 등록금만으로 재정이 충당이 안 되서 생긴 게 기성회비인데 등록금을 안 받는 학교에서 기성회비를 받는 것도 좀.. 어쨌거나 논란이 많았던 기성회비가 약 10만원 정도 저렴해질 예정입니다. 어떻게 가능해진 일일까요?
기성회[期成會, preparatory association] : 교육풍토의 쇄신과 학교육성, 교권의 신장, 잡부금의 해소, 교육협력 체제의 강화 등을 위한 자율협찬 성격의 재정적 지원 조직. (교육학용어사전)
기성회비는 언제 왜 생겼나
1963년 각 대학이 재정난을 겪어서 당시 문화교육부 장관 훈령을 통해 각 대학별로 운영을 위한 기성회를 만들어서 기성회비를 걷을 수 있도록 했다. 수업료는 인상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대학은 기성회비를 올리는 식으로 등록금을 편법인상해왔다. 따라서 기성회비에 대해서 법적 근거를 대라고 요구하거나 폐지하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결국 사립대는 1999년에 기성회비를 폐지했다. 그러나 국·공립대는 가만히 있어왔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가 2008년에, 2011년에 기성회비 폐지를 국·공립대에 권고했다.(문화일보)
사립대 교직원에 비해 국립대 교직원의 보수가 적어서 우수한 교원 확충에 어려움이 있어서 기성회비에서 교직원 보수를 주었다.
- 훈령: 상급관청이 하급관청의 권한을 행사를 지시하기 위하여 하는 명령. 자체 사무 체계나 내부 규율의 필요에 따라 발동하는 것으로 훈령을 어기면 형사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행정부 자체 징계를 받게 된다.(박문각시사상식사전)
이응: 대학에서 돈이 필요하니까 문교부에서 니네 돈 걷게 해줄게 걷어~ 라고 허락해준 거죠.
어마어마한 기성회비계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국립대학의 기성회 회계 세입규모는 기성회비 1조3355억원을 포함해 2조2073억원에 달한다. (세계일보)
기성회비를 어떻게 빼돌려서 어디다 썼나
기성회비 법령에서는 교육 시설 확충 등으로 쓰기 위해 기성회비를 걷으라고 했는데 법령에서 허용하지 않은 인건비를 연구보조비, 교재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연구를 하지 않는 일반직과 기능직 공무원에게 수당을 추가 지급했다. 이 밖에도 각종 편법으로 교직원의 복지를 지원하거나 해외 연수를 실시하고 생일선물비, 명절선물비, 직원식사비 등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어오고 감사 때마다 지적되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10년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들이 기성회비 반환 청구 소송을 냈고 2012년 1월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여전히 국·공립대 측은 교수 인건비가 낮아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기성회비를 인건비로 쓸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문화일보)
이응: 연구비 명목으로 주는 거라면 교수에게 주는 게 맞죠. 그런데 연구활동을 하지 않는 일반 공무원에게 돈 주려고 편법을 쓴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수한 교수 인력 확보를 위해 기성회비로 교원 인건비를 올리는 것을 문제로 삼는 게 아닌데 국·공립대의 의견은 초점을 벗어난 것 같습니다.
기성회비로 인건비 얼마나 줬나
7월 24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43개 국·공립대학교의 “2013년 국공립대 기성회계 예산”을 대학 알리미에 올렸다. 올해 기성회비 예산 전체 약 2조 183억 중 인건비가 31.1%을 차지했다. 전체 등록금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공립 대학의 기성회비는 교육 시설 확충 등 학생 복지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교직원 인건비와 같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 온 것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뉴시스)
직원의 경우 기성회비에서 받는 추가 수당이 1인당 급여의 20~30%를 차지한다. (매일신문) 기본적으로 모든 공무원의 일반 급여는 ‘공무원보수규정’과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급여가 지급된다.(문화일보)
이응: 뒤이어 나오겠지만 따라서 다른 일반 공무원들과 비교했을 때 추가 수당을 더 받으니 같은 공무원들 사이에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더 이상은 줄 수 없다!!
7월 25일 국·공립 총장 회의에서 국립대 교직원에 대한 “기성회계 급여보조성경비” 지급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립대 교직원 기성 회비 수당 지급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내용은 그동안 기성회비로 주던 직원 수당을 올해 9월부터 없애고, 이에 불응하는 국립대에는 행정적 제재를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에 대해서는 연구 성과에 따라서 기성회비로 주는 추가 수당을 차등 지극하도록 했다. (매일신문)
교육부에서 지급하는 경비, 예산 지원 등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또한 기성회비로 인건비를 지급한 국·공립 대학은 정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 지표에 점수로 반영하고 교수 정원 배정 시 불이익을 주는 제도적으로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뉴시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국립대학의 기성회 회계 급여보조성 경비가 학생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다른 국가기관 공무원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바로잡기로 했다. (세계일보) 인건비로 갈 부분을 등록금 삭감이 아니라 직접 교육비로 전환할 수도 있다.(한겨레)
이번 일로 인해 학생이 부담하는 기성회비를 줄이고자 한다. 앞으로 기성회비 수당 지급이 폐지되면 국립대 공무원 직원 1인당 연간 990만원가량 연봉이 줄 것이다. 그 만큼의 수당 지급액이 없어지는 만큼의 비용을 기성회비에서 없애면 국립대 재학생 1인당 등록금은 연간 10만2000원(2.5%) 인하 효과가 있다. (세계일보)
그러나 기성회비를 기존대로 걷고 인건비로 쓰이던 것을 학교 시설이나 교재비로 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번 일로 인한 기성회비 삭감이 어려울 것이다. (한겨레)
국립대 직원의 목소리
비교원직인 공무원 직원들에겐 아예 안주고 교원직, 교수들에게는 업적에 따라서 차등 지급함에 따라서 비교원직으로부터 반발이 거세다. (세계일보)
A씨: 10년치 호봉이 하루아침에 깎이는셈..
B씨: 직원은 당장 안주면서 교수들은 연구 성과에 따라서 주는 건 차별이다.(매일신문)
C씨: 사실상 월급으로 생각하고 받아왔던 돈인데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 (국민일보)
전국 28개 국립대학 공무원 노조: 하위직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고 등록금 인하 생색내려는 교육부의 의도이다. 우리 수당 폐지 해봤자 등록금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 또한 수당이 폐지되면 임금이 너무 낮아져서 공무원 사기 저하로 공부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연합뉴스)
이응: 이를 계기로 기성회비가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어, 국가 장학금으로 개인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등록금의 비리 체계를 바로 잡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응, editor in crossjournalism.com catcat88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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