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이별 후 잊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가요

글쓴이2016.02.19 00:53조회 수 1654댓글 15

    • 글자 크기

어제 이별통보를 받고나서 지금까지 온 몸이 납덩이라도 된 것처럼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갑갑하기만 한 마음에 글 씁니다.

 

몇 개월 전, 부끄럽지만 이십대 중반까지 모쏠이었습니다. 여자를 만날 기회가 잘 없었지만 이리저리 노력해서 소개팅 자리도 만들어보고 도서관에서 번호도 물어보고 했는데 사귀는데 성공한 적이 없었어요. 정말 잘 되는 것 같다가도 일을 그르친 적도 있구요. 계속되는 실패에  '나는 여자한테 어필하기 힘든 타입인가보다'하고 자존감이 계속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기회로 만난 여자분이 있었어요. 연하의 학생이었는데 서로 호감이 있었는지 종일 카톡을 하면서 몇 번 만나고 사귀는데 성공했습니다. 서로 너무 좋아서 이틀 또는 삼일에 한 번씩 만났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이 믿기 어려운 현실에 어리둥절 하면서도 세상에 이런 극한의 행복감이 있구나 싶었네요.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상을 공유했어요(커플 초창기 대부분 이렇겠지만요). 듣는 사람들마다 '개념녀'라고 칭찬할 만한 똑 부러지는 행동들을 보여줘서 너무너무 좋았구요. 서로 애정표현도 많이 했습니다. 썸단계에선 좋은티를 너무 내면 상대한테 부담 줄 수도 있으니 선을 지켜야 하지만, 그런거 없이 좋다고 표현하면 할수록 득이되는 이 상황이 너무너무 좋았네요.

지난 토요일까지도 잘 만났어요. 저는 타지역으로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면서 화요일에 이곳으로 옮겼어요. 가기 전 월요일 밤에 너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알겠다더니,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돌연 약속을 취소하는 겁니다. 섭섭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카톡 답장이 두세 시간에 하나씩 뜸하게 오더니, 어제 이별통보를 하는겁니다. 카톡으로 얘기를 했는데, 예의없는거 알지만 차마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말을 할 용기가 없다면서요.  이제 서로 바빠져서 만나기도 어려워질거고(그녀는 곧 수험생활에 들어갑니다) 자기도 모르게 요새 연락하는게 귀찮아졌다면서... 요즘들어 생각해보니 외로워서 너무 쉽게 사귄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어요. 그래도 저를 만나는 매 순간순간은 진심이었다며, 일방적으로 이렇게 얘기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붙잡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듣한 그녀의 태도에 무기력함을 느끼다가, 정말 어렵사리 이별의 말을 주고받으며 정리했어요.

 

그 이후로 너무너무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있고만 싶네요. 연애를 하고 헤어져본 많은 사람들은 이 쓰라림을 도대체 어떻게 견뎠냐 모르겠습니다. 같이 거닐었던 장소들을 지나갈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지금 당장 그녀가 제 옆에 없으면 사람다운 생활이 안될 것 같습니다.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일찍 퇴근했는데, 기숙사 방에 혼자 앉아있으니 기분은 끝도없이 가라앉기만 합니다. 거듭된 실패 끝에 얻은 사랑이었는데 이렇게 끝이 나네요. 오늘밤 잠이 오기는 할런지... 이런 사람을 또 어디서 만나죠

쓰다보니 너무 길었네요. 찡찡대서 죄송합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 있잖아요 이별은 늘 있어요.
    근데 그 이별에 슬퍼할 순 있지만 그것때문에 못살정도는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집니다.
    1주일 정도는 힘들텐데 그 시간동안 술을 마시든 뭘하든 사람들하고 얘기를 많이하세요.
    속마음을 얘기하라는게 아니고 여러가지 얘기를 하면서 이별에 관련된 것을 잊으란말입니다.

    이미 끝난 사이니깐 연락하고 이런건 더 비참해지고 그렇기에 절대 연락하지 마세요.

    끝난건 끝난겁니다. 거기에서 빠져나와야됩니다.

    이별을 한 뒤에는 여기서 내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서 다음 연애때 반복하지 않도록 하시고 아쉬웠던 것들 다음 여자에게 최선을 다하면 되요.

    이별은 나를 한층 발전하게하는 계기에요. 그만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거고.

    그리고 만날 여자는 많아요. 한 여자를 만나다가 그 사람이 넌 아니다라는 뜻으로 이별통보한거에요. 그러니 아니라고 하는 여자 만나지 마시고 이 남자다라고 생각하는 여자 만나면 됩니다. 이럴때일수록 쿨하게 마음 먹으시길!
  • @적절한 갈풀
    글쓴이글쓴이
    2016.2.19 01:20
    우문에 현답의 댓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말씀 하나하나 새길게요.
  • @글쓴이
    ㄴㄴㄴㄴ 우문이 아님.
    충분히 고민할 수 있고 괴로움이 느껴지는 글임.

    근데 살아보니 그렇더라구요.

    힘을 내시길!!
  • 여자분.. 정말 외로워서 사귄거같아요. 마음 아프지만 정리하고 또 힘내면 다음엔 더 좋은 사람 만날 꺼에요.!
  • @억쎈 자두나무
    글쓴이글쓴이
    2016.2.19 01:22
    짝사랑하던 사람도 이사람 아니면 안될 것 같다가 결국은 잊혀지더라구요... 이 사람도 그러겠지 생각해보렵니다. 감사합니다!
  • 으휴 내가 친구해주고싶네요
  • 그 심정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글쓴이님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힘드신거 잘 압니다만 버텨보세요
    시간만큼 좋은 약은 없다라구요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시간이 무슨 약이냐고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 되돌아보시면
    그 말의 의미를 깨달으실거에요
    많이 힘들고 그 사람이 많이 생각나겠지만
    꾹 참고 해야할 일에 집중해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거에요
  • 힘내세요...시간이 약입니다. 자기일에 충실하시길 바랍니다...흔들리진마시고
  • 미련을 추하다 여기지 말것
    기꺼이 아파하고 마음껏 울것

    제가 좋아하던 가사 입니다.
    아프겠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준답니다.

    힘내요
  • 울고 싶을 만큼 실컷 울어요 밥이 안 넘어가면 먹지마요 그렇게 몇 주를 보내다보면 아 이제 놓아줘야될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문득문득 생각나긴하지만 그냥 추억 속의 사람이 되었을 뿐 무뎌져버렸죠..
  • 힘내요
  • 힘내세요ㅜㅜ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때의 행복감.. 저도 그런 상황이에요. 글 읽으면서 추억이 떠오르고 눈물도 나고 그러네요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때의 행복감.. 저도 그런 상황이에요. 글 읽으면서 추억이 떠오르고 눈물도 나고 그러네요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때의 행복감.. 저도 그런 상황이에요. 글 읽으면서 추억이 떠오르고 눈물도 나고 그러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30782 [레알피누] 고백은 언제 하는게 좋을까? (수능 출제 예상문제)8 어설픈 과꽃 2018.11.08
30781 n8 발랄한 대마 2017.05.25
30780 마이러버8 치밀한 시닥나무 2015.07.29
30779 .8 과감한 산딸기 2019.01.30
30778 [레알피누] 미련이 남은 전 연애8 냉정한 보풀 2016.04.16
30777 마이러버 매칭 성공비결8 흔한 자금우 2014.10.27
30776 여자애들한테만 낯가림8 태연한 작살나무 2014.08.11
30775 사귄지 정말 얼마안됐는데 여행8 화려한 감초 2014.04.12
30774 [레알피누] 인스타로 여자만나기8 무심한 백당나무 2018.11.23
30773 [레알피누] .8 슬픈 아까시나무 2016.11.17
30772 영영 사랑 못할까봐 고민이에요8 어설픈 애기똥풀 2016.08.03
30771 용기냈지만 차였어요ㅠㅠ8 활달한 감자 2014.06.06
30770 저도 매칭녀 무반응ㅋㅋㅋㅋ8 명랑한 돌단풍 2013.09.14
30769 니가 너무 좋아서 니가 싫어진다.8 다부진 큰까치수영 2013.11.13
30768 썸타고싶은남8 늠름한 구골나무 2015.04.29
30767 이선균 목소리 좋은 편인가요??8 부자 등나무 2019.01.18
30766 이런 거 어장입니까?8 잉여 새박 2013.09.11
30765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8 힘좋은 산오이풀 2018.08.31
30764 마이러버 키....8 무거운 등골나물 2012.10.27
30763 부산대 여자들은 왜8 억쎈 조팝나무 2015.03.06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