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글

추모에 대한 생각

백서2019.05.21 18:32조회 수 819추천 수 24댓글 1

    • 글자 크기

블라인드 처리된 글에 답변으로 남기려던 내용입니다.

학교 측면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이해를 돕기 위해 남깁니다.

 

 

손가락으로 추모한다 어쩐다, 진심이 아니다 하시는 분들 보세요.

 

당신은 혹시 소중한 가족이나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나요? 있을 수도, 혹은 아직은 없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있습니다. 몇 해 전, 저의 외조부께서는 세상을 떠나셨죠.

 

현대 사회의 가족관계에서, 저는 외조부님과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명절이며, 종종 보아 온 가까운 가족이셨기에, 그분이 돌아가신 일은 제게 큰 슬픔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저는 너무 어린 나이었기에, 당장 외조부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당시엔 별 다른 감정이 없었습니다. 슬픈 일인가? 슬픈 일인지 조차 생각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발인 날, 저는 울었습니다. 외조부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음을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종교를 싫어하던 저였지만, 그날만큼은 외조부께서 믿으셨던 기독교의 방식으로 당신을 추모했습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추모를 하고 난 후, 저는 쉽게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선 그 이후로도 조금 더 오래, 슬퍼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도 문득, 가끔은 외조부의 생각에 당신께선 눈물을 보이곤 하십니다.

 

저와 어머니의 추모는 그 깊이가 달랐던 거죠.

 

 

저는 이번 상황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가족이 되어 보란 말은, 그 슬픔의 깊이를 이해하란 말이 되겠죠.

 

하지만 그런 깊은 슬픔이 없다 하더라도, 추모의 마음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짜인 것은 아닙니다.

 

도덕. 맥락. 사회적 가치. 인간으로서의 도리. 그런 것들을 지키기에 우리가 비로소 인간인 것입니다.

 

부디 당신의 그 얄팍한 생각에, 인간의 진심을 가식 취급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또 한 가지 더.

 

이번 사건은 교내에서, 학교 측의 안전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그 관리의 주체는 아니기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건 장소와 피해자 모두 우리와 같은 집단 내에 속해 계셨던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분을 생각하는 마음에, 그 마음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가식이고 잘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하신 미화원분께 진심 사죄드리고 유족께 위로를 드립니다.
    우리 학생, 교수, 직원에게도 발생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학생이었다면,교수였다면, 우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몫일 것입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보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쓰레받기 2019.01.26
공지 가벼운글 자유게시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2 빗자루 2013.03.05
115144 가벼운글 [레알피누] 취업실전전략2 12시분반(나) 10시 30분 분반(님) 교환하실분! 추워1 2019.03.04
115143 질문 금요일 재무회계 시간 바꾸실분 mirpia 2019.02.15
115142 질문 수요일 오전 뉸뉴냠냠 2019.03.04
115141 질문 월수 3시 ㅇㅇㅇ 교수님 일본어1 오늘 휴강인가요 dothat 2019.05.01
115140 질문 현대시론 2차과제 도리동동 2020.11.26
115139 질문 화목 9시 증시론 버리시는분 ㅠㅠㅠㅠ 휴우우우우유 2019.02.08
115138 질문 목창업의이해랑교환 멋쟁이신사 2019.02.08
115137 진지한글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Z스트림 2019.02.08
115136 질문 컴퓨터구조 분반 바꾸실분!! 응제 2019.02.15
115135 질문 교육사회 월3시수업 금9시수업이랑 바꾸실분 asdqwe 2019.03.04
115134 분실/습득 [레알피누] 구덕체육관 카드 분실 너만바라기 2019.03.04
115133 질문 고전작가의 삶과문학 애교쟁이어피치 2019.03.06
115132 질문 프레드릭11시수업 들으시는분 @@ 감자칩맛싱ㅆ엉 2019.07.05
115131 질문 대학생활 설계와 비전 오늘 들으신분?? 하르라리 2019.09.02
115130 질문 [레알피누] pnu will 종강했나요??? ㅇ으아아앙 2019.12.12
115129 질문 응열 ㄱㄷㅈ교수님 19 기말 구해봅니다 벙글 2020.12.02
115128 질문 북문 근처에 공 바람 넣을 곳 있나요? 집사마 2015.02.12
115127 질문 화폐금융론(주전공) 버리실 분ㅠㅠ 23mint 2019.02.08
115126 질문 대중문화론 버리시는 분 ㅜ.ㅜ aomg 2019.02.08
115125 진지한글 [레알피누] 혹시 재무회계 007분반이랑 상법 092분반 바꾸실분? ( 주전공입니다) pped 2019.02.1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