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남동생이 집을 나갔어요

2011.07.31 12:03조회 수 5626추천 수 1댓글 18

    • 글자 크기

편의상 음슴체로

어저께 새벽 세 시쯤 엄마가 자는데 깨움

도둑이 든 거 같다면서 조용히 해보라하길래 있어보니 발소리 들림 나 긴장 하지만 울 집은 주택이고 도둑이 들어오려면 3층을 올라야함 근데 갑자기 집 도어락이 열리고 아래의 문(쇠문)이 닫기더니 조용해짐 엄마가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열일곱 살 남동생 신발이 없어짐 ㄷㄷ

일단 밤새 기다리다가 날이 밝아서 전화 문자 다 해보니 쌩까고 집에 있던 4천원이 사라짐 남동생은 연락이 아예 안 됨 스맛폰이 아니라 일반폰이라 위치추적이 안 됨

남동생은 열일곱 살임 이게 가당함? 전 저 나이에 공부 열심히 했던 거 밖에 없음 ㄷㄷㄷ 이해가 안 감

남동생은 중학교 때 공부를 아예 안 했음 거짓말 안 보태고 3년 동안 게임한 것만 봤음.. 그런데 어째저째해 인문계를 가게 되었는데 공부한 기본이 없으니 인문계 가서 꼴찌 ㅋㅋㅋ 근데 이놈 학교 애들이 공부를 아예 놓은 건지 반 10등 안에는 들었음 .. 동생 기고만장해짐. 그리고 집에선 매일 컴퓨터로 자기 게임 길드 사람들하고 만난다면서, 서울 보내달라고 떼써서 혼자 서울 여행 가질 않나 자기 수원에 있는 여친(가족들은 아직도 얘 신원파악 안 됨) 만나러 간다면서 주말에 휙 나갔다가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왔음. 아버지 타지에서 일하시고, 어머니 혼자 얘 통제가 안 됨. 난 혼내서라도 잡아야 한다지만 키 180넘고 덩치 엄청 좋아서 울 집 사람들 아무도 못 말림.

게다가 남동생은 중 2병. 매일 자신의 피에 남자의 기개가 흐르고 의지를 북돋아야해 왜냐면 난 사나이의 맹세를 지켜야하니까!! 이런 소년만화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입에 달면서 사는 애임. 웃겨서..ㅋㅋㅋㅋ언제는 가족들 다 모아놓고 가족회의 하자면서 갔더니 난 사나이들끼리 맹세를 했기에 우정을 놓고 지켜야하고 이 피에 맹세의 의지가 흐른다(농담아님. 정말 이랬음 -_-;;;)면서 자기를 통제해달라던데(매일마다 컴퓨터한다고 새벽 서너시에 잠들고 공부도 아예 안 함) 그러더니 바로 다음날 컴퓨터 켜 놓고 문 걸어 잠그고 밤새 사내의 노래라면서 열심히 궁시렁거리던데 -_-;;;

솔직히 전 정말 고등학교 때 학교-집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살았던 사람이라 저게 정말 이해가 안 감.. 저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 않음??? 고1짜리가 새벽에 집나가고 들어오고 신원도 모르는 여자애랑 연애한다고 타지 보내달라고 하는 게 그리 일반적인 건 아닐건데 암만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통금같은 게 자유로워도 이러지는 않잖아여..

도대체 중2병에 꼴에 남자라고 오만 깝 다 떨고 다니는 내 동생 어찌해야함??? 엄마랑 저랑 지금 동생때문에 미치겠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연락왔어요. 집 전화로 왔네요. 딱 지 말만 하고 끊었음다.

 

황령산이래요. 황령산.

 

왜 올라갔냐니까 남자의 맹세와 다짐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북돋우러 갔대여.

 

-_-; 암만 그래도 새벽 3,4시에 고딩이 나가는 게 말이 되나??????

 

아. 남동생이 며칠 전에 저한테 편지를 쓰고 갔네요. 들어본 남친의 말에 따르자면 80년대 얄개 영화 대사래요 -_-;

 

혹시 궁금하시면 내용 적어서 올려드리겠음... 누가 분석 좀 해줘요 ㅜㅜ 아니 막상 문학 전공이면서 난 이걸 왜 못 할까...

 

공부를 못해도 된다고 생각했어 성격만 좋고 비겁하게 살지 않는다면 공부따윈 뭐 인생살이에 문제 없다고. 그래서 이제까지 이렇게 살아왔어.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제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아

 

내 양팔에 하고 있는 아대며 팔찌며 몸에 흐르는 피는 내가 죽어도 지켜내고 싶어 지금 이대로는 이것들을 지킬 수 없어

 

누나 입장에선 웃기겠지만 좋아하는 여자하며 믿음을 약속했던 친구하며 내가 사랑하는 가족하며

 

적어도 이 사람들한테만은 비겁하면서도 찌질한 내 모습으로 더이상 기억되지 긿어

 

누나 말대로 괜한 허세고 어린 날'에' 객기로 충만한 나야

 

맞춤법이나 제대로 쓰고 수컷놀이나 해라 이 새끼야 ㅡㅡ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10 저렴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식물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17 흔한 달뿌리풀 2013.03.04
33 근데 넉터 지반문제1 냉철한 꽝꽝나무 2024.05.22
32 요새 쳇GPT는 웹검색도 스스로 하더군요2 특이한 옥잠화 2024.06.01
31 바 알바 많이 위험한가요??ㅠㅠ23 즐거운 생강나무 2018.01.03
30 건조기 쓰시는 분들 보통 얼마쯤 돌리나요2 따듯한 편도 2024.05.31
29 연락 잘하다가 정말 뜬금없이 잠수 타는 이유가 뭘까요?21 귀여운 히말라야시더 2012.10.02
28 학점 안중요하단말 듣지마세요68 운좋은 꽃개오동 2018.07.08
27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네요1 허약한 비짜루 2024.05.23
26 대동제 오늘 했는데도 뭔가 논란이 많은가보군요2 게으른 애기참반디 2024.05.28
25 19금) 남자친구와 관계시19 억쎈 석잠풀 2018.03.19
24 대동제 마지막 라인업 오늘 안 나오나봐요2 푸짐한 호밀 2024.05.25
23 대동제 첫날 라인업 뉴진스랑 남동현이군요1 육중한 바위취 2024.05.26
22 조루?..ㅠ 형님들만봐주세요26 황홀한 은분취 2012.11.01
21 카톡 프사 확대 안 되게 하는 법 좀..5 억쎈 조 2013.04.02
20 전직 폰가게 직원이 알려주는 휴대폰 사는 법(초보편)55 싸늘한 모시풀 2018.09.26
19 에일리 누드사진11 해괴한 범부채 2013.11.11
18 현직 9급이 말하는 공무원 생활 126 초연한 꽃창포 2014.07.05
17 카카오톡 몰래 친구추가하기?30 고고한 매듭풀 2012.10.28
16 여자분들 남자 어깨 많이보시나요??30 절묘한 노루참나물 2012.08.20
15 남자들은 카톡 답장 늦게...31 착잡한 배초향 2012.10.03
14 75b컵이면 큰건가요 여성분들?17 도도한 단풍나무 2014.10.26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