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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안 와서 마이피누를 보다가 공무원 근무 후기글을 보고 저도 직장 얘길 하고 싶어 써봅니다. 아직 일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궁금한 분들 댓글 달아주시면 아는 선에서 답해드릴게욤
1. 칼퇴는 웬만하면 가능
중학교는 대개 8시반 출근 4시반 퇴근인데 본인이 급한 일만 없으면 눈치 안 보고 퇴근합니다. 부장님 계셔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정시퇴근 가능하고 다들 그걸 권장하십니다.
2. 가르치는 일은 전체 일의 일부임
교사하면 수업이 주 업무일 것 같지만 담임 맡으면 애들 뒤치닥거리와 상담도 있고, 자신이 맡은 업무가 우선이 돼서 정작 수업은 라이브로 하거나 퇴근후, 주말 시간 등을 쓰게 됩니다. 짬이 안 차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업무나 담임 일은 미루면 티가 나고 일이 커질 수 있어서 아무래도 수업보다 우선시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회의감도 들고 그럽니다...
3. 교생실습이랑 차원이 다름
위의 이유로 수업만 하던 교생 때를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만약 그때 너무 행복해서 진로를 결심하셨다면 빙산의 일각만 맛보신 것이니 상상과 다를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4. 여유로울 때는 거의 없음
공무원분들도 그렇지만 교사도 실제 하는 일에 비해 정말 한가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있는 동안에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는 날이 많습니다. 물론 맡은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요.
5. 연차가 곧 힘
교사는 교감 아래로는 전부 같은 지위이기 때문에(부장 포함) 사실 직급은 똑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다른 어떤 직장보다 중요한 발언권을 주는 것 같습니다ㅎㅎ 젊으면 대개 발언권이 없고, 총무 등 귀찮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해야 하며 젊은 교사가 부탁하기가 편하니 보강이나 잡무를 많이 넘깁니다. 당연하다는 듯 수업시수도 많고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평적인 분위기
분명 나이가 권력이긴 한데 분위기 자체는 수평적입니다. 대놓고 무시하거나 화내는 분들도 없고 대부분은 어린 교사에게도 예의를 갖추십니다. 업무에서의 발언권은 약하지만 인격적으로 존중받는다는 생각은 많이 듭니다.
6. 귀찮은 거 겁나 기피함
책임질 일 더 만들기 싫어하는 것 같음. 귀찮을 것 같다싶으면 만만한 젊은 교사에게...
7. 남자 교사 정말 적음
한 학교에 5분의 1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교사 모임도 따로 있어요.
8. 학생부는 엄청난 기피부서
과목을 불문하고 남교사는 일단 학생부 후보입니다. 학생부는 업무 자체가 아이들과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이라 정신소모가 겁나 심하고, 좀 조용히 일하거나 수업 준비를 하고 싶어도 애들이랑 씨름하는 소릴 듣거나 직접 씨름해야 해요. 육체노동도 많이 하고, 착한 애들보단 문제를 일으키는 애들을 주로 보게 돼서 정신건강이안좋아집니다. 남교사가 아니라도 신규교사면 거의 학생부로 발령남.
9. 개쓸데없는 잡무 하는 경우도 있음
저걸 교사가 왜 해야하지? 싶은 일도 가끔 합니다. 건물 안전점검, 버스기사 음주측정, 소화기관리 등.. 안전 문제가 떠오르면서 안전 관련한 잡무가 특히 늘어났습니다.
10. 애들 생각보다 더더더더 수준 낮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들이 아는 게 없습니다. 학군 따라 다르지만 경우에 따라서... 옆 쌤이 중3 국어쌤인데 비교와 대조의 뜻을 모른다고 충격받아서 얘기하심
11.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분에게 최고의 직업
일찍 퇴근 가능하고 방학도 있고 휴직이나 육아시간 사용도 자유로워서 솔직히 애 키우기에 좋은 직업은 맞습니다 . 남자든 여자든 한 쪽이 교사면 애 보기는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기혼 선생님들도 다 그렇게 말씀하심.
12. 직업 만족도는 일반적으로 낮은 것 같음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고, 주위에서 다들 젊을 때 이직 준비하라고 권유하십니다. 각자 당신께서 젊으셨을 때 하고 싶었던 일, 혹은 이제 와서 하고 싶어졌으나 늦은 일을 말씀하시면서 이 일을 삼십 년 이상 할 수 있겠냐고, 아니라는 생각 들면 늦기 전에 교직 떠나라고 하십니다. 어딜 가나 직장에 대한 만족은 낮겠지만 여기도 마찬가지...
13. 교사는 서비스업이고 민원업무 종사자임
내선번호 외의 전화는 받기도 싫을 정도로 학부모한테 진절머리 납니다. 편의점 알바 썰, 카페 알바 썰 못지 않게 민원 전화 썰 풀 수 있음... 99점 받은 시험 성적 좀 봐줘서 100점 만들어 달라고도 하고 자기 열 받으면 고소 먹이겠다고 들먹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육청차원에서 전화 친절도 평가를 하거나 연수를 진행하는 등 교사가 한없이 약자가 되게 만드는 중... 친절하게 전화 받는 건 괜찮은데 그런 상황 보고 있으면 또 회의감 듭니다.
14.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긴 어려움. 고등학교에서 중학교 가는 건 쉬움.
고딩이 근무시간이 길어서 월급도 많고 애들이 개념이 있어서 편하기도 하고 잡무가 없습니다. 그래서 신규 발령을 고등학교로 가는 경우가 나날이 줄어드는 중...
15. 남교사의 생활
남교사라고 일 떠넘기거나 하는 건 딱히 없음. 교사는 업무분장이 나름 깔끔하게 돼있습니다. 대신 뭐 힘 써야 할 일이 있으면 남교사 많이 부르고, 남자 샘들끼리는 친하니까 편하게 불러다가 노동 시키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생지도 할 때 여쌤한테는 개기면서 남쌤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는 것들이 있으면 상담 부탁하기도 합니다.
16. 방학 체감상 일주일
고등학교는 보충을 나가지만 중학교는 그것도 없으니 쭉 놀 거라 생각 하시지만 신규일수록, 귀찮은 업무를 맡을수록 방학 때 연수가 많습니다. 학교 당직도 가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 급하게 출근하거나 예정된 출근일이 정해져있기도 하고... 짬이 안 찼으니 수업 준비도 미리 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연수 가고 가끔 검정고시 감독도 가는데 그럼 방학 때 자유시간이 별로없어요. 그래도 남들 연가 쓰는 것보단 조금 더 긴 시간이 남습니다.
17. 당연한 말이지만 연가는 학기중에 절대 못 씀
경조사 아니면 학기중에 학교 빠질 일이 없다고 보시면됩니다. 아파도 내 수업을 다른 쌤한테 떠넘기기 미안해서 웬만하면 병가 쓰지도 못함...
18. 중학교 월급 진짜 적음
점심시간에 맘편히 밥먹기도 힘들고, 퇴근 후 심지어 주말에도 학부모나 학생한테 시달리는 경우 생각하면 한숨 나오게 적은 월급 받습니다. (초임 기준) 초임이라일도 빡센거 하고 수업 시수도 많고 잡일도 할 텐데 이것밖에? 하는 생각 누구나 들어요... 근데 또 일도 안 하고 담임도 안 하고 시간 남아서 책 읽거나 운동장 산책하는 선생님들이 내 두배 이상 받을 거 생각하면 일 하기 진짜 싫습니다ㅋㅋ
19. 학생들 잘 만나야 참고 일할 만함
일도 스트레스 받는데 애들까지 정 안 가면 진짜 출근하기 싫어요. 그래도 애들 괜찮고 귀엽고 착하면 얘네가 있으니 내가 일해야지 하는 생각 듭니다. 하지만 항상 29명의 착한 학생보다 1명의 문제아가 내 학교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20. 교사는 주로 누구랑 결혼하는가?
궁금해하는 분들 계실 것 같아 적어보자면, 남교사는 부부교사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여교사도 부부교사 많긴 하지만 좀 더 다양한데, 사기업이나 공기업도 많아요. 뭔가 결혼 잘 할 것 같다는 환상이 있는 직업인데, 겁나 예쁘거나 집안이 겁나 좋은 여교사가 엄청난 지인을 두고 소개를 받지 않는 이상 상상하는 결혼은 딱히 없음. (엄청 예쁜 선생님 의사랑 결혼하심)
21. 선생님도 애들 성대모사 하고 논다는 사실
선생님 중에도 성대모사 장인 있고 한 번 소문나면 주위에서 자꾸 시킴.
22. 이제 잠이 온다...
남녀 불문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소소한 행복을 얻고 싶다면 퇴근 후에는 괜찮은 직업이에요.
하지만 대체로 직업 만족도는 낮습니다ㅋㅋ 특별히 누군가에게 비추를 할 건 없는 것 같고.. 다들 다양한 이유로 회의감을 느끼거나 이직을 고민하고 있어요.
만약 교사가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으로 사대에 왔다면 -> 생각을 바꾸시길 ㅠㅜ 서비스업임
방학에 여행갈 생각으로 임용 준비중이라면 -> 불행한나날이 너무 많을테니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 방법을 찾을 것
연금과 노후를 보고 준비 중이라면 -> 월급 적은 몇 년은 참으셔야 ㅠㅜ
아이들이 좋아서 -> 그나마 제일 적응하시기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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