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배운 것들 모두 다 잊어버리십시오."
경제학부 유명한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였다. 시험기간도 끝났지만 책도 여러 권 쓰고 명망 높으신 교수님의 마지막 강의라 모두들 참석해 듣고 있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 한마디로 경제학으로부터 배운 것을 모두 잊어버리라고 한 것이다.
"힘든 과정을 거쳐 경제학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을 열심히 배운 그대들의 노력을 존중합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스스로 자랑스러워 해도 될만큼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이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두 잊으십시오. 모든 경제학 이론은 잊으셔야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명인 칸트는, 마지막 비판서인 <판단력 비판>을 통해, 일생을 통해 쌓아온 그의 이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엊그제 말한 사실의 참, 거짓 여부에도 쩔쩔 매는 우리를 생각해 본다면, 일생을 바쳐온 학문이 부정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가뿐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물론 경제학은 분명 세상을 이해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그러나 결코 유일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 지극히도 가난했습니다. 그 때 대기업과 경제학 대학원을 동시에 합격했지요. 경제학 원리를 통해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나는 대기업을 선택했어야 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구멍가게를 하셨고 저희 집은 가난한 편이었거든요. 대학 공부를 마친 것만도 감사해야 했죠. 석사라니요. 가당치도 않았죠. 하지만 저는 4년 동안 착실히 배운 경제학의 원리를 모두 무시하고, 그냥 대학원의 길을 택했습니다. 경제학이 궁금했고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그 결과, 비록 돈을 조금 덜 벌고, 큰 권력을 갖지는 못 했지만 교수라는 자리를 얻어 여러분들 앞에서 이렇게 강의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행복하냐구요? 행복합니다. 백프로 만족하지는 못 하지만,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눈빛 초롱초롱한 여러분께 가르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내 삶은 이 정도면 괜찮았습니다."
학점 하나에 목숨 걸고, 동아리랴 알바랴 대외 활동이랴 분주했던 학생들은, 어느새 연말 연예대상의 대상 발표를 기다리듯 숙연해졌다.
노교수는 쓴 블랙커피 한 잔을 하고 나서, 우리를 찬찬히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절대 경제학적 선택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어떤 여성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기회비용이 얼마나 크든 상관없이 그 여성을 선택하세요. 학점 따위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미치도록 소설이 쓰고 싶다면, 계획 조금 빗나가는 것은 그냥 넘기십시오. 그 시간에 꼭 쓰고 싶은 이야기를 완성시키세요. 여러분의 삶을 진정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완전히 탈-경제학적인 선택입니다. 우둔해지세요. 마음가는대로 행동하세요. 잠에 들다가도 떠올리면 괜스레 좋아지는 것, 그것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4년동안 경제학을 배웠고, 그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내 삶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영혼없이 육체만 살아간다고 하면 조금은 맞을 것이다. 그런 나는 경제학에 일생을 바친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통해 마침내 깨달았다.
사랑하고 싶을 때면 사랑하자.
그것이 경제학적으로 아무리 비효율적이고 기회비용이 큰 행동이라도 상관없다.
대가는 상관없다. 사랑하자.
경제학부 유명한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였다. 시험기간도 끝났지만 책도 여러 권 쓰고 명망 높으신 교수님의 마지막 강의라 모두들 참석해 듣고 있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 한마디로 경제학으로부터 배운 것을 모두 잊어버리라고 한 것이다.
"힘든 과정을 거쳐 경제학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을 열심히 배운 그대들의 노력을 존중합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스스로 자랑스러워 해도 될만큼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이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두 잊으십시오. 모든 경제학 이론은 잊으셔야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명인 칸트는, 마지막 비판서인 <판단력 비판>을 통해, 일생을 통해 쌓아온 그의 이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엊그제 말한 사실의 참, 거짓 여부에도 쩔쩔 매는 우리를 생각해 본다면, 일생을 바쳐온 학문이 부정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가뿐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물론 경제학은 분명 세상을 이해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그러나 결코 유일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 지극히도 가난했습니다. 그 때 대기업과 경제학 대학원을 동시에 합격했지요. 경제학 원리를 통해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나는 대기업을 선택했어야 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구멍가게를 하셨고 저희 집은 가난한 편이었거든요. 대학 공부를 마친 것만도 감사해야 했죠. 석사라니요. 가당치도 않았죠. 하지만 저는 4년 동안 착실히 배운 경제학의 원리를 모두 무시하고, 그냥 대학원의 길을 택했습니다. 경제학이 궁금했고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그 결과, 비록 돈을 조금 덜 벌고, 큰 권력을 갖지는 못 했지만 교수라는 자리를 얻어 여러분들 앞에서 이렇게 강의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행복하냐구요? 행복합니다. 백프로 만족하지는 못 하지만,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눈빛 초롱초롱한 여러분께 가르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내 삶은 이 정도면 괜찮았습니다."
학점 하나에 목숨 걸고, 동아리랴 알바랴 대외 활동이랴 분주했던 학생들은, 어느새 연말 연예대상의 대상 발표를 기다리듯 숙연해졌다.
노교수는 쓴 블랙커피 한 잔을 하고 나서, 우리를 찬찬히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절대 경제학적 선택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어떤 여성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기회비용이 얼마나 크든 상관없이 그 여성을 선택하세요. 학점 따위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미치도록 소설이 쓰고 싶다면, 계획 조금 빗나가는 것은 그냥 넘기십시오. 그 시간에 꼭 쓰고 싶은 이야기를 완성시키세요. 여러분의 삶을 진정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완전히 탈-경제학적인 선택입니다. 우둔해지세요. 마음가는대로 행동하세요. 잠에 들다가도 떠올리면 괜스레 좋아지는 것, 그것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4년동안 경제학을 배웠고, 그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내 삶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영혼없이 육체만 살아간다고 하면 조금은 맞을 것이다. 그런 나는 경제학에 일생을 바친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통해 마침내 깨달았다.
사랑하고 싶을 때면 사랑하자.
그것이 경제학적으로 아무리 비효율적이고 기회비용이 큰 행동이라도 상관없다.
대가는 상관없다.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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