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 부탁드립니다. 공부는 머리순일까요.

교활한 강아지풀2018.05.29 23:31조회 수 1333추천 수 8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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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졸업하고, 타학교 의대 편입했습니다.
자랑 아니고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원래부터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그럭저럭 성적은 잘 나오는데, 누가 물어보면 대답을 못했어요. 교수력이 부족한게 아니라 정말 모르겠더군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말을 할때도 누가 중간에 말을 걸거나 잠깐 딴생각을 하면 원래 하던 생각의 갈피를 잃습니다. 집중력이 필요하고 생각의 매듭을 짓는데 유도기간이 엄청 오래걸려요.

편입 준비는 같은 내용을 외우고 외우면 정해진 기간 안에만 완성시키면 되는 종류의 시험이라 중간득점 받고 면접빨로 합격했습니다. (면접도 암기빨로 통과했네요)
근데 입학 후가 문제네요....

너무 방대한 양, 계속 바뀌는 파트, 지금은 병원실습 중인데 정말 괴롭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족보를 외우고 대답을 해야하는데 그 시간이 저에겐 너무 짧아요. 주말내내 공부해놓고 30분 전에 와서 한번 슥 보고 간 동기랑 아웃풋이 거의 동일합니다.

뇌 구조 상 갑작스런 질문에 대해 대답을 생각해내는 시간이 오래걸려서 일문일답으로 이뤄진 실습 시스템이 힘들고요.

주변 예과에서 올라온 동기들 중 소름끼치게 똑똑하다 느끼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지만 기본적으로 "총명한" 사람들 속에서 점점 평범하게 섞이기가 버겁네요....

사실 부산대 다닐때도, 저보다 똑똑한 사람은 정말 많았습니다. 다만 의대라는 학습 시스템, 수련 시스템은 최적화된 두뇌 구조나 정말 필요로 하는 일정선의 아이큐 혹은 수학능력이 명백히 존재하네요.

답답한 마음에 고향에 와서 털어놔봅니다....

공부로 스트레스 받았던 분이나 이겨냈던 분들께서 고견 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공부 방법이 좋더라, 라던가 뭐든 조언이 절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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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에게 무슨 조언을 하겠냐만..
    저는 공대생인데 해당파트해 이해안되는거 있으면 지독하게 계속봅니다
    계속 왜그렇지 생각을합니다
    이렇게 계속하다보니 좀 생각을 깊게하게되고 다른 수업들을때도 이해력이 상승된거 같습니다.
  • 음.. 뭐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머리가 좋으면 당연히 투자에 비해 결과가 좋다.. 인건 그냥 덩연헌거 같습니다.

    그리고 혹시 암기형 공부하시나요?
    비슷한 머리인데도 말씀하신거처럼 누구는 몇시간을 봐야하고 누구는 1시간만 쓱보고가도 아웃풋이 그자리에서는 비슷하고
    좀더 지나서는 슥보고 간사람이 오히려 더 낫더라..라는 결고가 나오는 것중 하나가 이부분인거같은데요

    처음에는 외우는게 간단하고 쉬워서 그래하다가 다들 벽에 부딪히더라구요..
    이해형은 처음의 고비를 넘는건 힘들어도 나중에는 상횡을 보고 기본을 적용해서 결론을 끄집어 내기만하구요.. 그래서 슥봐도 다보이는거죠.
    그리고 결국 쓸모있고 개선을 만드는건 이해형 사람들이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이게 한국 시험들의 문제이기도 한데
    죄다 이해없이 암기만해도 풀수있는 것들을 시험이랍시고 치고있고 그걸로 평가를 하니
    이해형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은 성장을 보여줄 기회가 안생기고 결국 딴데로 떠나든지 그길말고 다른길을 가는걸 많이 뵜습니다
    이런식으로 할거면 아무 의미없는 뻘짓밖에 안된다면서요
    장인정신같은게 있는 분들이죠..
    오히려 이해형에 가장가까운시험은 수능이 유일할 정도니 참 이부분이 안타까운사람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 같은 고민을 했던 로스쿨 학생입니다. 우리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이해력에서도, 암기력에서도요. 타고난 머리와 경험의 차이로 인한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하고 가야 합니다.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접어두는 것이 현명하구요. 다만, 그래도 스스로를 토닥이고 다시금 책상에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힘은, 그들보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하면 그들만큼은 할 수 있겠다는 경험과 자신감이에요. 정교하고 세밀한 논리를 갖춘 해답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냥 묻어두고, 나는 합격한다는 믿음 한 구절 등 뒤에 괴어두고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
  • @청아한 참깨
    머싯소...요...
  • 저도 로스쿨생인데 암기기계들 실존하더라고요. 교수님들도 인정하는 사람들, 즉 복사기라고 부르는 사람들 볼때마다 좌절감 느끼죠. 저도 학창시절 1등이라는 삶을 살아왔는데 세상은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거 같습니다. 그냥 겸손하고 우직하게 나아갈 수밖에요. 그러다보면 밝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안 믿으면 너무 슬프잖아요. 매일 몰아치는 학업에 빠져 살다보면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도, 언제 이런 열정을 갖고 살아보겠어요.
    지나가면 언젠가 젊은 날의 추억일거라 회상할거에요.
  • 혹시 부산대 다니실때 학점은 어떠셨나요?
  • 저는 의전 재학 중이고 글쓴 분과 같은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는데, 과고 조졸에 spk 나온 사람도 글쓴분 같은 사람이 있고, 부산대 나온 사람도 슥 보고 잘 외우는 사람이 있어요. 근데 본인과 성적을 동일시 해버리는 사람이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고요. 그나마 부산대 출신은 1등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성적에 대한 강박은 적은 경향이 있긴 한데 어짜피 귀에 박히도록 들으셨을 테지만 의사로 살아갈 때 결코 행복이나 성공이 성적순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고 주어진 만큼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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