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음슴체로
어저께 새벽 세 시쯤 엄마가 자는데 깨움
도둑이 든 거 같다면서 조용히 해보라하길래 있어보니 발소리 들림 나 긴장 하지만 울 집은 주택이고 도둑이 들어오려면 3층을 올라야함 근데 갑자기 집 도어락이 열리고 아래의 문(쇠문)이 닫기더니 조용해짐 엄마가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열일곱 살 남동생 신발이 없어짐 ㄷㄷ
일단 밤새 기다리다가 날이 밝아서 전화 문자 다 해보니 쌩까고 집에 있던 4천원이 사라짐 남동생은 연락이 아예 안 됨 스맛폰이 아니라 일반폰이라 위치추적이 안 됨
남동생은 열일곱 살임 이게 가당함? 전 저 나이에 공부 열심히 했던 거 밖에 없음 ㄷㄷㄷ 이해가 안 감
남동생은 중학교 때 공부를 아예 안 했음 거짓말 안 보태고 3년 동안 게임한 것만 봤음.. 그런데 어째저째해 인문계를 가게 되었는데 공부한 기본이 없으니 인문계 가서 꼴찌 ㅋㅋㅋ 근데 이놈 학교 애들이 공부를 아예 놓은 건지 반 10등 안에는 들었음 .. 동생 기고만장해짐. 그리고 집에선 매일 컴퓨터로 자기 게임 길드 사람들하고 만난다면서, 서울 보내달라고 떼써서 혼자 서울 여행 가질 않나 자기 수원에 있는 여친(가족들은 아직도 얘 신원파악 안 됨) 만나러 간다면서 주말에 휙 나갔다가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왔음. 아버지 타지에서 일하시고, 어머니 혼자 얘 통제가 안 됨. 난 혼내서라도 잡아야 한다지만 키 180넘고 덩치 엄청 좋아서 울 집 사람들 아무도 못 말림.
게다가 남동생은 중 2병. 매일 자신의 피에 남자의 기개가 흐르고 의지를 북돋아야해 왜냐면 난 사나이의 맹세를 지켜야하니까!! 이런 소년만화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입에 달면서 사는 애임. 웃겨서..ㅋㅋㅋㅋ언제는 가족들 다 모아놓고 가족회의 하자면서 갔더니 난 사나이들끼리 맹세를 했기에 우정을 놓고 지켜야하고 이 피에 맹세의 의지가 흐른다(농담아님. 정말 이랬음 -_-;;;)면서 자기를 통제해달라던데(매일마다 컴퓨터한다고 새벽 서너시에 잠들고 공부도 아예 안 함) 그러더니 바로 다음날 컴퓨터 켜 놓고 문 걸어 잠그고 밤새 사내의 노래라면서 열심히 궁시렁거리던데 -_-;;;
솔직히 전 정말 고등학교 때 학교-집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살았던 사람이라 저게 정말 이해가 안 감.. 저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 않음??? 고1짜리가 새벽에 집나가고 들어오고 신원도 모르는 여자애랑 연애한다고 타지 보내달라고 하는 게 그리 일반적인 건 아닐건데 암만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통금같은 게 자유로워도 이러지는 않잖아여..
도대체 중2병에 꼴에 남자라고 오만 깝 다 떨고 다니는 내 동생 어찌해야함??? 엄마랑 저랑 지금 동생때문에 미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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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왔어요. 집 전화로 왔네요. 딱 지 말만 하고 끊었음다.
황령산이래요. 황령산.
왜 올라갔냐니까 남자의 맹세와 다짐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북돋우러 갔대여.
-_-; 암만 그래도 새벽 3,4시에 고딩이 나가는 게 말이 되나??????
아. 남동생이 며칠 전에 저한테 편지를 쓰고 갔네요. 들어본 남친의 말에 따르자면 80년대 얄개 영화 대사래요 -_-;
혹시 궁금하시면 내용 적어서 올려드리겠음... 누가 분석 좀 해줘요 ㅜㅜ 아니 막상 문학 전공이면서 난 이걸 왜 못 할까...
공부를 못해도 된다고 생각했어 성격만 좋고 비겁하게 살지 않는다면 공부따윈 뭐 인생살이에 문제 없다고. 그래서 이제까지 이렇게 살아왔어.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제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아
내 양팔에 하고 있는 아대며 팔찌며 몸에 흐르는 피는 내가 죽어도 지켜내고 싶어 지금 이대로는 이것들을 지킬 수 없어
누나 입장에선 웃기겠지만 좋아하는 여자하며 믿음을 약속했던 친구하며 내가 사랑하는 가족하며
적어도 이 사람들한테만은 비겁하면서도 찌질한 내 모습으로 더이상 기억되지 긿어
누나 말대로 괜한 허세고 어린 날'에' 객기로 충만한 나야
맞춤법이나 제대로 쓰고 수컷놀이나 해라 이 새끼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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