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목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되는 범교과작문 수업에서 느닷없이 몇 학생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칠판에 i'm not going to sex with you라고 쓰고는 해당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이 지난 밤에 학생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구체적으로는 섹스를 하자고 했다고 일종의 폭로와 항의 시위같은 것을 했습니다.
교수님은 바로 사라지셨죠.
그 일의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저는 그러한 방식이 옳은지에 대해서 여러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먼저 수업은 교수와 학생간의 일종의 계약입니다. 타인이 침범하여 그 과정을 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범죄사실이 인정 혹은 성립되기 전까지는 그래야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폭로자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권리는 안중에 없고 강의실에 들어와 교수님을 퇴출하려고만 하였습니다.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 삭제, 댓글에 원글 복원해놓겠습니다.)
이성해 교수를 고발한 대자보는 다들 보셨을 겁니다.
그 내용은 정말 처참할 정도로 가슴아팠고, 그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한다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몇 줄에서 폭로를 조장하는 말들은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연대는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범죄사실을 말하기 조차 어려웠던 시대와 사상이 아직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법적 절차를 따라야만 합니다.
사법적인 절차가 미흡하다면, 그러한 것들을 보완해나가고자 머리를 맞대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법으로써 그들을 단죄해야합니다.
법 조차도 단죄하지 못한다면 폭로는 유효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는 없고 그저 폭로만을 내세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이며, 심지어 어느 경우에는 공감받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산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여명'의 집회가 수요일에 있었는데, 그 때 보았던 하나의 글귀가 제가 길게 말한 내용을 정리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말한다, 너는 들어라'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아무도 안 듣는다'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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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을 쓰고 수정하면서 생각이 더 들어서 분리하여 서술합니다.
세상의 모든 범죄는 근절되어야하며, 특히 한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한 범죄가 많은 것이 문제라는데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런 범죄들이 암묵적으로, 아주 트라우마틱한 수준에서 진행되었다는 것도 공감합니다.
저는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분들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곪았던 상처는 터뜨리고 도려내야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생긴 상처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해야하는건지 의문이 듭니다.
페미니즘은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되서는 안됩니다.
폭로는 정치적인 행위가 되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피해자들을 두번 죽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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