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처리된 글에 답변으로 남기려던 내용입니다.
학교 측면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이해를 돕기 위해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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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추모한다 어쩐다, 진심이 아니다 하시는 분들 보세요.
당신은 혹시 소중한 가족이나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나요? 있을 수도, 혹은 아직은 없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있습니다. 몇 해 전, 저의 외조부께서는 세상을 떠나셨죠.
현대 사회의 가족관계에서, 저는 외조부님과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명절이며, 종종 보아 온 가까운 가족이셨기에, 그분이 돌아가신 일은 제게 큰 슬픔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저는 너무 어린 나이었기에, 당장 외조부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당시엔 별 다른 감정이 없었습니다. 슬픈 일인가? 슬픈 일인지 조차 생각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발인 날, 저는 울었습니다. 외조부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음을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종교를 싫어하던 저였지만, 그날만큼은 외조부께서 믿으셨던 기독교의 방식으로 당신을 추모했습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추모를 하고 난 후, 저는 쉽게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선 그 이후로도 조금 더 오래, 슬퍼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도 문득, 가끔은 외조부의 생각에 당신께선 눈물을 보이곤 하십니다.
저와 어머니의 추모는 그 깊이가 달랐던 거죠.
저는 이번 상황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가족이 되어 보란 말은, 그 슬픔의 깊이를 이해하란 말이 되겠죠.
하지만 그런 깊은 슬픔이 없다 하더라도, 추모의 마음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짜인 것은 아닙니다.
도덕. 맥락. 사회적 가치. 인간으로서의 도리. 그런 것들을 지키기에 우리가 비로소 인간인 것입니다.
부디 당신의 그 얄팍한 생각에, 인간의 진심을 가식 취급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또 한 가지 더.
이번 사건은 교내에서, 학교 측의 안전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그 관리의 주체는 아니기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건 장소와 피해자 모두 우리와 같은 집단 내에 속해 계셨던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분을 생각하는 마음에, 그 마음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가식이고 잘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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