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남자 페미니스트는 없냐는 글을 보고 쓴 글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겼고,
페미니즘을 '비차별·성평등을 옹호하고,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사회경제적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사상 및 사회운동'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페미니즘이 여성을 어떻게 개념화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여성과 남성을 대등한 관계로 본다면,
페미니스트는
현재 나타나는 남녀 간의 사회경제적 불균형의 원인을, 양 성에 적용되는 부당한 차별에 두고,
그러한 차별을 없애는 데에 주력함으로써, 남녀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차별에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들 뿐 아니라,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들도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코르셋을 벗고, 비차별 성평등에 적합한 행동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여성 정책들을 보면, 남녀에 적용되는 부당한 차별을 없애는 것보다,
여성에게 유리한 혜택을 만들어내는 데에 주력하는 듯 보입니다.
고용 및 승진에서의 여성 할당제나, 군-경찰-소방 체력검정에서의 기준 완화, 여성 전용 시리즈들...
이러한 정책들은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할 때나 가능한 것들입니다.
'비차별 성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와 '여성 혜택'이 공존하는 상황은
페미니즘의 진정성이나 설득력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페미니즘이 사회에 요구하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성 필리버스터나 강연 같은 것을 보면, 여성들이 살면서 겪은 차별에 대한 호소만 있을 뿐
차별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나, 원인 분석, 개선 방안을 내놓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여성이 한 평생 겪는 성차별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에는 특정 성에 대한 고정관념, 통계 상의 분포, 생물학적 특성, ‘그냥 여자라서' 등의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 차별의 형태나 원인에 따라서, 없애야 할 것, 없애지 않아도 될 것, 없앨 수 있는 것, 없앨 수 없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을 테죠.
이런 분석과 분류가 완료되어야, 어떤 차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텐데,
페미니즘 내에서는 이런 작업이 얼마나 진행되었나요?
성차별을 직접 마주하면서, 그것을 문제라고 여기는 분들이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여성이 겪는 성차별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기 힘든(알아봤자 성범죄나, 임신·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남성 입장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페미니즘의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인 여성과 성차별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를 내놓지 못하는 한, 남성 페미니스트는 아마 존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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